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터
김호연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9년 4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제목: 파우스터

글쓴이: 김호연

펴낸 곳: 위즈덤하우스


"인간은 노력하는 한 실수하기 마련이다

 - 괴테, 파우스트 中에서..."

 


 부끄럽지만, 아직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어보지 못했다. 귀동냥으로 들은 이야기로는 평생 연구에 매달렸지만 뚜렷한 성과 없이 늙어버린 철학자이자 화학자인 파우스트에게 악마 메피스토펠레스가 나타나 달콤한 유혹을 속삭이며 젊음을 돌려주는 대가로 파우스트의 사후 영혼을 갖는 거래를 한다던데... 직접 읽어보지 않은 터라 젊음을 되찾은 파우스트가 어떤 시련을 맞는지, 그 작품을 통해 괴테가 전하고자 한 신념은 무엇인지 알 수 없다. 그런데 난 왜 갑자기 읽지도 않은 <파우스트> 타령일까? 이번에 읽은 김호연 작가의 <파우스터> 때문이다. 소설가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김호연 씨가 괴테의 <파우스트>를 모티브로 3년간 구상하고 집필한 작품 <파우스터>. 엄청난 부를 축적했지만 지나간 젊음을 그리워하는 노인들이 자신이 바라는 젊은이를 찾아 뜻대로 조종한다는 섬뜩한 이야기. 이것은 상상인가, 암암리에 이미 성행하고 있는 진실인가! 작가의 놀라운 상상력에 혀를 내두르며 읽은 소설이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눈앞에 둔 투수 '준석'은 어느 날 원인 모를 교통사고를 당한다. 눈을 떠보니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낯선 여자. 그녀는 자신을 '최경'이라 소개하며 믿을 수 없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누군가 준석을 조종하고 있다는 것! 처음 보는 여인이 늘어놓는 허무맹랑한 이야기를 누가 덥석 믿을 수 있을까? 준석 역시 믿음보다는 의심이 앞선다. 그때 최경이 입에 올린 '지수'라는 이름. 준석이 사랑했던 연인이었지만 지금은 세상을 떠난 '지수'를 '경'의 아버지가 조종했다고 하는데, 경이 내놓는 증거를 하나 하나 확인해가며 준석은 이 모든 사실을 진실로 받아들이고 자신을 지배하는 '파우스트'의 정체를 찾아 끝을 알 수 없는 사냥을 시작한다.


 세상에, 계약금 100억을 내면 자신이 고른 젊은이의 뇌에 연결체, 즉 거머리를 심어 모든 감각을 공유하며 자신이 원하는 방향으로 인생을 끌어갈 수 있다니! 이는 '아바타'와는 또 다른 개념이다. 온전히 자신의 선택으로 일궜다고 믿었던 삶이 누군가 잘 차려놓은 무대라면 과연 나는 그리고 당신은 이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거부할 수 없는 돈의 치명적인 매력은 옳고 그름에 관한 판단을 흐리게 한다. 가정 형편이 어려워 휴학한 미술학도 은민을 위해 30억을 투자하며 우아한 삶을 꾸릴 기회를 주는 파우스트 '남선'의 모습에 저 정도 부와 지원이라면 그깟 조종쯤 한 번 당해줄 수 있지 않을까 싶다가도 파우스터로서 시도 때도 없이 일거수일투족을 감시당하며 내가 아닌 파우스트가 원하는 삶을 살게 된다고 생각하니 오싹함에 등골이 서늘했다. 인간은 늘 이미 가진 엄청난 행복은 보지 못한 채, 내 손 밖에 있는 작은 행운을 쫓는 법. 그렇게 치부하기엔 '젊음'이란 묘약이 너무도 달콤하나 이는 분명 옳지 않은 것이기에 있어서도, 생겨서도 안 되는 발칙한 상상이다. 괴테의 말처럼 '인간은 노력하는 한 실수하기 마련'이므로 진흙탕에서 허덕이더라도 그것은 나의 선택이자 자주적인 결정이어야 하니까! 인간의 추악한 욕망을 여실히 드러내며 흥미로운 반전까지 선사한, 정교하고 탄탄한 한국 스릴러 <파우스터>. 글을 읽다 불쑥불쑥 느껴지는 작가의 고뇌와 노력에 고개를 끄덕이며 나 역시 골똘히 생각에 잠긴 책이었다.

 


댓글(2)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웃는식 2019-05-06 18: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최고세여 늘^^존경

타자치는다람쥐 2019-05-08 02:38   좋아요 1 | URL
어머나, 웃는식님~
ㅎㅎ 알라딘에서 뵈니 새롭네요!
칭찬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