"우리는 행복할 수 있을까? 예컨대 내가 보수언론이 ‘귀족이라고 부르는 현대자동차의 정규직 노동자라고 치자. 기계의 나사가 닳도록 돌고 돌듯이, 나는 내 직장에서 그 어떤 권리권도 행사하지 못하면서, 순전히 관리자 지시에 따라 주당 60시간 정도의 죽음 같은 노동으로 한 달에 3~4백만 원을 받는다고 해서 과연 행복하겠는가?



내 월급의 60~70퍼센트 정도만 받으면서 나보다 더 고되게 일하는 1년짜리 비정규직 동료들 얼굴을 매일 보면서 정말 내심으로까지 행복하겠는가? 내가 아니더라도 내 아들은 비정규직으로 평생 고생할 확률이 많다는 점을 알면서 말이다. 나의 연봉이 6~7천만 원 이상이라고 해서, 언제 파산이 나서 길거리에서 굶을지도 모를 영세상인, 노점상들을 맨날 보면서 나는 정말 행복하겠는가? 그들을 보면서 ‘내가 아닌 그들이 몰락하고 내가 그나마 살아남아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할 수야 있겠는데 이는 행복이라기보다는 공포심에 사로잡힌 경제동물의 자기만족에 가까울 것이다.



남들이 불행한 것을 보면서 혼자서 즐겨야 하는 ‘행복’은 과연 인간의 진정한 행복인가? 그리고 극도로 불평등하고 착취적인 사회에서 그 누가 진정한 행복을 구가할 수 있는가?



우리가 바라는 것은, ‘보다 나은 미래’를 향한 길에서 노르웨이 노동자들이 쟁취한 성과들을 하나의 참고틀로 삼아보자는 것이다. 꼭 오늘날 노르웨이와 같은 결과를 우리가 현실적으로 ‘지금 당장에’ 따낼 수 있는 것도, 따내야 하는 것도 아니라 할지라도 그 결과물을 향한 노르웨이 민중들 움직임 속에서 우리가 눈여겨볼 대목들은 많다.



예컨대 국내 보수언론들의 특기 중 하나는 ‘강성노조’에 대한 비난인데, ‘노르웨이 모델’을 탄생시킨 것은 바로 극도로 정치화된, 즉 사회민주주의 정당에 집단적으로 가입한 ‘강성노조들’이다. 우리 노조와의 큰 차이라면 기업별 노조가 아닌 산별 노조라는 점, 정규직과 비정규직, 내국인/외국인 차별 없이 가입할 수 있다는 점, 그리고 큰 기업에서는 노동자들을 대표해서 경영에 참여할 수 있다는 점 등이겠다. 



국내 보수언론들은 ‘아이들을 정치적으로 의식화시킨다’고 전교조를 맹비난하지만, 노르웨이 학교에서는 사회수업 목표 중 하나가 바로 아이들에 대한 정치의식화다. 좌, 우 이념을 두루 익힌 아이들은 이미 13~14살에 적색당(공산당 격의 급진좌파 정당)이나 녹색당 등을 포함하여 그 어떤 정당이든 청년조직에 가입하여 활동할 수 있다. 한국에서는 ‘공산당에 가입한 중학생’을 상상하기조차 어렵지만 노르웨이에서는 이와 같은 일이 그저 일상의 일부다. 하지만 과연 정치의식이 이 정도로 공고하지 못하다면 복지제도를 계속 지켜낼 수 있을까? 복지제도라는 것은 총자본으로부터 쟁취한 일종의 타협인데, 총자본은 계속해서 그 양보의 폭을 줄이려고 할 것인데 말이다.



노르웨이가 장밋빛 유토피아는 아니다. 그저 극도로 부유하고 철저하게 잘 – 거의 ‘전체주의적’이라고 느껴질 정도로 – 관리되는, 그리고 재분배 시스템이 잘 가동되는 자본주의 사회일 뿐이다. 하지만 재분배 시스템이 지금처럼 잘 가동될 수 있는 배경에는 지난 100여년 동안 노동운동이 만들어낸 ‘사회적 책임’과 ‘평등’의 담론이 있다. 시장에서 자신의 노동을 팔지 못하는, 즉 시장 사회에서 ‘무능력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그 생계와 복지를 사회가 당연히 책임져야 한다. 그리고 모든 시민이 똑 같은 사회적 권리를 누리며 똑 같은 존엄성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그것이다. 이와 같은 이념이야말로 우리가 알고 있는 ‘복지국가 노르웨이’를 살려주고 지켜주고 있다. 



사회적 책임이 통념이 되어 있기에, 복지라는 것은 박근혜의 기초연금공약처럼 지배자들이 주겠다고 해놓고 언제든지 ‘사정이 여의치 않다’고 취소할 수 있는 ‘주인님의 시혜’가 아니라 모두의 당당한 권리다. 그리고 ‘평등’이 전제가 되어 있기에, 복지혜택을 누리는 장애인이나 노년연금생활자 등이 전혀 위축돼 있지 않다. 나에게 노르웨이가 감동을 주었다면, ‘돈 벌 능력이 없는 사람들의 위풍당당한 평상시 태도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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짜라투스트라 2023-02-11 21:43   좋아요 1 | 댓글달기 | URL
공감합니다

북다이제스터 2023-02-11 22:33   좋아요 0 | URL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