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의 무덤 모중석 스릴러 클럽 50
로버트 두고니 지음, 이원경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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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내 동생의 무덤

글쓴이: 로버트 두고니

옮긴이: 이원경

펴낸 곳: 비채


 

경악할 반전은 물론 문학성까지 겸비한 수준 높은 장르 소설. 그런 작품만 쏙쏙 골라 출간하는 비채 출판사가 이번에도 그 깐깐한 안목을 발휘하여 멋진 작품을 선보였다. 끔찍한 주검으로 돌아온 20년 전에 실종된 여동생, 그날의 진실을 찾아 고군분투하는 언니 트레이시의 추리 수사극이 펼쳐지는 《내 동생의 무덤》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작가의 이력이 상당히 독특하다. 이 책을 쓴 로버트 두고니 작가는 열두 살 때부터 작가를 꿈꿨지만, 사회적 성공을 중요시하는 집안 분위기에 따라 변호사가 되었다. 13년의 변호사 생활을 마치고 서른다섯 살의 나이에 오랜 꿈이었던 글쓰기를 시작했는데... 2014년에 발표한 일곱 번째 작품인 《내 동생의 무덤》으로 세계적이 작가로 발돋움했다고 한다. 외국 베스트셀러 추리소설로 단연 손꼽히는 작품! 꿈을 놓지 않고 끝까지 노력한 작가와 날카로운 안목을 지닌 비채 출판사 덕분에 이 책과 함께한 며칠이 더없이 흥미진진했다.

발견되지 않은 동생의 시신, 철저히 조작된 재판으로 범인이 된 한 남자

 

 

한때 고등학교 화학 교사였던 트레이시는 사라진 동생의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경찰이 되었다. 시애틀 경찰국 최초의 여성 강력계 형사가 된 트레이시는 단 하루도 동생 세라를 잊은 적이 없다. 부디 살아만 있기를... 하지만 그 간절한 바람은 세라의 백골이 발견되며 산산히 조각난다. 20년 전, 시신 없는 살인으로 처리된 이 사건은 강간 살인 미수 혐의로 6년을 복역했던 전과자 에드먼드가 범인으로 지목되며 종결되었다. 한데, 이 판결엔 미심쩍은 부분이 있었다. 당시 결정적인 증거로 채택된 세라의 권총 모양 귀걸이와 머리카락. 에드먼드가 끌었던 빨간색 쉐보레 트럭에서 발견된 그 증거들이 실은 누군가 심어둔 것임을 확신한 트레이시는 동생을 죽인 진범을 찾기 위해 에드먼드가 무죄임을 밝히려 한다. 어린 시절 친구였던 변호사 댄의 도움을 받아 이 사건을 다시 법정에 올렸지만, 그 과정은 예상보다 더 힘겹게 흘러가는데... 아버지의 오랜 벗이자 사건의 주요 관계자였던 캘러웨이 보안관, 클라크 검사, 디안젤로 핀 변호사, 이들은 어떤 진실은 숨기고 있는 걸까? 그리고 과연 세라를 죽인 진범은 누구일까?

 

 

 

 


 

 

 

 

날마다 그 생각을 하며 살아.

이번 심리는 내가 마지막으로 세라를 돌보는 길이자,

그날 혼자 두고 간 것에 대해 용서를 구하는 길이야.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몰라도

과거에 무슨 일이 벌어졌는지는 반드시 알아야겠어.

내가 바라는 건 그뿐이야.

그 후에는 나도 거기서 다시 시작할 거야.

스릴러소설추천 《내 동생의 무덤》 p262 중에서...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며 질주하는 추리소설, 과연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이 소설은 2부로 나뉜다. 세라의 백골이 발견된 후, 장례를 치르러 돌아간 고향에서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려 고군분투하는 트레이시와 과거 세라가 실종됐던 당시의 회상이 담긴 1부. 이 전반부에서는 동생을 잃은 트레이시의 참담한 심경을 엿보는 한편, 과거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앙숙이 된 놀래스코 수사국장을 철벽 차단하며 한 마디도 지지 않는 트레이시의 시원한 반격, 그리고 어린 시절 친구 댄과의 기대되는 로맨스가 이야기에 재미를 더한다. 2부에서는 변호사였던 작가의 경험을 여실히 살린 치열한 법정 공방과 외면하고 싶은 끔찍한 진실이 펼쳐진다. 혹시 20년 전 사건의 진실이 너무 궁금하신 분은 406쪽에서 시작하는 58장부터 읽으시길! 하지만 그 이전까지 펼쳐지는 재밌는 사건 전개를 절대 놓치지 않길 바란다. 진실은 어디까지나 마지막에 밝혀져야 하는 법! 독자의 입장에서는 범인에게 미친놈이라 욕하고 끝날 일이지만, 자신 때문에 동생을 잃게 된 트레이시의 참담한 심경에 몰입하며 읽으면 유족으로서 느끼는 고통과 극적 긴장감이 한층 진하게 베어나온다. 과연 내가 트레이시라면 그 진실을 감당할 수 있을까? 제법 묵직한 책의 무게마저 잊고 손목이 아파올 때까지 책장을 넘겼던 《내 동생의 무덤》.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추리소설로 추천! '형사 트레이시 시리즈'가 현재 8권까지 출간되었다고 하니, 다른 작품도 영화와 국내 번역서로 어서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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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니아 - 전면개정판 블랙 앤 화이트 시리즈 3
온다 리쿠 지음, 권영주 옮김 / 비채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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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유지니아

글쓴이: 온다 리쿠 / 옮긴이: 권영주

펴낸 곳: 비채


 

온다 리쿠라는 작가를 알게 된 지도 어느덧 15년째다. 꿈꾸는 듯한 몽환적인 문체 속에서 피어나는 한 떨기 아련한 꽃. 그녀의 글을 읽고 있노라면 꿈결을 헤매는 듯 둥둥 떠다니는 기분 좋은 몽롱함에 취해 현실과 소설 속 세계의 장벽이 무너져버린다. 2007년에 출간됐던 추리소설 『유지니아』가 14년 만에 개정판으로 돌아왔을 때, 사건이 벌어졌던 그해 여름이 아직 끝나지 않았음을 직감했다. 오랜 세월이 흘렀지만 책장을 펼치자, 그때 그 사건이 마치 눈앞에서 벌어지는 듯 생생하게 펼쳐진다. 춤을 추듯 몸을 비튼 채 괴로워하다 죽어간 사람들. 공소시효를 앞둔 사건의 마지막 수사에 나선 듯, 내 심장은 범인을 찾아 격렬하게 뛰기 시작한다.

 

 

 

마을에서 명망 높은 의원 집안의 잔칫날. 우비를 입은 한 남자가 배달한 술과 주스를 의심 없이 마신 사람들이 하나둘 쓰러진다. 아이고 어른이고 할 것 없이 불특정 다수를 목표로 한 무차별 살인. 총 17명이 사망한 이 사건에서, 술을 조금 마셔 사경을 헤맨 끝에 살아난 그 집 가정부를 제외하고 다른 생존자는 딱 한 명. 그 집안의 아름다운 눈먼 딸, 히사코만이 그 모든 상황을 잠자코 지켜보고 있었다. 마치 앞이 보이는 사람처럼. 이야기는 특이한 방식으로 전개된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사건과 관계된 다양한 인물들이 화자로 등장하여 각자 지닌 패를 꺼내는 형식. 인터뷰 때론 독백 혹은 이야기처럼 흘러가는 전개가 소설 속에 또 다른 소설을 읽는 느낌을 준다. 과연 그해 여름의 진실은 무엇일까?

 

 

 

 



 

 

 

아내가 한 말이 머릿속에서 들려왔다.

당신도 처음 만났을 때 그 사람이 범인인지 알아?

...

그래, 알겠어. 이런 경험은 처음이지만, 지금 난 처음 본 순간 그 사건의 범인을 알았어.

그는 천천히 소녀의 침대 옆에 놓인 의자에 앉았다.

지금 내 눈앞에 있는 여자야

온다 리쿠, 『유지니아』 p176 중에서...

 

 

 

이 사건을 조사했던 형사, 살아남은 가정부, 그 가정부의 딸, 범인으로 밝혀진 청년의 옆집에 살던 꼬마, 그해 여름 이야기를 <잊혀진 축제>란 제목의 책으로 엮은 작가이자 당시 사건 관련자, 그녀를 도와 관련자들을 인터뷰한 청년 등등 수많은 인물이 한 사건을 가리킨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자꾸 엇나가는 그들의 진술이 아무리 열심히 머리를 싸매고 고민하며 맞춰 보아도 사건을 더 미궁 속으로 몰아넣는다. 각자의 이야기가 시작할 때, 작가는 화자가 누구인지 정확히 알려주지 않는다. 이야기가 진행된 후 어떤 특징을 넌지시 제시하며 그제야 누군지 파악하게 되는 형식. 덕분에 이야기에 더 집중하며 빠져들게 된다. 이 모든 것을 계산하여 이야기를 풀어낸 온다 리쿠의 필력은 가히 독보적이다.

 

 

 

책장을 덮은 후, 손끝에 저릿하게 남아 있는 여운이 쉬이 가시지 않았다. 이 알다가도 모르겠는 이야기를 어떻게 가슴에 묻어야 할꼬. 온 가족을 비롯하여 총 17명이 목숨을 앗아간 그 끔찍한 사건 현장과 그로부터 20년 후를 그린 이야기이기에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지독하게 잔인하고 용서받지 못할 일이건만... 그 무서운 진실 이면에 한여름 흐드러지게 핀 꽃처럼 펼쳐지는 아름다운 분위기가 너무 당혹스러웠다. 느슨한 듯 술술 풀어낸 이야기가 실은 첫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촘촘하고 탄탄하게 짜인 하나의 완전한 피사체인 셈. 온다 리쿠만이 완성할 수 있는 그 몽환적인 미스터리의 마수에 알면서도 당하는 나는 무엇인가. 『유지니아』, 꼭 추천하고 싶은 일본 추리소설이다. 몇 번을 읽든 후회하지 않을 것이 확실하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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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 - 삼키기 버거운 말은 거르기로 했다
조유미 지음 / 허밍버드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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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

지은이: 조유미

펴낸 곳: 허밍버드


에세이 베스트셀러 《나, 있는 그대로 참 좋다》의 조유미 작가가 또 한 번 가슴 깊이 와닿는 글을 선보인다. 오늘 에세이 추천의 주인공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은 관계의 중심인 '말'이 지닌 힘에 주목하며 현실적인 위로와 구체적인 마음의 길을 제시한다. 요즘 한창 관심이 있던 마음 비우기, 마음 내려놓기, 감정코칭에 더없이 잘 어울리는 책이 아니었나 싶다. 무념무상, 무소유의 상태를 논하는 게 아니라, 내 마음과 생각을 어떻게 더 단단히 키우고 스스로 행복해질 수 있는지를 함께 고민한다고 할까? 살아가며 여러 순간 느꼈던 다양한 감정을 공유하며 그녀가 담백하게 건네는 해결책은 간단명료하면서도 우리가 그토록 그리던 '희망'을 품고 있다.

 

 

 

 

 



 

 

 

내가 나를 믿어줄 때, 그때 내가 가장 강해진다.

 

 

이 책 《또 오해하는 말, 더 이해하는 말》과 함께했던 며칠 동안 재밌는 경험을 했다. 평소엔 목차와 상관없이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하는 스타일인데, 이번엔 제목들이 마음을 사로잡아 그 페이지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그날그날 목차 제목에서 가장 읽고 싶은 글을 쏙쏙 골라 읽었는데, 내 기분 상태에 따라 그 순간에 와닿는 글의 깊이와 감동이 확연히 달랐다. 긍정적이고 따스한 위로가 켜켜이 쌓여갈수록 굴곡 많았던 비포장도로에서 잔잔한 물결이 이는 호수로 곱게 잦아드는 감정의 결. 첫날보다 둘째 날이 더 좋았고, 셋째 날, 마지막 날이 더 좋았다. 가장 먼저 마음을 두드린 글은 '혼잣말도 내가 듣는 말이다'. 별생각 없이 툭툭 내뱉던 혼잣말이 실은 혼자 잔뜩 가시를 세우고 나를 평가하는 '나'였다는 걸 이전엔 미처 몰랐다. '혼잣말을 귀로 들을 땐 가장 작은 소리이지만, 마음으로 들을 땐 가장 큰 소리이다. - p32' 작은 실수를 저질렀다고, 짜증이 난다고, 세상 살기 참 쉽지 않다고... 내가 내뱉었던 부정적인 말을 가장 소중한 자신이 듣고 있었다고 생각하자, 나에게 너무 미안해졌다. 안 좋은 생각이 들 땐 절데 입 밖으로 내뱉지 말고 마음속으로 10까지 세어보자. 그리고 좋은 생각과 나를 칭찬하고 싶을 땐 자신을 토닥이며 큰 소리로 또렷하게 말해주자.

 

 

 

 



 

 

 

인간은 세월을 빌려서 행복을 누리다 가는 거지 영원히 쥐고 있는 건 없다.

 

 

학교에서는 성적 1등, 회사에서는 실적 1등. 우리는 얼마나 숫자에 목을 매달며 살고 있을까? 자본주의 사회에 살 거라면 숫자에 너무 집착해서는 안 된다. 숫자의 노예가 되는 순간, 진짜 행복은 저 먼 곳으로 날아가 버리니까. '누구보다 잘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가 잘하면 된다.'는 조언은 그간 잊고 있던 즐거움에 눈뜨게 한다. 즐겁게 그 일을 했던 순간을 오래도록 누리는 건 모두 우리 마음에 달렸다. 숫자로 평가하기엔 우리는 너무 귀한 존재란 걸 잊지 말자. 그리고 인생의 유한함을 기억하자. 우리는 세월에 의지해서 사는 것이고, 얼마나 많은 것을 얻었든 결국 내려놓고 가야 한다. 절대 놓치지 싫어 안간힘을 쓰며 꽉 쥐고 있던 주먹을 가볍게 펼 수 있다면, 더는 오만해질 이유도, 실패했다고 실망할 이유도 없어진다. 말과 관계에 대한 고민으로 지치고, 자신이 실망스럽다면 이 책을 꺼내 보라고 권하고 싶다. 똑같은 고민을 지니고 사는 우리가 모두 바라는 건 결국 우리의 행복 아니겠는가. 그 행복으로 가는 길이 생각보다 멀지 않음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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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말 - 새로운 번역과 원문을 통해 만나는 셰익스피어의 인생 철학 110가지
가와이 쇼이치로 지음, 박수현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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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셰익스피어의 말

지은이: 가와이 쇼이치로

옮김이: 박수현

펴낸 곳: 예문아카이브 (예문사)


 

 

초등학교 고학년 시절, 엄마는 이 책을 꼭 읽어 보라며 《셰익스피어 4대 비극》과 《셰익스피어 5대 희극》을 사주셨다. 4개와 5개의 희곡을 각각 담은 이 책들은 지금 생각해 보면 어린이용 문고판이라 셰익스피어 원작과는 많이 달랐다. 당시 갓 10대에 들어선 내게 셰익스피어는 뭔가 독특하고 그다지 흥미롭지 않았는데... 복수의 칼날을 갈다가 사랑하는 여인과 어머니를 잃은 햄릿의 처절한 고뇌는 너무 생소한 감정이었고 늙은 아버지 리어왕의 바위 하나 못 맞추고 쫓겨난 코델리아를 이해할 수 없었다. 거세게 몰아치는 바람에 일렁이는 파도처럼 극한을 오가는 감정과 거짓말 같은 삶의 굴곡은 아직 내가 겪어보지 못한 것이었기에. 하지만, 이젠 조금 깨달았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엔 인간이 살아가며 겪는 거의 모든 감정과, 어둠 속 등불처럼 옳은 방향을 알려줄 인생철학이 담겨 있다는 걸. 셰익스피어의 여러 작품 중, 인생의 맛을 깊이 음미할 좋은 책 구절만 골라 건네는 인생 철학책 《셰익스피어의 말》. 이 책과 함께라면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성큼 다가설 수 있다.

 

 

 

알찬 구성과 저자의 배려심이 돋보이는 철학책 《셰익스피어의 말》

 

 

이 책은 셰익스피어 희곡 총 40편과 《셰익스피어 소네트》 중에서 110가지 말을 골라 정성 가득한 해설을 더했다. '후회하지 않도록, 삶이 고민된다면, 인간관계로 고민한다면, 전환기를 맞이했다면, 성장하고 싶을 때, 공허함에 사로잡혔다면, 풍요로움에 대해 생각한다면, 연애로 고민이라면.' 저자는 누구나 살면서 겪게 될 고민의 순간을 정의하고, 그때 읽으면 도움이 될 셰익스피어의 좋은 책 구절을 꼽아 따스한 조언을 전한다. 책 말미에는 희곡 총 40편의 줄거리를 집필 순서대로 정리해두었다. 장르로 분류하자면 비극, 희극, 역사극, 문제극, 로맨스. 아직 원작을 읽지 못한 작품도 저자가 정리해둔 줄거리를 통해 일면식을 트면, 그 작품에서 셰익스피어가 전하고자 한 인생철학을 더 깊이 받아들일 수 있다. 주옥같은 문장이 가득하여 필사하기 좋은 책이다.

 

 

 

 


 

 

 

 

올곧아라,

그리고 두려워하지 말라.

『헨리 8세』 제3막 제2장

 

 

 

셰익스피어의 문장은 시대의 차이는 느껴질지언정, 촌스럽거나 허무맹랑하진 않다. 단 하나의 문장으로 심장을 뜨끔하게 하기도 하고, 저자가 이 문장을 왜 골랐는지 알쏭달쏭한 경우도 있다. 깊이 공감하든, 어색한 괴리감을 느끼든 확실한 건 모두 인생에 피가 되고 살이 되는 문장들이라는 점. '시간은 사람에 따라 다르게 흘러.' 늘 시간에 쫓기는 나는 하루가 48시간이기를 바란다. 하지만 48시간이 된대도 과연 만족할 수 있을까? 저자는 시간은 누구에게나 똑같이 객관적인(크로노스) 것이지만 주관적인 시간(카이로스)은 다르다고 말한다. 무언가에 열중하고 사랑할 때, 흥분되어 두근거릴 때 시간은 눈 깜짝할 사이에 흘러간다고. 카이로스가 충실한 삶을 살면 인생이 더할 나위 없이 즐거워지고, 똑같은 시간을 보내도 알찬 시간을 보내면 짧은 인생도 더 길어진다. 셰익스피어와 저자는 알찬 인생의 답이 '사랑하는 것'이라 했지만, 나는 그 해답을 '몰입'에서 찾았다. 온 힘과 마음을 다해 열정적으로 그 순간에 충실할 것! 그 순간 하나하나가 모여 내 인생을 더 뜻깊고 의미 있게 만들어줄 거라고 믿는다. 셰익스피어의 좋은 책 구절을 통해 인생을 공부하는 철학책 추천. 필사하기 좋은 책이니 매일 한 문장씩 써보며 잠시 명상하는 시간을 가져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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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정영욱 지음 / 부크럼 / 202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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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글쓴이: 정영욱

펴낸 곳: 부크럼


 

 

인생이 참 마음처럼 풀리지 않는 날들이 있다. 고슴도치처럼 잔뜩 가시를 세운 채, 몸을 둥글게 말고 있어도 기분이 풀리지 않는 그 순간. '위험, 건들지 마시오!'라는 신호를 보지 못하고 섣불리 위로하려 들었다간, 너와 내가 아닌 남보다 못한 사이가 될 수 있는 아슬아슬한 상황. 이럴 때 가장 좋은 처방전은 뭘까? 내 경우엔 에세이를 읽는 거다. 세상 어디에도 내 편 하나 없는 것 같은 울적한 날, 위로는 고픈데 혼자 있고 싶은 순간, 그냥 누군가와 대화하고 싶을 때... 딴생각하지 말고 에세이를 펴자. 짧은 글이 켜켜이 쌓일수록 마음은 점점 차분해지고, 나도 모르겠던 내 마음을 알아주니 울컥했다가, 이내 마음이 풀려 슬며시 미소 짓기도 하는 에세이를 읽는 시간. 오늘은 딱 그런 순간에 추천하고 싶은 특효약을 만났다. 에세이 베스트셀러 《참 애썼다 그것으로 되었다》를 쓴 정영욱 작가의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이분은 부업으로 작명소를 하시나? 어쩜 제목을 이렇게 잘 뽑아내는지 제목부터 반은 합격이다.

 

 

 

기승전결이 확실한 위로책

 

 

혹 이런 순간이 있었는지 떠올려보자. 위로하고 기분을 풀어주겠다며, 입을 꾹 다물고 있는 친구를 채근한 적은 없는지... 혹은 누군가 내게 건넨 섣부른 위로에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아버린 적은 없는지... 이 책은 그런 심정을 너무 잘 헤아리며, 조심스럽게 다가온다. '얼마나 힘들었고 얼마나 괴로웠는지 차마 내가 다 알겠냐마는 그래도 당신 참 힘들었겠다. 어떤 힘듦인지 따지기 전에 이 말부터 해주고 싶다. 괜찮다. 다 괜찮을 거다.' 세상에, 이렇게 위로하며 다가오는데 마음을 열지 않을 사람이 있을까? 눈물 핑 도는 따스한 위로에 마시멜로처럼 말랑말랑해진 마음으로 그와 나눈 대화는 즐거웠다. 여느 날과 다를 것 없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무탈해서 다행이었던 하루. 때론 무책임하게 내일의 나에게 맡겨도 인생은 별로 달라질 게 없다는 소심한 배짱. 진짜 복수는 누군가를 망가트리는 게 아니라 내가 잘되는 거란 사실. 사람은 고쳐 쓸 수 없으니 괜히 기운 빼지 말고 진짜 소중한 사람에게 잘하라는 말. 끝날 줄 모르고 오래도록 이어진 즐거운 대화에 마음속에 있던 크고 작은 걱정거리가 별거 아닌 일처럼 느껴진다. 정말 기승전결이 확실한 위로책!

 

 

 

 


 

 

 

세상 어디 들춰 봐도

너보다 소중하고 귀한 건 없다.

 

망가뜨리지 말고,

함부로 대하지 말 것.

에세이베스트셀러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중에서...

 

 

 

나의 가장 큰 적이자, 아군은 바로 나

 

 

만만치 않은 세상살이, 인간관계, 우정, 사랑 등 다양한 주제로 깊은 대화가 오갔지만, 사실 모든 해답을 쥐고 있는 사람은 따로 있었다. 바로 나 자신. 나를 가장 힘들게 하는 사람도 나. 나를 가장 행복하게 하는 사람도 나. 이 책은 힘들어하지 않아도 될 일에 힘들고, 힘들어해도 해결하지 못할 일에 힘들면 그건 정말 내 탓이라 꾸짖는다.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그 힘든 순간엔, 작가가 전한 따스한 조언과 응원을 떠올려보자. 염려할 가치, 힘들 가치가 있는 일에만 신경 쓸 것. 포기할 일이라면 온 마음을 다해 놓아주고 후회할 일이라면 마음 아프게 아파하라. 잠시 흐릴지언정, 맑은 날은 반드시 찾아오니까. 책을 덮고 나니, 마음 잘 맞는 친구와 오랜만에 만나 그간의 하소연을 다 털어놓은 듯 후련하다. 슬그머니 미소지으며 나와 당신, 우리 모두에게 건네는 마법 같은 위로를 나지막이 소리 내어 말해본다. '잘했고, 잘하고 있고, 잘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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