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 신화에서 대중문화까지
원종훈.김영휴 지음 / 아마존북스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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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지은이: 원종훈, 김영휴

펴낸 곳: 아마존북스

 

 

인간은 욕망의 동물이다. 어느 정도의 욕망은 자아 발전과 더 나은 삶을 위한 기반을 마련하는 데 도움이 되겠지만, 과하면 역시나 독이 되기 십상. 욕망이 뻗는 마수의 손길은 생활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는데, 젊음과 아름다움을 향한 인간의 본능적 욕망도 그에 포함된다. 더 돋보이고 예뻐지고 싶은 그 원초적인 욕망의 역사를 훑어볼 단서 중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화장품, 의복, 신발, 장신구 등을 생각했다면, 우리는 가장 기본적인 걸 놓치고 있는 거다. 씨크릿우먼 헤어웨어 창립 20주년을 기념하고 출간한 특별한 책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에서는 머리카락을 주제로 가발, 헤어웨어까지 훑으며 신화, 전설, 종교, 혁명, 예술, 대중문화 속에서 드라마틱하게 펼쳐진 욕망의 역사를 엿본다. 그러고 보면, 외모 완성의 70%를 담당하는 게 헤어스타일이라고 하지 않던가? 우리가 상상할 수조차 없는 멀고 먼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머리카락을 통해 욕망의 실현을 꿈꿨다.

 

 

 

다양한 올컬러 시각 자료 덕분에 눈이 즐거운 시간 여행!

 

 

아름다움의 보편적 가치는 욕망과 매혹. 아름다움의 주관적 가치는 시대와 공간이라고 한다. 아름다움은 시대와 공간에 따라 다른 방식으로 표출된다. 인간의 내재한 본능적인 욕망과 매혹은 시대와 공간 속에서 어떻게 변모하고 진화해 왔는가, 그 중심에 머리카락이 있다. 이 책이 다루는 시대는 상당히 광범위하다. 태초의 인류부터 현재까지라고 봐도 과언이 아닐 듯. 머리카락의 기원에 관해 간단히 살펴보고 '신화와 전설'의 세계로 들어서면 그리스 로마 신화나 여느 역사책 못지않은 신비롭고 매력적인 이야기가 펼쳐진다. 가장 기억에 남았던 이야기는 슬라브 신화에 등장하는 죽음의 여신이자 물의 요정인 '루살카'. 호숫가에서 젖은 머릿결을 빗고 있는 새하얀 육체의 루살카는 밤늦게 강둑을 산책하는 경솔한 남자나 여자를 확 낚아채 물속에 빠뜨려 죽인다. 경악할 공포에 허덕이며 죽음을 맞이할 듯하지만, 루살카의 품 안에서는 죽음마저 달콤하다고... 그것은 일종의 안락사다. 아름다운 루살카의 매력에 홀렸다가, 이내 우리나라 물귀신의 무시무시한 몰골을 떠올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러면 시프의 새로운 머리칼로 내 가져오리.

해가 지기 전에 황금머리칼을.

허면 시프는 봄의 들판과도 같으리라.

노란 꽃무늬 옷을 걸친 들판과 같으리라.

《세계 헤어웨이 이야기》 p144, 아이슬란드 단편 시가집 <에다> 중에서...

 

 

 

《세계 헤어웨어 이야기》, 이 책 더없이 매력적이다!

 

 

교활한 성격으로 신들에게 미움을 산 로키는 앙심을 품고 토르의 아내 시프의 머리카락을 모두 잘라버린다. 시프의 탐스럽고 아름다운 황금빛 머리카락은 여신의 상징이자, 추수를 앞둔 황금 들판을 뜻하기도 한다. 불같이 화를 내는 토르에게 용서를 구하고자, 로키는 지하세계 난쟁이들을 속여 황금실을 만들어 시프에게 돌려준다. 서양은 물론 동양의 미인 조건도 역시 머리 모양에 있었다. '최대한 화려하고 관능적으로 풍만하고, 가급적 높이 치솟을 상태로 치장할 것!' 인류가 존재한 이래, 얼마나 머리카락을 아끼며 치장하는 데 공을 들였는지, 책장을 넘기는 순간마다 펼쳐지는 놀랍고 흥미로운 이야기에 탄성을 터트렸다. 아니, 머리카락 이야기가 이렇게 재밌을 일인가? 머리카락이라는 주제로 이보다 더 재밌는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책이 있을까 싶다. 우리나라 작가분들이 쓴 책이라 고구려 고분벽화, 조선 시대 민화, 정조 시대 때 내려진 가체 금지령 등 우리나라 역사 속 머리카락 이야기를 만나는 재미도 쏠쏠했다. 역사책, 세계사책, 인문학책 등 광범위한 시대와 장르를 넘나드는 팔색조 매력을 지닌 책. 읽다가 너무 재밌어서 옆에 계신 엄마께도 추천해 버린 마성의 책이다. 나도 내일부터 머리에 공을 좀 들여볼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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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양화 도슨트 -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장인용 지음 / 다른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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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동양화 도슨트

지은이: 장인용

펴낸 곳: 다른

 

 

 

언제부터 미술에 관심이 생겼는진 모르겠지만, 난 예술과 미술에 깊은 애착이 있다. 이 뜨거운 애정의 불씨는 어쩌면 박물관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러시아와 미국에 머물렀던 시절, 하루가 멀다 하고 박물관으로 달려가 거장들의 작품을 하염없이 바라보곤 했다. 덩달아 미술 관련 책도 찾아 읽기 시작했는데, 지금까지 읽은 책이 꽤 되지만 여전히 늘 새롭고 배울 것이 있어 미술과 함께하는 모든 순간이 즐겁다. 미술에 관한 사랑은 서양 명화에서 시작됐지만, 이젠 그 범위를 넓혀 동양 미술도 주목하는 중! 아직은 좀 어렵고 낯선 동양 미술을 어떤 책으로 공부하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안성맞춤인 책을 만났다. 장인용 저자의 청소년을 위한 동양 미술 수업 《동양화 도슨트》. '청소년을 위한'이란 말에 어린아이들 읽는 책이 아닌가 거부감을 느낀다면 그건 큰 오산이다. 청소년도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친절한 설명과 함께 동양화의 깊고 진한 향기와 아름다움을 빈틈없이 아우르는 멋진 책!

 

 

 

 


 

 

 

동양화라는 개념과 시대별 특징, 다양한 장르를 탐구하다!

 

 

영토를 기준으로 세계를 크게 동양과 서양으로 나누지만, 그림에서 '동양화'의 개념은 범위가 훨씬 좁혀진다고 한다. 중국과 일본, 그리고 우리나라. 아시아 3 대장이 이끈 미술의 세계가 바로 동양화이다. 동양화와 서양화는 그림을 그리는 도구와 시각에서 차이가 난다. 그렇다면 동양화가 낯설고 어렵게 느껴지는 이유는 뭘까? 문인이 그린 그림인 문인화가 주류를 이루면서 동양화는 일찍이 관념적인 것을 좇기 시작했다. 한 번 지나간 흐름과 유행은 쉽사리 되돌아가지 않는다. 하여 문인화는 조선 후기에 이르러 완전한 주류가 되며 동양화의 짙은 특징으로 자리 잡았다. 아무래도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정신세계를 담다 보니 동양화의 첫인상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이 책은 시작에 앞서 동아시아사를 통해 동양화의 시대별 특징을 살펴보고 인물화, 화조화, 산수화, 문인화, 사군자, 풍속화, 민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탐구한다. 수묵화로 그린 멋진 풍경화를 감상하며 신선놀음을 간접 체험하고 만인이 즐겼던 민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얼른 붓을 들고 민화의 세계에 뛰어들고 싶은 충동이 인다.

 

 

 

 


 

 

 

동양화를 알아보는 안목을 키우며 새로운 세상에 눈뜨다!

 

 

대학교 4학년 때, 리포트 작성을 위해 서울에서 열린 김홍도 전시회를 관람했었다. 대중매체를 통해서만 접했던 위대한 화백의 작품을 직접 본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다. 이 책에서 권하는 동양화를 이해하는 방법의 마지막 단계 역시 미술관에 가서 동양화를 직접 감상하라는 거다. 모든 예술은 시대와 사람에 따라 변하니 동아시아사를 통해 역사적 배경을 먼저 습득하면 어떤 예술이 주류가 된 사연을 알고 작품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한다. 아는 만큼 더 보이는 법이니, 순서에 구애받지 않고 관심이 가는 장르부터 읽으며 동양화에 매력에 슬며시 젖어 들면 이전에는 아무리 봐도 보이지 않던 동양화의 새로운 매력이 또렷이 드러난다. 대나무와 매화 그림에 담긴 깊은 아름다움을 이전엔 이토록 진하게 느끼지 못했지만, 이젠 달라진 나를 느낀다. 배경 인물의 눈짓과 몸짓, 그냥 그려놓은 듯한 각종 사물과 동물이 뜻하는 바를 알았기에 화백이 담고자 했던 은밀한 메시지를 해독하는 전문가가 된 기분이랄까? 동양화 공부를 처음 시작하는 분, 어느 정도 공부했지만 전반적인 지식을 정리하고 싶은 분, 그리고 미술을 좋아하는 모든 분께 더없이 좋을 책 《동양화 도슨트》. 쉽고 재밌는 설명과 함께, 선명한 컬러로 생생하게 담아낸 그림 자료를 감상하며 자연 속 미술관에서 오래도록 노닌 행복한 시간이었다. 이 책, 사심 가득 담아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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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년법 1~2 세트 - 전2권
야마다 무네키 지음, 최고은 옮김 / 애플북스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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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백년법

지은이: 야마다 무네키 / 옮긴이: 최고은

펴낸 곳: 애플북스

 

 

 

우리는 늘 노화를 늦추는 방법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살아간다. TV 프로그램에서는 생물학적 나이와 상관없이 각 신체 조직의 나이를 측정하며 좋은 식사법과 운동법을 제시하고, 수많은 화장품 회사에서는 안티 에이징 제품을 쏟아낸다. 외모를 꾸미는 일에 별로 관심이 없는 나도 가끔 거울에 비친 낯선 지금의 내 모습을 바라보며 황망하게 지나버린 세월을 원망할 때가 있으니, 젊고 건강하게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누구에게나 존재하는 듯하다. 과학이 발전하면 불로불사의 삶이 가능할까? 그 옛날 '2020년 우주의 원더키디'라는 만화영화를 보며, 2020년만 되면 우주를 마음껏 누비는 상상할 수 없는 세상이 펼쳐진다고 굳게 믿었다. 하지만 현실은? 고작 기다리고 있던 게 코로나 따위라니. 몇십 년 후의 삶은 큰 차이가 있을까? 최근에 만난 일본 추리소설 《백년법》에서 약간의 미래를 엿본 듯하다. 국민 대부분이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제한 없이 영생을 누리는 상황에서 세대교체를 위해 정부가 인생 유통기한을 정한다는 흥미로운 설정. 이 책엔 안락사라는 약속된 죽음 앞에서 흔들리는 인간의 욕망과 사회적 혼돈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생존제한법'을 둘러싼 정치적 대립과 죽음을 선택해야 하는 힘없는 사람들

 

 

 

처음 책 소개를 읽었을 때, 모든 국민이 늙지 않는 불로화 시술을 받고 행복하게 살아가다가, 어느 날 청천벽력 같은 죽음 통보를 받는 거라고 착각했다. 하지만 소설 속 이야기는 더 촘촘하고 다양한 인물의 사연이 유기적으로 얽혀 있었다. 원자폭탄 여섯 발에 초토화되어 멸망할 위기에 처한 일본은 불로화 기술을 통해 불로불사의 삶을 거머쥐고 국가를 재건하려 한다. 곧 첫 세대가 시술을 받은 지 100년이 되는 해가 도래한다. 정부는 세대교체를 위해 100년을 산 첫 세대의 목숨줄을 쥐고 날이 선 도박을 벌인다. 다양한 방식으로 죽음을 권장, 아니 협박하는 것. 정부는 사회생활의 모든 활로를 막아 스스로 죽음을 선택하게 하거나, 그래도 안 죽겠다면 노예로 전락시키겠다는 인륜을 짓밟는 다양한 해결책을 고심한다. 일명 백년법의 시행을 앞두고 첨예하게 대립하던 정치인들. 결국 백년법이 시행되기는 하는데... 이 소설의 골자는 '인간이 주도하는 삶이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해보라'일 것이다.

 

 

 

 


 

 

 

영원한 젊음, 과연 축복일까?

 

 

 

원하기만 하면 영원한 젊음을 거머쥘 수 있지만, 불로화 시술을 거부하고 자연의 섭리대로 살아간 사람들도 있다. 또한 불로화 시술을 받았지만 병에 걸려 사망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안타까운 상황만 아니라면 대부분 20대 청년의 모습으로 안락사를 강요받는 100년이 되는 순간까지 팔팔하게 살게 되는데, 우리의 예상과 달리 그들도 분명 늙고 있다. 진짜 20대와 모습만 20대인 100살은 지나온 세월의 연륜과 세상의 모진 풍파를 겪어 마음은 노인인 것이다. 겉보기엔 영원한 젊음을 누리지만, 속은 곪고 늙을 대로 늙어 도태되는 그 현상이 나라를 병들게 하여 쇠망의 길로 이끈다. 먹고 사는 문제가 우선이라 출산율마저 바닥을 치게 된 현실에서, 세상은 한 마디로 '노인의 나라'가 되어버린다. 세대교체를 위해 정부가 안락사를 가장한 처형의 칼날을 빼든 건 어쩌면 피할 수 없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자연스레 늙어가며 언제 죽을지 모르는 삶과 평생 젊게 살지만 죽을 날이 정해진 삶. 두 장의 카드가 앞에 놓여 있다면 과연 당신의 선택은? 당연히 쉽지 않은 결정이겠지만, 이 순간 나는 아이러니하게도 오드리 헵번을 떠올렸다. 세월이 선물한 주름살 하나까지 또렷이 잘 나오게 찍어달라고 사진사에게 부탁했던 그녀. 이 책 《백년법》은 SF소설이자 추리소설이지만, 인생의 본질과 삶의 의미 그리고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무엇인지 생각해볼 단초를 제시한다. 꽤 흥미로운 소설이니 꼭 읽어 보시길! 소설 후반에 등장하는 반전도 기대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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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기억들 - 철학자 김진영의 난세 일기
김진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20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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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버거웠지만 나름 의미 있었던 책. 어느 날 문득 떠오르는 그런 글. 여전히 소장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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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커의 영역 새소설 10
이수안 지음 / 자음과모음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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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시커의 영역

지은이: 이수안

펴낸 곳: 자음과모음

 

 

 

마녀란 존재를 떠올려 보라. 매부리코에 사마귀 가득한 얼굴로 소름 끼치게 끽끽 웃으며 아이를 잡아먹는 노파가 떠올랐다면 고정관념에 잠식당한 상상력을 안타까워하자. 탐스러운 밤색 머리에 우윳빛 피부를 가진,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여인을 떠올렸다면 그나마 낫다. 그동안 친해지려야 친해질 수 없었던 마녀라는 존재. 어쩐지 꺼림칙한 그 선입견을 단번에 바꿔준 이야기를 만났다. 시크하지만, 실은 따스한 마음을 가진 마녀들이 등장하는 특별한 마녀 연대기 《시커의 영역》. 여기서 '시커'란 '찾는 사람(seeker)'이란 의미로 타로점을 보러 온 사람을 뜻한다.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마녀 이야기를 만나고 싶다면, 그 지름길은 바로 이 책이다!

 

 

 

이 신비로운 이야기는 타로 카드 점술사이자 마녀인 엄마(이연)를 둔 16살 소녀 이단을 중심으로 펼쳐진다. 엄마보다 15살 어린 생물학적 아빠 에이단, 프랑스 혈통의 백인이지만 뼛속까지 한국인인 로운, 그런 로운을 사랑으로 키운 할머니 은길 씨, 윤문식 배우를 닮은 동네 할아버지 준배, 이연의 친구이자 마녀인 레이디 벨라도나, 그리고 이단에게 참 의미 있는 남자 류이. 어느 하나 예사롭지 않은 인물들이 모여 가슴 뭉클한 따스함을 선사한다. 이단이 엄마가 운영하는 '이연타로'에 찾아온 손님들의 이야기를 엿듣고, 에이단에게 영어를 배우고, 동짓날 겨우살이 아래서 로운과 나눈 아찔한 첫 입맞춤, 목숨이 사그라져가는 소중한 이를 살리기 위해 행한 마법 의식, 갑작스레 떠난 미국 생활에서 이단의 인생과 함께 교차하는 엄마 이연의 어린 시절 이야기, 그리고 이단에게 진짜 사랑이 뭔지 알게 해준 소중한 인연 류이와의 연애와 갑작스러운 위기까지. 영화처럼 펼쳐지는 이 모든 이야기가 그저 허구라 느껴지기보다는, 오히려 너무 사실적이라 세상 어디선가 이들이 정말 존재하며 언젠가 나를 만날 날을 숨죽여 기다리는 듯했다.

 

 

 

 


 

 

 

 

"세상에 나쁜 마녀는 없단다, 얘야."

"그럼 어떤 마녀예요?"

"마녀는, 마녀의 삶을 사는 사람이지."

따스한 연애소설 & 성장소설 《시커의 영역》 p93 중에서...

 

 

 

작은 세상에서 소탈하게 살아가는 소녀의 이야기인 줄 알았다가, 몇십 년에 걸쳐 이어지는 마녀들의 삶과 미국까지 확장하는 배경에 살짝 놀랐다. 이 이야기의 끝이 어디로 향할지 궁금해서 소설 중반부터는 아껴 읽고 싶은 마음과 어서 결말을 마주하고 싶은 조바심 사이에서 갈팡질팡. 내내 밝기만 한 이야기는 아니었다. 뜻밖의 상실과 가슴 아픈 이별. 하지만 그 슬픔보다 더 큰 우정과 사랑, 연민 그리고 뭐라 말할 수 없는 뭉클한 특별한 감정이 모든 아픔을 딛고 또 내일을 살아가게 만든다. 그동안 마녀라는 존재를 오해해서 머쓱했고, 이런 마녀라면 얼마든지 가까이 지내고 싶다는 엉뚱한 생각이 들기도. 10대 중반에서 20대 초반까지 이단이 겪는 운명의 소용돌이는 어쩌면 이단이 엄마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자신만의 '그림자의 서'를 채워 단단한 성인이자, 더 나아가 어쩌면 택하게 될 마녀의 삶을 위한 주춧돌이었을 거다. 세상에, 무슨 마녀들이 이렇게 따스하담? 잔잔한 듯 흐르다가 이내 소용돌이로 치닫고, 눈물 글썽일 만큼 슬프지만, 더없이 따스하고 행복했던 이야기. 훌륭한 성장소설이자 연애소설로 인정!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었던 특별한 이야기를 찾는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한국소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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