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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
장카이 지음, 윤인정 옮김 / 글로연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이라는 제목을 보는 순간 과연 이 제목을 누가 지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군더더기 하나 없이 깔끔하면서도 많은 의미를 담고 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만드는 한 줄의 문장. 푸른 하늘과 키 큰 꽃들의 노란 물결 속에 그렇게 나는 한 걸음 한 걸음 책 속으로 빠져들었다.

 사실 요즘 나는 좋지 않은 상황에 있었다.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해 뒤늦은 두 번째 성장 통을 앓고 있는 나. 현실과 타협하여 돈을 벌고자 회사에 들어가려 해도 그것 역시 쉽지 않았다. 하기 싫은 일을 하기도, 그렇다고 이렇게 시간을 보내기도 어느 하나 선택할 수 없는 내 자신이 답답하게 느껴지고 자꾸만 싫어졌다. 그래도 싫은 내색 한 번 없이 내 곁에서 따스하게 손을 잡아주시는 부모님과 언제나 나를 믿고 있다고 말해주는 친구들이 있기에 버틸 수 있었던 나에게 [아무도 대신할 수 없는 내 인생]이라는 책은 또 하나의 응원군이 되어주었다.

 때로는 따스한 이야기로 또는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로 혹은 의지를 불태워주는 짧은 글들로 나에게 수많은 응원을 준 이 책을 읽으면서 울고 웃는 솔직한 내 자신을 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다. 많은 이야기들이 기억에 남지만 그 중 몇 가지를 적어보자면 19번째 이야기 친구의 생명과 38번째 이야기인 너무 늦은 용서라는 글이 좋았던 것 같다. 읽는 동안 코끝이 매워서 자꾸만 훌쩍거리고 앞으로는 다 잘 될 거라는 궁정적인 의지로 주먹을 불끈 쥐기도 했다. 

  어제 밤늦도록 이 책을 읽고 잠자리에 들었는데 정말이지 무서운 꿈을 꾸었다. 내가 누군가의 목을 조르며 울고 있는 꿈을……. 하지만 정작 상대는 작은 저항도 하지 않았다. 울면서도 손아귀의 힘은 점점 강해져 결국 그 사람은 힘없이 축 늘어지는 그런 꿈……. 너무도 생생하고 실감나서 꿈속의 나는 마구 소리쳤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지? 제발 시간을 돌릴 수 만 있다면 이런 바보 같은 짓은 하지 않을 텐데!! 아직 못해본 일들도 너무 많고 죽을 만큼 노력해 본 적도 없는데 이대로 내 인생을 끝낼 수는 없어……." 어둥버둥 몸부림치다 일어나보니 땀이 흥건한 상태로 이불 위에 누워 있는 내 자신으로 돌아와 있었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을 한다. 힘없이 죽어가던 그 사람은 내 자신이었을 거라고... 펼쳐 보지도 못하고 머뭇거림과 헛된 걱정에 사그라진 내 꿈이라고... 결국 내 꿈을 내 스스로 멀어지게 만드는 격이다. 거짓말 같은 이 경험은 나에게 좀 더 열심히 살고자 하는 의지를 심어주었다. 이 책을 읽은 것도 그런 꿈을 꾼 것도 너무나 잘 들어맞는 타이밍이라 이 글을 읽는 이들이 과연 믿어줄지 나 역시도 알 수가 없지만 마음 속 깊이 잠재돼 있던 나의 목소리는 아니었을까 생각해본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도 자신을 사랑하는 것도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것은 어느 누가 알려줄 수 있는 그런 문제가 아니기에 우선 맑은 정신으로 두 눈을 똑바로 뜨자. 그리고 천천히 거울 속의 내 자신을 바라보자. 책을 통해 얻은 용기와 지식들을 동원해서 대화를 나누어 볼 생각이다. 내가 나를 좀 더 사랑할 수 있도록... 그리고 시작하기도 전에 포기하는 그런 바보 같은 행동들은 다시는 하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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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에게 보내는 편지
대니얼 고틀립 지음, 이문재.김명희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9월
평점 :
절판


활짝 웃고 있는 할아버지와 그에게 기대어 있는 손자의 행복한 미소가 보인다.
상반신, 아니 얼굴과 어깨까지만 그려진 이들의 모습에서 우리는 그저 행복한

할아버지와 손자려니 하고 생각하게 된다. 하지만 그들의 사정을 알고 나면 다시

한 번 눈을 크게 뜨고 살펴보게 된다. 그렇다. 할아버지는 전신마비로 전혀

움직일 수 없는 장애인이며 손자 역시 정신병 중에 하나인 자폐증을 앓고 있다.

나와는 조금 다른 사람. 겪어 본 적이 없어 어찌 대해야 할지 몰라 당황하게 만드는 그런 상황.

혼자서 안절부절 못하는 나에게 지은이이자 주인공인 대니얼 할아버지는 손자 샘에게 차근차근

이야기해주 듯 상냥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나는 불행하게도 할아버지가 없다. 젊어서부터 홀로 되신 할머니는 어렵사리

아들 둘을 키우셨고 그중 큰 아들인 우리 아빠에게서 첫 번째 자식인 내가 태어

났을 때 너무나 많이 우셨다고 한다. 처음 보는 손주에게 무엇이든 안 해주고 싶으셨을까...

그런 할머니와 함께 지낸 어린 시절은 즐거웠다. 늘 아빠다리를 하시고는 그 위에 나를 앉히시고

아기돼지 삼형제와 같은 동화책을 읽어주시거나 할머니가 세상을 살아오신 이야기와 앞으로 살아

가면서 어떤 일들을 피해야 하는지 알려 주셨다. 마치 샘과 그의 할아버지가 그렇듯 말이다. 다 커

버려서 무뚝뚝해져버린 나 때문에 얼마나 서운하셨을지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뿐이다. 나는 샘과

대니얼 할아버지를 통해 나와 할머니의 거리감 없이 즐거웠던 시절을 되새겨본다. 

 할아버지는 샘이 앞으로 겪게 될 많은 일들과 손자가 그것을 과연 어떻게 극복할지에 대한 걱정으

로 고민하다가 자신의 이야기를 편지로 전하고자 한다. 전신마비로써 겪어야 했던 고통들...

그리고 그 어려움을 자신이 어떻게 이겨 냈는지를. 그리고 자폐증을 가진 샘이 스스로 만든 감옥

안에 갇히게 될까 두려워 남과 다르다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이 문제라는 것

을 알려준다. 세상의 많은 할아버지들이 손자를 너무나 아끼고 사랑하겠지만 대니얼 할아버지만큼

자신의 손자를 생각한 사람은 많지 않을 것 같다. 손자 샘이 태어난 이후 4년이 넘는 시간동안 쓴

편지는 한 장 한 장 너무나 소중해서 마치 보석과도 같다.

 반복되는 패턴과 말투는 읽는 이로 하여금 약간의 지루함을 느끼게 할 수 있으나

더디 읽힌다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새 책을 다 읽은 자신을 보게 된다. 편지 속에 숨겨져 있는 우화

들과  할아버지의 사랑이 나를 그 속에 쏘옥 빠지게 만들어 벼렸으니 시간이 빨리 가는 지도 몰랐

던 것이다. 이 책의 가장 큰 힘은 온 정성을 다해 손자를 사랑한 할아버지의 그 마음이 고스란히 전

해진다는 것이다.  나에겐 너무나 나를 사랑해 주시는 할머니가 있기에 다행이란 생각이 든다. 그

리고 할아버지의 빈자리는 이 책으로 채울까 한다. 부디 대니얼 할아버지와 손자 샘이 항상 행복하

기를... 그리고 많은 이들이 이 책을 통해서 나와 같은 따스함을 얻을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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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타스틱 개미지옥 - 2007년 문학수첩작가상 수상작
서유미 지음 / 문학수첩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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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빨갛고 예쁜 꽃이 피어있는 지붕 아래 여러 명의 여자들이 각기 다른 모습으로 움직이고 있는 것이 보인다. 모두들 거울을 보느라 혹은 물건을 만져보느라 바쁜 모습이다. 확실히 백화점 건물은 사람을 많이 끌어 들인다. 양귀비 같은 독성으로 손님들의 생활 속 깊은 곳으로 침투하여 잠시 망설일 겨를도 없이 혼을 쏙 빼어놓는다. 그래서 나는 백화점을 싫어한다. 친절한 인사와 살살거리는 태도로 간도 빼줄 듯이 굴다가 카드를 긁고 돌아서면 남이 되는 그런 기계적이고 이중적인 모습들이 너무나 싫어서 될 수 있으면 가지 않는 편이다. 그리고 견물생심이라고 물건을 보면 갖고 싶은 것이 사람의 본성 중 하나이기에 과소비를 피하기 위해 언제나 백화점은 나의 가장 조심해야 할 곳 이었다.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그런 백화점을 소재로 하여 그 안에 있는 대여섯 명의 각기 다른 상황을 그려내고 우리시대의 썩어 문드러진 물질만능주의를 뚝뚝 건드려 그 고름을 터트리는 소설이다. 빠르게 전개되는 이야기와 모두가 한 번쯤은 공감해 보았을 그런 경험들은 알 수 없는 동질감과 유대감을 갖게 한다.
 

 [판타스틱 개미지옥]은 주인공이 누구라고 딱히 꼬집어 말하기가 어렵다. 휴학하고 백화점에서 장기적인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는 소영, 예뻐지고 싶은 욕망으로 극심한 다이어트 증후군에 시달리는 지영. 대학에 진학하지 못한 것이 죽기보다 창피한 미선, 매장에 자주 오는 손님과 돈을 받고 성관계를 갖게 된 정민, 이들에게 자신의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풀러 백화점에 오는 현주, 그리고 상품권을 팔며 근근이 살아가는 영선까지... 백화점에 있는 이들의 인생은 하나같이 다양했다. 각기 다른 사정과 사연들이 그들의 노곤한 삶을 표현해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그들은 하나의 공통점으로 묶일 수 있었다. 바로 돈. 물질만능주의 아래 힘없이 움직이는 꼭두각시들에 불과한 그들은 자신의 인생을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돈을 위해 살아간다. 당연히 보기 안 좋은 모습들이지만 솔직히 우리 모두가 돈의 노예는 아닌지 생각해보았다. 우리 역시 무이자란 말에 혹해서 무리한 구매를 하고 한 달 후에 나온 카드명세서에 기절 직적까지 가본 경험이 있고 돈을 벌기위해 나쁜 일을 해볼까 생각해 본적이 있으며 친구가 산 명품가방이나 화장품을 질투어린 시선으로 바라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결국 문제는 돈인 것이다.

 

 숨 막히도록 빨리 달리는 100미터 경주처럼 이 소설을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우리를 백화점 이곳저곳으로 데리고 다니며 여러 여인들을 만나게 해준다. 대한민국 여성이라면 우리 누구라도 그들 중 한 명과 같은 수 있다는 비참한 현실에 눈뜨게 해주며 돈에 발목이 잡혀 이도저도 못하는 생활을 조심하라는 따끔한 경고도 잊지 않는다. 책을 읽으며 조금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들도 있었다. 자신이 갖고 싶은 물건마다 가로채서 먼저 사가는 현주의 카디건을 빼앗으려다 살인까지 저지르는 영선의 모습이나 백화점 앞에서 작은 매점을 운영하며 착하고 성실한 척 하는 노인이 매춘을 알선하고 사채까지 내어준다는 그런 부분들은 우리 사회를 풍자하기 위한 조금 과장된 표현들이 아니었나 생각해본다. 아... 물론 내가 모르는 암흑세계에서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말이다. 이런 부분들만 빼면 훌륭한 소설이란 생각이 든다. 백화점이라는 하나의 장소만으로도 이토록 다양한 모습의 사람들과 물질만능주의에 대한 비판을 잘 살려낸 걸 보면 참으로 신기하다. 아... 여인들이여~ 돈의 노예가 되지 말자. 그것이 힘들다면 적어도 돈과 동등하게 살아가자. 돈이 우리를 지배하는 상황은 참으로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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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만큼의 애정
시라이시 가즈후미 지음, 노재명 옮김 / 다산책방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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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서점에 가보면 많은 일본서적들을 만날 수가 있다. 아니, 거의 출판업계를 장악했다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불과 몇 년 전만해도 간간히 만날 수 있던 일본 작품들은 이제 한국 작품들이 위협을 느낄 정도로 강하게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둥지를 틀고 있다. 한국 문학들을 우선으로 읽어야지 하는 바람이 무색하게도 나 역시 일본 소설들을 많이 읽는다. 에쿠니 가오리의 침착함과 요시모토 바나나의 몽환적 매력에 취하고 오쿠다 히데오의 재치와 큰 웃음에 정신없이 즐거워하다가 가네시로 가즈키의 소설 속 주인공 박순신에게 알 수 없는 애정과 민족애를 느끼기도 하고 히가시노 게이고의 치밀함에 혀를 내두른다. 일본 문학에 자꾸만 손이 가는 이유는 그들이 가진 독특한 아우라 때문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꼭 집어 설명할 수 없어 답답하지만, 일단 일본 소설은 아주 읽기가 편안하다. 책장이 술술 넘어가서고 깊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고 해야 할까? 그냥 머리로 생각하기 이전에 쉽게 이해하고 넘어가 버리는 것 같다. 때문에 일본 소설들을 읽으면서 큰 감동을 받았거나 눈물을 흘렸던 기억은 많지 않다. (아... 물론 정말 좋은 작품들도 있지만...^^;) 하지만 나오키상이나 러브스토리 대상, 혹은 서점인들이 뽑은 선정도서 1위라는 홍보문구들은 우리가 그들의 책을 한 번 더 들춰 보게 만든다. 혹시 이번에 내가 읽은 [얼마만큼의 애정]이란 책이 수상작이 아닌 최초의 작품이 아닌지 기억을 더듬어본다. 아마 상을 받지 않은 작품도 읽기야 읽었겠지만 왠지 이 소설이 처음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결국 이 말을 하고 싶어 이렇게 말이 길어진 건지도 모르겠다.

 역자이신 노재명님도 번역후기에 말씀하신 바이지만 이 책의 저자 시라이시 가즈후미는 우리나라에 거의 알려지지 않은 작가이다. 그렇기에 그와의 첫 만남은 꽤나 인상 깊었다고 할 수 있다. 왠지 모를 무거운 공기가 가득 차 가슴을 벅차오르게 하는 기분, 잔잔한 호수에 날아든 하나의 돌이 긴장감의 물보라를 일으키다가 이내 다시 잔잔해지는 그런 기분, 평온한 전개가 오히려 특별하게 느껴지는 그런 책이었다.

 작가가 이 작품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은 사랑에 대한 자신의 생각인 듯 했다.
사람이 시력을 잃고 서야 실명의 공포에서 해방될 수 있듯이 정작 사랑도 헤어짐 후에 그 사람을 잃을까 두려웠던 마음을 던져버릴 수 있다는 것. 불안이라는 감정이 사람을 초조하게 만들기에 그 불안을 이길 수 있는 방법은 다 잃는 것 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허나 저자는 여기서 사랑의 의미를 끝내지 않는다. 그는 상대와 이별을 하게 되더라도 서로를 생각하는 마음만 있다만 사랑이 지속되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인공들이 헤어져야 했던 이유가 우리들이 흔히 드라마에서 볼 수 있는 상대의 행복을 위해 떠난다는 그런 이유였지만... 왠지 가슴이 따뜻해졌다. 나는 그런 사랑은 바보 같은 사랑이라고 생각했었다. 사랑하면 옆에 있고 어려워도 함께해야 맞는 것 아닌가... 한편 책 속의 도인 키즈선생은 주인공들이 사랑은 했지만 결국은 헤어지고 싶었기 때문에 헤어진 것이라고 말한다. 어떠한 이유와 압력을 받았던 지에 상관없이 결국은 두 사람이 헤어져야겠다고 생각하고 이별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라고... 그 헤어짐은 아키라의 위대한 사랑 때문이긴 했지만 말이다... 키즈선생은 마사히라의 5년 전 헤어짐이 누구의 탓도 아닌 마사히라와 아키라의 의지였다는 사실을 알려주고 싶어 한 것 같다. 그리고 다시 시작하는 것 역시 그들의 의지로 가능하다는 것을...

 혹여 스포일러가 되기는 싫어서 책의 내용을 많이 적지는 않았다. 책을 읽으면서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해보았다. 그리 길지 않은 인생동안 경험한 나의 사랑은 어땠던가?... 나는 상대방을 위해 이별을 결심해야 하는 경우는 없었던 거 같다. 무참히 헤어짐 통보를 받을 적은 있었지만... 오랜 생각 끝에 사랑에는 여러 가지 모습이 있다는 것을 인정하면서 때로는 어쩔 수 없이 포기해야할 때도 있다는 사실을 수긍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정말 사랑한다면 그들처럼 5년의 공백을 뒤로하고 다시 한 번 서로에게 손을 내밀 수 있지 않을까? 사랑하는 사람이기에 할 수 있었던 이별과 가슴 속에 온전히 꽁꽁 감추어 두었던 그 마음이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아키라와 마사히라의 새로운 시작 속에 헤어짐이라는 단어는 이제 없기를 바라며 새로운 대작가를 만나게 된 기쁨에 잠시 가슴이 떨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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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의 약속 -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사랑
안소봉.김재문 지음, 황명화 구성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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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다 읽을 때쯤 [엄마의 약속]의 주인공 안소봉씨가 하늘로 가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내가 직접 만나본 적도 없는 그 분, 책과 함께 받은 DVD를 통해서 딱 한번 그 모습을 볼 수 있었던 것뿐인데... 나는 눈물이 났다. 안타까운 마음과 세상이 야속하고 서러워서 자꾸만 눈물이 났다. 남겨진 남편 김재문씨와 어린 딸 소윤이가 자꾸 눈앞에 아른거린다. 내가 무슨 말을 할 수 있을까...
 

 나는 작년 이맘때쯤 병원 로비에 있었다. 차가운 병원 로비에서 매서운 의사의 진단결과를 들으며 평생 동안 흘린 것보다 더 많은 눈물을 흘렸었다. 평생 고생만 하시던 엄마가 결국은 탈이 나셨던 것이다. 엄마가 처음 병원을 나서면서 이모에게 하신 말은 바로 나를 잘 부탁한다는 거였다. 그 이야기를 듣는 순간 이대로는 안 된다고 절대 그런 약한 소리를 하게 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하고 그 날 부터 오직 엄마만을 위해 살았다. 투병기간 동안 때로는 같이 울고 때로는 그 고통에 힘겨워 서로에게 참지 못한 울분을 쏟아내고 다시 후회하는 과정을 반복하며 어느새 일 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다행히도 그 일 년이라는 시간은 헛되지 않았다.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내 곁에 있어주시는 우리 엄마... 정말 감사합니다.

 

 소봉씨와 재문씨가 겪었을 고통을 나는 상상조차 하기 힘들다. 하지만 아무 경험도 없는 사람보다는 경험이 있는 내가 그들의 고통에 한 발 더 가까운 사람이었다고 생각한다. 소봉씨의 마음을, 그리고 소윤이의 마음을 나는 안다. 글 속에서 묻어나던 서로에 대한 강한 사랑에 코끝이 매웠다. 아내를 살릴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면 이 세상을 뛰어넘어서라도 아내를 지키겠다던 남편 김재문씨의 기도가 메아리친다. 책을 읽으며 예전의 일들이 떠올라 더 마음이 아프고 마치 내 눈앞에 펼쳐진 상황인 것처럼 자꾸만 자꾸만 떨렸다.

 

 소봉씨... 부디 하늘에선 아프지 마세요. 건강하고 아름다웠던 때로 돌아가 오래도록 그 모습 그대로 생전에 못다 지킨 약속을 지켜주세요. 재문씨와 소윤이를 항상 지켜주고 돌봐 주실 거지요? 그리고 재문씨 부디 이 큰 슬픔을 잘 털어내고 일어서시길 간절히 바라고 믿습니다. 남겨진 어린 소윤아... 너의 어머니는 너를 너무나 사랑하셨단다. 그 사랑을 소윤이가 살아가는 매 순간마다 잊지 않기를...

아... 마음을 추스르고 쓰고자 했던 글이 어느새 자꾸만 차오르는 눈물 때문에 잘 보이지가 않습니다. 가슴이 쓰리다는 말 이런 때 쓰는 말인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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