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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 안철우 교수의 미술관 옆 호르몬 진료실
안철우 지음 / 김영사 / 2022년 2월
평점 :
제목: 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지은이: 안철우
펴낸 곳: 김영사
어떤 주제든 어떻게 접근하는지에 따라, 흥미와 관심을 유발하는 정도는 천차만별이다. 분명 알아두면 좋은 내용인 건 알겠는데, 하품 나오게 전문 지식만 나열한다면 과연 우리는 몇 분이나 집중할 수 있을까? 각자 다른 장르로 활동하던 가수들이 손을 잡고 신곡을 발표하여 화제를 모으듯, 출판 시장에도 여러 작가가 협업하거나, 색다른 장르의 조합으로 여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책들이 종종 등장한다. 천문학, 오컬트, 심리 치료 등 다양한 주제로 접근한 미술 관련 책을 만나봤지만, 이번에 만난 책은 눈이 휘둥그레지는 조합이다. 명화와 호르몬이라니! 내분비당뇨병센터와 혈관대사연구소장으로 활동하는 명의 안철우 교수가 명화를 통해 14가지 호르몬 이야기를 재밌게 풀어낸다. 미술관 옆 호르몬 진료실이란 발상도 흥미롭고, 내용은 더욱 더 흥미진진한 명화 큐레이션. 이 책을 읽는 순간, 파격적인 명화 감상법에 눈 뜨게 된다!
뭉크를 절규하게 만든 호르몬의 정체는? 모나리자는 어떤 병을 앓고 있었을까?
아직도 미지의 영역이라는 호르몬. 그 호로몬에 인생의 희로애락이 담겨 있다는 사실을 아시는지? 호르몬을 알면 모든 감정의 실마리를 풀 수 있음은 물론이고, 건강을 증진하고 노화를 늦출 수 있다고 한다. 심지어 불로장생의 꿈까지 가능할지도! 그런 신비로운 호로몬의 세계를 명화 감상을 통해 알아가는 이 특별한 여정은 더없이 유쾌하고 진진하다. 기쁨, 분노, 슬픔과 즐거움이란 4개의 큰 줄기를 따라 오밀조밀 탐스러운 열매처럼 달려있는 14가지 호르몬 이야기. 뭉크는 어쩌다 그토록 절규하며 그런 자신의 모습을 화폭에 담게 되었을까? 피오르 해안과 도시가 한눈에 보이는 다리 위를 걷던 뭉크. 그순간 핏빛으로 물든 불타는 하늘이 돌연 도시와 해안을 집어삼키는 듯한 형상이 펼쳐졌다고 한다. 그때 어디선간 들려온 큰 비명. 미지의 막연한 두려움, 그 절규를 경험한 뭉크에게 충동과 집착 그리고 두려움의 호르몬인 도파민이 과잉 분비되었다. 재밌는 건, 도파민이 지나친 권력욕과 갑질 그리고 사랑에 빠지는 일 등 다양한 분야에 관련이 있다는 점. 모나리자는 왜 눈썹이 없을까? 16세기에는 눈썹을 모두 뽑는 게 유행이었다고 하지만, 의사의 관점에서 보면 다르다. 어쩌면 모나리자는 갑상선기능저하증을 앓았을 수도 있다. 그 질환은 눈이 건조해지고 눈두덩이 붓게되며 머리카락은 가늘어지고 눈썹은 심하게 빠진다. 어쩌면 우울해보이기까지 한다는데. 모나리자의 모습이 딱 그러하다. 명화 속 인물과 화가의 건강 상태를 듣다 보니, 왠지 '줄을 서시오!'를 외치며 미술관마다 왕진을 돌아야 하는 건 아닌가 싶다.
미술관과 진료실을 오가며 즐기는 유쾌한 호르몬 탐구!
이 책을 읽다 보면, 분명 미술관에 있었는데 어느 순간 진료실에 앉아 상담받고 있는 신선한 경험을 하게 된다. 단숨에 순간 이동했을 리는 없건만, 물 흐르듯 매끄럽게 이어지는 안철우 교수의 문장이 너무 자연스럽게 사람을 들었다 놨다 한달까? 의학적 소견을 담은 전문가의 감상평으로 다시 보는 명화는 더없이 새롭고 독특하다. 천명자 화백의 <내 슬픈 전설의 22페이지> 감상 때는, 순간 너무 웃겨서 빵 터져버렸다. '수면 호르몬'으로 알려진 멜라토닌은 혈압과 혈당의 조절, 심지어 피부색에도 영향을 미친다. 안철우 교수는 이 그림이 아름다우면서도 슬프게 느껴지는 건 건강한 낯빛이 아닐 만큼 힘겨운 상황 속에서도 세상을 또렷하게 바라보는 여인의 강인함 때문이 아니겠냐고 말한다. 하지만 이내 의사로서 권유하는데... 만약 거울에 비친 자신의 얼굴이 저 그림 속 '미인'처럼 보인다면 아름답다고 감탄할 게 아니라 하루빨리 병원에 들르란다. 아, 다시 생각해도 너무 웃긴 급반전! 자, 다들 들으셨죠? 안색이 잿빛이면 바로 병원으로 달려가셔야 합니다! 명화 감상과 호르몬 분석으로 끝이 아니라, 호르몬의 균형을 되찾아줄 식습관, 생활 습관 등의 처방전까지 담겨 있어 더 유익한 책 《뭉크 씨, 도파민 과잉입니다》. 명화 감상과 더불어 재밌는 호르몬 이야기로 내 몸 상태를 돌아보며, 더 건강해지는 방법까지 터득한 알찬 시간이었다. 이 책은 대체 몇 마리 토끼를 잡는 건지... 이 재밌는 걸 혼자만 알 수는 없죠! 호르몬 도슨트로 전하는 명화 큐레이션, 절대 놓치지 마시길!
출판사 지원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