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 조선을 뒤흔든 예언서, <귀경잡록>이야기
박해로 지음 / 북오션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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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글쓴이: 박해로

펴낸곳: 북오션


 

공포 스릴러 《신을 받으라》를 읽고 신선한 충격을 받은 후, '박해로'라는 이름은 믿고 읽어도 좋다는 확신이 생겼다. 그 후로 몇 번이나 더 그의 작품을 손에 들었지만, 한 번도 후회한 적은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뭐랄까... 머리를 한 대 세게 얻어맞은 느낌. 늘 신선한 충격을 선사하는 작가이기에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이야. 솔직히 말하면, 소설 초반엔 집중하지 못하고 속았다는 기분에 알 수 없는 배신감까지 느꼈다. (예상과 달라도 너무 달랐으므로!) 한데, 책장을 넘길수록 그가 쌓아 올린 견고한 세계는 하염없이 나를 빨아들였다. 누구도 간 적 없는 특별한 시공간에서 펼쳐지는 엄청난 이야기. 이 책의 장르를 뭐라 딱 규정하긴 어려울 듯하다. SF소설, 판타지소설, 호러, 스릴러. 이 중 어떤 장르를 붙여도 이 작품은 고개를 저으며 꿀꺽 삼켜버릴 것이다. 이 책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는 말한다. 자신의 장르는 '박해로'라고.

 

 

 

귀경잡록과 원린자

 

 

박해로 작가가 구축한 방대한 세계관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귀경잡록》과 원린자 그리고 추종자의 존재를 꼭 집고 넘어가야 한다. 세종 20년, 건국 신화를 부정하고 백성을 미혹한다는 이유로 금서로 지정된 《귀경잡록》. 이 책은 미래의 모습과 예언을 담은 책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우주의 창업자가 있으며 그 존재가 부리는 원린자들이 호시탐탐 세상을 노린다고 말한다. 이 원린자는 오늘날의 외계인과 같은 존재라고 한다. '뱀 껍질의 선비'로 알려진 《귀경잡록》의 저자 탁정암은 인류를 위기에 눈 뜨게 하려는 의도로 이 책을 지었지만, 탐욕에 눈이 먼 인간들이 이 책을 악용한다. 《귀경잡록》이 백성에겐 혁명의 증거로, 탐관오리들에겐 원린자에게 자기 죄를 뒤집어 씌을 근거로 사용되는 바람에 저자 탁정암은 혹독한 고문 끝에 끔찍한 최후를 맞이한다. 하지만 온 나라를 뒤져, 찢고 태운 《귀경잡록》은 끈덕지게 유포되고 후대로 전해져 유구한 천수를 누린다. 이 희대의 금서이자 불멸의 책인 《귀경잡록》을 둘러싼 다양한 사건을 담은 시리즈 중 한 권이 바로 이 책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다. 총 100편 완성이 목표라는 이 시리즈의 흥미로운 귀추가 주목된다!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와 <암행어사>

 

 

이번 책에선 두 편의 연작소설이 이어진다. 《귀경잡록》이란 공통점을 지니고 펼쳐지는 두 이야기는 눈에 띄는 접점은 없지만, 언제 어느 순간 연결될지 모르니 주의 깊게 지켜봐야 한다. 앞서 출간된 귀경잡록 시리즈에서도 간간이 지난 이야기가 연결된 적이 있다고 하니, 시리즈가 더 진행되면 나중에 접점을 찾는 재미가 쏠쏠할 듯. 표제를 차지한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에서는 불시에 이상한 부름을 받은 사람들이 하나둘 사라진다. 신분과 재산에 상관없이 불특정 다수를 상대로 한 괴이한 실종 사건은 훗날 그들이 존비 대군이 되어 나타나며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한다. '귀하거나 비천하거나 죽어서는 똑같은 물괴'란 뜻의 존비는 우리 시대의 매니아층이 열광하는 좀비와 같은 존재다. 영화 속에서 느릿느릿 쓰러질 듯 걷던 좀비들이 어느 순간 뛰기 시작했을 때의 공포란! 이 작품에 등장하는 존비들은 그보다 더 강력하고 기상천외하다. <암행어사>에서는 '귀경잡록'을 해독하고 세상이 불허하는 지식을 추구하는 15명의 양반 사대부 집단 '토린결'이 등장한다. 신분을 숨기기 위해 늘 얼굴에 탈을 쓰고 모였지만, 다툼이 벌어지며 두 사람의 얼굴이 공개되는 불상사가 발생한다. 얼마 후, 사또와 암행어사로 마주한 두 사람은 뜻밖의 결말을 맞이하게 되는데... 누구 하나 믿을 수 없는 상황 속에서 쾌락과 탐욕 그리고 잘못된 선택에 빠진 인간의 처절한 말로에 씁쓸함을 금할 길이 없었던 이야기.

 

 

 

 


 

 

 

"영원히 죽지 않는 자가

살육의 새벽을 피로 물들인다!"

- 박해로, 《화승총을 가진 사나이》

 

 

 

 

신선한 충격와 흥미진진한 전개!

 

 

어느 시대에나 종말론과 공포의 대상은 존재한다. 이 소설의 배경인 조선시대의 물괴, 즉 존비는 K-좀비의 신호탄을 쏘아 올린 영화 <부산행>과 전 세계를 열광하게 한 드라마 <킹덤>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박해로 작가의 세계관에 존재하는 존비는 일종의 모방품이 아닌 오리지널의 느낌을 풍긴다. 그들이 어떤 사특한 힘에 의해 조종되고 타락하는지, 책에서 넌지시 알려주는 사실만으론 아직 이 세계관을 완성할 순 없다. 작가는 분명 자신이 지닌 수많은 패를 하나씩만 보여줄 것이다. 100편 완성이 목표인 시리즈니, 적어도 100개 이상의 패를 쥐고 있을 테고 따라서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상일 거다. 당혹스러웠던 첫 만남이 탐독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귀경잡록' 시리즈, 이게 바로 '박해로'라는 장르 그 자체다. 그는 어떻게든 마블 시리즈 만큼이나 방대한 세계관을 완성해낼 거다. 애독자로서 그 한 걸음, 한 걸음을 놓치지 않고 함께할 예정. 100편 완성 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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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화가 잘못됐습니다 - 의사가 가르쳐주는 시간을 멈추는 식사법
마키타 젠지 지음, 김윤희 옮김 / 더난출판사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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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노화가 잘못됐습니다

지은이: 마키타 젠지

옮긴이: 김윤희

펴낸 곳: 더난 콘텐츠


 

아쉽게 작년을 보내고 반갑게(?) 새해를 맞이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벌써 1월의 절반이 흘러버렸다. 세월이 어찌 이리 빠른지, 정신 차려 보면 차곡차곡 쌓여 있는 나이와 주름살. 작년에는 살이라도 빼야겠다 싶어 1년 내내 열심히 다이어트를 했고, 올해는 좀 더 균형 잡힌 양질의 식사로 건강을 다지는 게 목표다. 그 옛날 진시황처럼 불로초를 찾아 헤맬 일이야 없겠지만, 노화를 막고 싶은 건 아마 모두가 바라는 소망일 텐데... 어쩌면 우리는 이미 손에 답을 쥐고도 알아보지 못하는 듯하다. 그 확실한 해답은 우리가 매일 먹는 식사에 있다. 의사가 가르쳐주는 시간을 멈추는 최강의 식사법 《노화가 잘못됐습니다》를 통해 앞으로 어떻게 식단을 꾸려야 할지 꼼꼼하게 점검해보자.

 

 

 

 


 

 

 

 

 

AGE란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s'의 줄임말로, '최종당화산물'이라고 번역합니다.

단백질이나 지방과 당이 결합해서 생기는 당화물질을 가리키는데요.

좀 더 쉽게 말하자면, 몸 안에 '녹'이 생기는 것입니다.

《노화가 잘못됐습니다》 '들어가는 말' 중에서...

 

 

 

AGE라는 용어가 좀 생소했는데, 쉽게 말해 몸 안에 '녹'이 생기는 거라고 하니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이 AGE는 몸의 노화를 가속하고, 심장병과 동맥경화, 암, 치매, 기미와 주름 등 모든 안 좋은 현상을 초래한다고 하니 어떻게든 피하고 줄이도록 노력해야 한다. 이 책엔 식습관을 통해 AGE를 줄이는 방법과 증상별 노화를 멈추는 법, 남성과 여성 맞춤형 고민 해결법, 증상별 회춘 대책, 그리고 시간을 멈추는 20가지 음식에 관한 다양한 정보가 꼼꼼하게 실려 있다. 흡연, 스트레스, 대기오염, 강한 자외선 때문에 증가하는 활성산소는 세포에 상처를 입히고 노화를 촉진한다. 타서 눌어붙은 물질이 몸속에 쌓인다면? 과연 우리 몸이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노릇노릇한 색이야말로 노화의 원인이 되는 AGE 덩어리하고 한다. 음식은 가급적 조리하지 않은 날 것의 형태나 찌고 삶는 방식으로 조리해야 몸에 좋다. AGE를 물리치려면 평소 녹차에 든 카테킨 성분과 생선과 육류에 있는 비타민 B군을 잘 섭취하고 근육 운동과 걷기 운동을 해야 한다. 노화를 재촉하는 요인은 당질 과다 섭취와 튀기고 굽고 조린 음식들, 자외선 많이 쬐기와 흡연이라고 하니 하나라도 해당 사항이 있다면 단칼에 정리하자!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바로 건강한 식사에 있다!

 

 

젊고 건강하게 사는 비결은 어떻게 먹고 사는지에 달려 있다. 너무 당연한 말이지만, 그 당연한 말을 지키지 못해서 문제! 잘 지켜보자고 다짐하며 이 책에서 권한 식습관을 다시 정리해보자. 튀기거나 굽는 조리법은 피할 것. 약간의 알코올은 몸에 좋다고 하니, 당질이 높은 맥주보다는 폴리페놀이 함유된 레드 와인을 한 잔씩 즐기자. 기분이 안 좋을 때 단 것을 찾는다면 당질 중독이 의심되니, 당질 섭취를 끊어야 한다. 단맛이 간절하다면 꿀을 먹어라. 불면증이 있다면 취침 전에 허브티와 물을 마시자. 사람의 몸은 수분과 지방 성분을 제외하면 거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다. 양질의 단백질을 꾸준히 섭취할 수 있도록 신경 쓸 것! 이 상식적인 일을 해내지 못하고 젊음과 건강을 잃다니... 자신에게 정말 몹쓸 짓을 하는 건 아닌지 스스로 반성의 시간을 가졌다. 달콤하고 맛있는 케이크와는 당분간 안녕해야 할 듯! 이제 최강의 식사 비법을 알았으니 하루하루 건강한 식단으로 건강의 기틀을 마련해보자. 오늘의 추천도서 《노화가 잘못됐습니다》, 눈에 쏙 들어오는 삽화와 도표 덕분에 이해하기 쉽고, 건강을 위해 꼭 필요한 정보가 담겨 있으니 꼭 읽어보시길! 우리 함께 젊어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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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사의 러블리 페이퍼 돌
오천사(O1004) 지음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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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오천사의 러블리 페이퍼돌

만든이: 오천사(O1004)

펴낸 곳: 한스미디어


 

얼마 전, 의도치 않게 꼬마와 오래도록 집콕해야 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 꼬마는 어째 돌아서면 심심한 것인가! 하루 식사는 세 끼이거늘, 심심한 순간은 한도가 없어서 수십 번도 더 찾아오니 어찌나 난감했던지. 다양한 방식으로 놀아주다가, 놀 거리가 떨어진 순간 구세주처럼 나타난 책이 있었다. 바로 《오천사의 러블리 페이퍼 돌》. 어린 시절부터 만화 속 공주님을 보며 그림을 그리고 종이 인형을 직접 만들어 놀던 한 소녀. 그 소녀가 이제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득 담아 작품 활동을 펼치는 작가가 되었다. 이 책에는 오천사 작가가 즐겨 입는 스타일이나 입고 싶었던 스타일을 포함하여 총 12가지 콘셉트의 페이퍼 돌이 담겨 있다.

 

 

 

 


 

 

 

 

어린 시절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페이퍼 돌!

 

 

데이트 룩, 모던 룩, 신화 룩, 동화 룩, 한복, 프레피 룩, 레트로 룩, 스포티 룩, 패턴 룩, 로코코 룩, 스페셜 룩, 프리티 룩. 일상에서 편하고 예쁘게 입을 수 있는 다양한 옷과 평생 입을 일이 있을까 싶은 우아하고 아름다운 드레스도 가득하다. 예쁜 그림에 탄성을 지르는 꼬마를 보며 어린 시절 종이 인형을 갖고 놀았던 추억이 새록새록. 이건 아이들도 좋아하지만, 어른에게도 참 좋은 책선물이다. 딸과 함께 머리를 맞대고 마음에 드는 그림을 가위로 싹둑싹둑. 사실 가위질이 살짝 힘들긴 했다. 칼집이 없는 게 이 책의 유일한 단점. 톡톡 뜯을 수 있다면 더 좋았을 텐데... 그래도 그림이 참 예쁘니 불만 없음!

 

 

 

 



 

 

 

 

당연히 공주풍 옷을 고를 줄 알았는데, 꼬마의 첫 선택은 모던 룩이었다. 예상을 깬 꼬마의 선택에 잠시 당황했지만, 다시 물어봐도 '이거'라고 확실히 답해서 바로 자르기 작업 시작! 옷은 물론 모자, 가발, 구두까지 소품도 다양하다. 다 자르고 이 옷, 저 옷 바꿔 입히던 꼬마가 딱풀을 달라고 했다. '응? 이거 붙이면 이제 옷 못 갈아입히는데...?' 활동적인 꼬마가 가지고 놀기엔 옷이 고정이 안 되어 살짝 불편했나 보다. 그래도 참 재밌게 갖고 놀아서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던! 덕분에 강제 집콕 기간 동안 도움이 많이 됐다. 어른과 아이 모두에게 참 좋은 책선물 《오천사의 러블리 페이퍼 돌》, 이 책과 함께 추억의 종이 인형 놀이에 빠져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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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0일 밤의 미술관 : 이탈리아 - 내 방에서 즐기는 이탈리아 미술 여행 Collect 13
김덕선 외 지음 / 동양북스(동양문고)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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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지은이: 김덕선, 김성희, 유재선, 이영은

펴낸 곳: 동양북스


 

오늘 남길 글의 주인공은 손꼽아 기다렸던 책이다. 베스트셀러도서 '90일 밤' 시리즈의 신간 《90일 밤의 미술관: 이탈리아》. 미술관련 책 중에서 단연 눈에 띄는 이 시리즈는 《90일 밤의 미술관》, 《90일 밤의 미술관: 루브르 박물관》 그리고 이번 신간 이탈리아 편까지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서양 미술사의 가장 중요한 순간을 이끈 이탈리아를 무대로 펼치는 미술 여행. 읽는 내내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 힐링책이기에 책리뷰를 남기는 이 순간에도 가슴이 두근두근 뛴다. 10년 넘게 수많은 현지 관람객이 열광한 이탈리아 국가 공인 가이드분들의 해설이니, 이건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그냥 믿고 읽으면 만족, 대만족!

 

 

 


 

 

 

수백 년의 감동을 전하는 이탈리아를 온 마음으로 품다!

 

 

 

2,800년의 역사를 품고 있는 영원의 도시, 로마. 르네상스를 화려하게 꽃피운 도시, 피렌체. 전통과 현대가 공존하는 국제도시, 밀라노. 독특한 매력과 낭만의 도시, 베네치아. 그밖에 나폴리, 시칠리아, 크레모나, 피아첸차, 볼로냐 등에 있는 눈부시게 아름다운 작품들이 소개된다. 가이드의 따스하고 깊이 있는 해설로 멋과 풍미를 한층 더한 예술 작품은 오래도록 잊지 못할 뜨거운 감동으로 가슴을 촉촉하게 적신다. 자꾸만 줄어드는 남은 페이지가 아쉬워 아껴 읽으려고 몇 번이나 시도했지만, 차라리 얼른 다 읽고 또 읽자는 마음이 앞서 앉은 자리에서 다 읽어 버렸다. 첫 작품부터 마음을 사로잡아 버리니 이건 뭐 이성적으로 버텨낼 재간이 없다. 얼굴과 팔다리가 훼손된 채 발견된 <벨베데레의 토르소>. 완전하지 않아도 그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건 바로 이런 경우가 아닐까?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영웅 아이아스의 자결 직전 모습이라 추정되는 이 작품은 비록 표정은 알 수 없지만, 작은 근육 조직 하나, 미세한 뒤틀림까지 고통으로 절규하는 영웅의 참담한 심경을 더없이 잘 표현해내고 있다. 주요한 부위가 거의 다 훼손된 작품이지만, 여느 예술품보다 더 위풍당당한 위엄을 풍긴다. 그 자체로 독보적인 존재가 된 셈!

 

 

 


 

 

 

미술사를 찬란하게 빛낸 천재들과의 만남!

 

 

 

조각가 출신이었지만, 4년의 피나는 노력 끝에 로마 시스티나 성당 <천장화>라는 역작을 남긴 미켈란젤로, 그런 그를 무시하고 시샘했지만 <천장화>에 깊이 감명받고 그를 존경하게 된 라파엘로. 미켈란젤로와 같은 이름으로 태어났지만, 출신 지역의 이름으로 알려진 악동 카라바조 등 화가 간에 얽힌 사연과 작품에 숨겨진 다양한 뒷이야기가 펼쳐지니, 마치 야사라도 읽는 듯 흥미진진하다. 이탈리아 사람들이 가장 아름다운 키스를 담은 명화로 꼽은 프란체스 하예즈의 <키스>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연인의 애절한 사랑을 표현한 듯한 이 그림은 실은, 프랑스와의 동맹이 주는 희망을 묘사해달라는 의뢰를 받고 완성된 작품이다. 젊은 청년이 입은 초록색과 빨간색 옷은 이탈리아 국기, 여인이 입은 파란색과 하얀색 옷은 프랑스 국기를 상징한다. 연인은 곧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동맹을 뜻하며 여자 뒤로 보이는 그림자는 곧 패배하게 될 오스트리아를 암시한다. 아름다운 연인의 모습에 이토록 큰 정치적 상황과 의도가 담겨 있다니 서프라이즈에 나올 일! 하예즈는 이 작품 이후에 <키스>를 두 번 더 그렸다고 한다. 여인의 드레스 색과 허리선이 꺾이는 차이를 보며 감상해보자!

 

 

 

명화와 조각을 사랑하게 되기 전까지, 내게 이탈리아는 그저 오드리 헵번이 참 예쁘게 나왔던 영화 '로마의 휴일'과 베네치아 운하에 떠다니는 곤돌라로 기억되는 곳이었다. 서양 미술에 관심을 두게 되면서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아우르는 이탈리아 거장들의 눈부신 활약을 되짚으며 꿈결 같은 시간을 보내곤 했다. 유럽은 가본 적도 없지만, 전생에 한 번쯤은 서양 미술의 본고장에 살지 않았을까 싶을 정도로 보이지 않는 손이 심장을 움켜쥔 듯 찌릿한 고통과 감동의 눈물을 흘린 적도 여러 번. 이 책 《90일 밤의 미술관》은 함께한 모든 순간이 감동이었다. 내 취향을 제대로 저격한 힐링책! 책리뷰를 남기는 이 순간에도 깊고 진한 여운에 손끝이 저릿하다. '90일 밤' 시리즈, 다음 행선지는 어디일까? 부디 머지않은 시일에 꼭 만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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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꼬치의 기쁨
남유하 저자 / 퍼플레인(갈매나무)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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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양꼬치의 기쁨

지은이: 남유하

펴낸 곳: 퍼플레인


 

학창 시절 내 사랑이었던 공포 영화. 한데 잔상으로 남은 무서운 장면이 어찌나 오래 가던지 매일 악몽을 꾸기 일쑤였다. 결국 눈물을 머금고 이별을 고했지만... 여러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각종 귀신과 살인마들이 하루가 멀다 하고 쫓아오며,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를 외쳐대기가 3년. 그래도 역시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 했던가? 내가 그들은 잊은 건지, 그들이 날 포기한 건지... 그렇게 난 악몽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이미 끝난 사랑 뒤도 돌아보지 말아야 옳거늘, 가끔 그 감성이 그리워 슬그머니 눈을 돌리곤 했다. 근데 대체, 왜, 어째서 만나는 책마다 B급 감성으로 흘러가는지, 쥐어짜는 공포에 실망하기 연속. 하지만 운명은 불현듯 찾아온다. 이젠 정말 아닌가 싶었던 순간 만난 내 운명의 빨간 실. 이토록 오싹하고 잔혹하며 끔찍하게 재밌는 이야기는 처음이다. 남유하 작가의 단편 모음집 《양꼬치의 기쁨》, 호러 장르를 좋아한다면 꼭 읽어야 할 한국 단편소설!

 

 

 

재밌게 읽다가, 문득 소름이 돋아 뒤돌아보는 오싹한 단편소설

 

 

짧은 분량 안에 기승전결을 갖춰야 하기에 재밌고 잘 짜인 단편소설을 만나기란 여간해선 쉽지 않다. 시시하게 마무리되기 십상이라 조마조마하며 읽는 경우가 많은데, 남유하 작가의 이야기는 이런 조바심을 느낄 새가 없달까? 방문 하나가 잠긴 집에서 서서히 미쳐가는 여인의 잔혹함이 돋보였던 <닫혀 있는 방>, 작가가 꿈에서 본 공간을 담아냈다는 <초신당>, 양꼬치의 정체를 알고 나니 다시는 먹지 못할 듯한 <양꼬치의 기쁨>, 시간이 거꾸로 흐르며 자기 손으로 죽였던 아내를 다시 마주한 남자 <뒤로 가는 사람들>, 죄의 무게에 따라 신체를 제거하는 끔찍한 형벌과 알 수 없는 잔혹한 진실 <상실형>, 남편의 군대 후임을 집에 들이게 된 부부에게 벌어지는 끔찍한 악몽 <초대받은 손>, 얼굴에 흉터를 남긴 언니에게 복수를 꿈꾸는 여동생 <흉터>, 시간을 역으로 거스른 완성도 높은 좀비 스릴러 <기억의 꿈>과 <내 이름의 제니>, 지구 멸망까지 앞으로 2시간이 남은 상황에서 살인을 꿈꾸는 주인공 <두 시간 후, 지구 멸망>. 군더더기 없이 매끄럽게 흘러가는 짜릿한 단편소설을 무려 10편이나 만나다니. 이런 행운이 있나!

 

 

 

 


 

 

 

 

악몽의 세계로 가는 초대장!

 

 

추운 겨울, 예열이 필요한 자동차처럼, 보통은 이야기에 빠져들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남유하 작가의 글엔 예열이란 필요 없다. 첫 문장을 만난 순간 부르릉~ 명쾌하게 쾌속 질주! 흥미진진한 내용에 푹 빠져 감탄하며 읽다가, 문득 다시 떠올리면 정말 잔혹하기 짝이 없다. 살인, 악령, 좀비, 심지어 외계인 침공까지. 대체 어떻게 이런 상상력을 지녔을까? 이 모든 이야기가 그녀가 평생 달고 사는 악몽의 연장선이란 사실이 더없이 놀랍다. 무서운 것과 기괴한 것을 사랑하며 즐거운 악몽을 즐기는 작가는 얄궂게도 이런 말을 건넨다. '오늘 밤에는 베개를 꼭 안고 주무세요. 악몽이 당신을 찾아갈 수도 있으니까요.' 맙소사. 이 책을 만난 순간 나는 이미 악몽의 세계에 발을 들인 것이다. 하지만 그 달콤한 속삭임과 짜릿함에 취해 이번만큼은 즐거운 악몽을 꿀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자신 있게 외쳐보는 단편소설 추천! 무엇을 상상하든 기대 이상인 《양꼬치의 기쁨》 꼭 읽어보시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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