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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기사의 비밀 ㅣ 창비아동문고 243
루돌프 헤르푸르트너 지음, 조승연 그림, 김경연 옮김 / 창비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이혼은 이제 그리 보기 드문 현상이 아니다. 어느 집이나 형제자매 중 한 명쯤은 이혼한 사람이 있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이혼사례가 주위에 많다. 물론 이혼이 바람직한 결론인가 아닌가는 경우마다 다르고, 이혼의 모습도 천차만별이다. 하지만 이혼한 가정의 아이는 크건 작건 상처를 입는다. 상처를 최소화할 수 있게, 그리고 잘 아물 수 있게, 그리고 상처났던 자리가 더 단단할 수 있게 배려하는 일은 이혼에 따르는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싶다.
그런 의미로 <노란 기사의 비밀>은 이혼을 한 이들, 이혼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거나 이혼을 결정한 이들, 이미 이혼한 이들 모두가 읽어보았드면 좋겠을 책이다. 파울리네의 엄마 아빠가 주고받는 대화나 행동이 매우 현실감 있고, 상황이 눈에 보이는 듯 그려져 있어서 읽으며 가슴이 따끔거리는 독자가 나 하나만은 아닐 것이다. 두 사람은 당연히 단 하나뿐인 딸을 매우 사랑한다. 좋은 사람들이고, 자식을 사랑하지만 그게 꼭 두 사람이 잘 지낼 수 있다는 보증이 되지는 않는다. 생활방식이 극과 극일 정도로 다른 두 사람은 서로에게 악다구니하는 일을 끝내기 위해서라도 이혼하는 것이 낫다고 여겨 그렇게 했다.
그러나 두 사람의 '다름'은 엄마와 생활하면서 주말을 아빠와 보내는 파울리네를 대하는 방식에서도 여전히 해소되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소풍이 지나치게 길어져 버린 어느 날 파울리네의 엄마는 '아빠에 의한 딸의 유괴'라는 단어를 떠올린다. 극으로 치닫는 두 사람을 바라보는 파울리네. 파울리네는 분별 있는 아이라 부모을 이해하지만 드러내 보이지 못하는 상처는 속으로 스며든다.
그날을 생각하면 엄마 아빠가 헤어진 것이 기쁘기까지 했다. 대놓고 싸우는 꼴을 보이느니 영원히 헤어져 있는 편이 더 났다.-112쪽
모든 것이 좋았다. 신발 때문에 조금 슬프기는 했다. 그래도 좋았다. 마음이 조금 슬픈 것, 그쯤은 파울리네에게 거의 정상이었다. 게다가 엄마가 있었다. 엄마는 만족해했다.-113쪽
마음이 조금 슬픈 것이 거의 정상이라고 여기는 아이라... 무용발표회에 신을 신발을 사달라는 말을 꺼내지 못하는 아이. 힘들게 사러 나간 신발이 가게마다 없고, 친구에게는 있는 것이 자기에게는 없다는 사실을 당연히 받아들이는 아이. 엄마가 만족해하는 것으로 자신을 달래는 아이.
그리고 로렌쪼가 있다. 파울리네보다도 더 어리고 그 엄마 아빠는 파울리네의 엄마 아빠보다 더한 대립을 보인다. 로렌쪼가 문을 닫은 피자가게에 갇혀 밖으로 종이비행기를 날리는 사연은 가슴을 아린다. 그리고 마침내 노란 기사가 등장한다.
책 자체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담담하다. 그러면서 판타지인가 싶은 의문을 끝까지 가져가고, 혹은 추리소설일까 싶은 느낌으로도 읽혀 흥미진진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조금씩 더 가슴이 아파진다. 이혼 문제를 정면으로 짚어가는 이 책을 아이들이 어떤 기분으로 읽을지 모르겠다. 나와는 상관 없는 그저 흥미진진한 이야기로 읽을 수도, 혹은 마치 자기 이야기 같아서 울며 읽을 수도 있겠다. 울며 읽을 아이들이 많을까봐, 아니 그럴 거라는 생각에 가슴이 아프다.
이혼을 하며, 많은 부모들은 최선의 설명을 해줄 것이다. 그러나 설명이 가슴 아픔을 해결해 주지는 못할 거라는 생각이다. 살면서 이따금 이혼을 진지하게 생각해보지 않은 이들이 몇 있을까. 오죽하면 이혼할까. 이혼하지 않고 사는 것이 최선이 아니고, 다른 삶으로의 방향 전환이 더 최선일 수도 있음을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이혼은 가슴 아픈 일이다. 모쪼록 이 책이 아이들의 슬픔을 가중시키기보다는 다양한 경우에 대한 열린 마음을 심어주는 작은 씨앗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