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자기 유령 스텔라 1 - 피올라 구출 대소동 보자기 유령 스텔라 1
운니 린델 지음, 손화수 옮김, 프레드릭 스카블란 그림 / 을파소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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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쪽으로 머리 부분을 묶은 모습이 정말로 그냥 소녀같지만, 스텔라의 몸은 펄럭거리는 보자기이며 너울너울 날아다닌다. 그러니까 유령이다. 재봉 공장 창고에서 다른 옷감 유령들과 함께 살고 있다. 스텔라를 한 마디로 표현한다면 천방지축 못 말리는 반항아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어린 유령들에게 금지된 장난, 이를테면 하늘 높이 비행하는 것들을 스텔라는 친구들의 만류에도 결국 해버린다. 호기심, 일단 하고 보기 등이 스텔라의 특징인 셈이다. 스텔라는 고아다. 그래서 늘 기억 속에 남아 있는 어머니를 그리워하며, 결국 찾아나선다. 워낙 행동파인 아이라서, 스텔라가 가는 곳마다 사건이 끊임없이 터진다. 밉상이지만 소중한 친구인 피올라가 사람들 손에 들려 가방으로 만들어진 뒤 영국으로 팔려가 버린 것도 스텔라 때문에 일어난 일 중 하나이다. 스텔라의 손에 땀을 쥐는 피올라 구출기. 어리고 힘없는 유령인 스텔라는 영국까지 가서 친구를 구해오는 일을 해낼 수 있을까? 

천방지축인 아이. 자식을 키우는 엄마 입장에서는 마냥 손뼉쳐 줄 수만은 없을 사고뭉치이기도 한 스텔라다. 그러나 미워할 수는 더더욱 없다. 스텔라같은 감수성과 정의감, 호기심과 용기를 지닌 아이를 어떻게 예뻐하지 않을 수 있을까! 아무리 무시무시한 유령이라도 말이다. 사실 이 책에 나오는 유령은 그다지 무섭지 않다. 우리와 똑같이 생활하고, 희로애락을 경험하는 생활인일 뿐이다. 언젠가 보았던 <꼬마 유령 캐스퍼>가 생각나지만 그보다도 더 순한 유령들이다. 그래서 책을 접하는 아이들이 유령이라는 존재에 대해 새로운 느낌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 있다. 흔히 생각하는 무서운 존재에 대해 달리 보기 내지는 '무서움'보다 '조심하기'가 더 필요하다는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  

좌충우돌하는 가운데 스텔라는 삶(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삶이 있고, 유령에게도 삶이 물론 있다.)의 비밀을 하나씩 알아간다. 사실, 등장인물들이 유령이라는 점을 제외하면 <방랑의 고아 라스무스>나 <에밀과 탐정들>, <소년 탐정 칼레> 등에서 엿보이는 그런 분위기가 이 책에서도 풍긴다. 생각이 남다르고, 감성이 풍부하며, 용감하기까지 한 아이들이 엮어가는 평범하지 않은 모험과 깨달음의 이야기들. 그러고 보면 작가가 노르웨이 사람이다. 딱, 꼬집어 말하기에는 뭣하지만 북유럽 동화라고 묶을 만한 특징들이 보이는 건 당연한 일일 것도 같다. 유령 이야기여서 호기심이 동하고 재미도 있지만, 또 유령으로 한정지을 수 없는 동심의 세계, 어른의 세계, 삶의 비밀 등으로 확대돼 가는 주제가 인상적이다. 삶의 비밀 등을 언급하는 대목에서는 아이들이 이해하기 힘든 부분도 있어 눈높이가 살짝 어긋나는 느낌이 있지만 이어지는 책에 대한 기대가 더 크다. 10권이 완결이라는데, 양장본의 책이 예쁘게 만들어져서 다 모아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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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05-18 1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 그런적 없는데...ㅋㅋ

파란흙 2009-06-07 20:46   좋아요 0 | URL
그러셨잖아요~ 다 봤어요.ㅎㅎ
 
김경일 교수의 이야기 동양사상 - 동양사상은 어떻게 탄생했을까?
김경일 지음, 황기홍 그림 / 바다출판사 / 2009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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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동양사상을 들려주는 책 중에서 가장 쉽게 읽을 수 있을 책이 아닐까 싶다. 그야말로 이야기 형식이어서 초등학생부터 중학생 정도까지의 아이들 누구나가 쉽고, 부담 없이 접할 수 있는 책. 물론 쉽게 읽힌다고 하여 동양사상이 체화되는 건 아니고, 깊이 이해하려면 이 책도 여전히 모호하고 어렵기는 하다. 그나마 이 정도 쉽게 읽히는 것은 저자인 김경일 교수가 그만큼 이 분야의 전문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어쭙잖게 아는 이의 설명만큼 곤혹스러운 것도 없다는 걸 여러 책을 통해 경험했기 때문에 이 책에 대해서는 적어도 믿음이 간다. 갑골문을 공부해서인지 한자가 지닌 깊은 뜻을 매우 독특하고도 이해 가능하게 풀어놓은 것 역시 미덥다. 아이들이 이 책으로 노자, 장자, 공자, 묵자, 양자, 맹자, 추연, 농가, 한비자, 진시황과 이사, 동중서에 대해 어렴풋하나마 맛을 보고 머리 한쪽에 넣어둘 수 있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다. 나처럼 동양사상에 문외한인, 어려운 책을 읽기 힘들어 하는 어른들에게도 맞춤하다.

물론 이 책을 읽어도 노자는 여전히 난해하다. 개념이 너무 어렴풋이 잡혀서 '道'와 '德'은 지금도 오리무중인 채로 남아 있다. 아이들은 오히려 더 단순하고 쉽게 받아들이려나.(실제로 초6인 딸은 읽으며 별로 의문을 제기하지 않았다.) 그리고 유가에 대한 저자의 시각은 다소 충격적이었다.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제목의 책을 저술했다는 지은이 소개 대목은 책을 다 읽고 나서 읽었는데, 유가에 대해 상당히 비판적이라는 느낌이 확신으로 다가왔다. 그러나 문외한임을 무릅쓰고 이야기하자면, 유교적 전통 속에서 자란 사람으로서는 선뜻 공감하지 못하는 부분도 있었다. 유가가 무리 짓기를 즐겨 남을 배척하는 문화의 근간을 이루어왔다는 뜻으로 읽히는데, 다른 어떤 사상도 만연하면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을 개인적으로 하기 때문이다. 어쨌든, '儒'가 고대 사회의 샤머니즘적인 지식인들, 즉 무당을 의미한다고 하는 부분은 전혀 몰랐던 이야기이고, 놀라움으로 다가왔다. 내가 아는 유가는 무당을 멀리하는 전통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아무튼 지적인 즐거움이 쏠쏠한 책이다.   

동양사상을 왜 알아야 하는가,라고 물으면 중국에서 태어난 저 사상들이 한국과 일본에 지대한 영향을 끼쳐 지금 우리 생활 속에도 알게 모르게 깊이 스며 있기 때문이라고 대답해주고 싶다. 물론 유가의 영향이 너무 두드러지기는 하지만, 노장이나 묵가, 농가, 법가 중 어느 하나도 우리와 유리된 것은 없다. 이 책을 통해서도 거듭 거듭 확인하게 되는 사실은, 동양사상은 옛 것일 뿐 아니라 지금 현재도 진행 중이라는 것. 애석한 것은 우리가 어릴 때는 동양사상이라고 해야 그저 이름을 외는 것 이상으로 이해하지를 못하고 앵무새처럼 노장-무위자연, 공맹-인의예악, 법가-한비자를 거론했었는데, 지금은 이런 책이 그야말로 쏟아져 나오는데도 아이들은 이름조차 외지 못한 채로 성장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이 책이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이루는, 동양사상을 향해 건너가는 편안한 징검다리가 되어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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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 미래의 고전 1
이금이 지음, 이누리 그림 / 푸른책들 / 2009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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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처럼 가슴 떨리는 말이 있을까! 첫사랑, 첫사랑하고 웅얼거리다 보면 금세 마음이 어린 날, 세상의 색이 지금과는 달라 보였던 때로 달음질친다. 나이 들어가면 첫사랑의 추억도 새삼 새로운 법이어서 얼마 전에는 투르게네프의 <첫사랑>을 다시 읽어보기도 했다. 그리고 이 책과 만났다. 과연 이금이 작가의 작품답게 옹기종기 엮어진 이야기들의 그물이며, 마치 누군가의 집을 들여다보는 듯한, 누군가의 일기를 보는 듯한 살아 있는 풍경과 심리 묘사가 흡인력 있게 다가온다. 명불허전.  

이혼 후 재혼한 아버지와 새로운 엄마, 여동생과 함께 살게 된 6학년 동재는 전학 온 연아에게 마침내 첫사랑을 느끼고, 마음앓이를 하게 된다. 급격한 삶의 변화, 심리적 변화의 소용돌이 속으로 빠져들어가는 사춘기 소년을 둘러싼 소담하고도, 특별한 이야기. 어린이 탤런트인 강력한 라이벌에게서 연아를 쟁취해낸 동재의 사랑이 어찌나 아슬아슬한지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며 응원했건만 어린 사나이의 첫사랑은 결국 추억으로 남는다. 그럴 줄 알았다. 첫사랑이니까. 처음 하는 사랑이 성공적이기가 쉬울 리 없으니까. 첫사랑은 둘이 나누는 시간보다 혼자 애태우는 시간이 훨씬, 훨씬 많으니까. 

책을 읽으며 사실감이 강한 만큼, 깜짝 놀라기도 여러 번 했다. 초등학생들의 연애가 생각 이상으로 스케일이 크고, 사귀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이벤트들이 너무 복잡다단해서이다. 다 읽고 나서, 중3과 초6인 두 딸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아이들은 첫사랑과 어느 만큼의 거리에 있는 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미 지나갔을까? 목하 열애 중인 걸까? 혹은 가까운 곳에서 곧 있을 만남을 준비하고 있을까? 혹은 더 멀리 있을까? 축하? 해 줘야겠지? 그게 언제든? 나는 언제 첫사랑을 했던 걸까? 초등학교 4학년 때? 고등학교 2학년 때? 대학 1학년 때? 졸업 후 첫 직장에서 만난 지금의 남편? 어쩌면, 어쩌면 첫사랑은 그저 그렇게 지나가는 것일 지도 모르겠다. 이슬비가 촉촉이 내렸다 시나브로 말라 버리는 것처럼. 내 딸들의 첫사랑이 로미오, 줄리엣처럼 치명적이지도, 투르게네프 첫사랑의 주인공 청년처럼 가슴 에이지도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면, 어리석인 것이리라. 이금이 작가의 메시지처럼 사랑은 어떤 식으로든 사람을 성장하게 하는 것이니까. 어떤 사랑도 사랑하지 않는 것보다는 나으니까. 

참, 말랑말랑하고, 풋풋하고, 그러면서도 잔잔히 깊어지는 이야기. 다양한 각도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이지만, 사랑 하나에 집중해 읽는 것도 또 다른 맛이 될 것이다. 누군가를 좋아하는 아이들 모두에게 선물이 될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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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이슬람의 모든 것 - 초등학생이 꼭 알아야 할
임영제 글, 마정원 그림, 이희수 원작 / 주니어김영사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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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슬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지는 오래 됐지만, 관심의 깊이만큼 이슬람을 이해할 기회는 사실 많지 않다. 그렇다 보니 단편적인 정보들만 입에 오르내리고, 부풀려지거나 한쪽 면만을 보는 일이 비일비재이다. 내 경우에도 9.11 사건이나 김선일 씨 사건으로 이들에 대해 급격히 관심을 갖게 되었으니 제대로 알기도 전에 알게 모르게 부정적인 시각을 깔고 있었을 것이다. 아이들도 별반 다르지 않아서, 문화 상대주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보면 이런 이야기가 나온다. '그들이 우리를 알려고 노력하지 않을 텐데 왜 우리가 그래야 하나, 그들이 오른손을 깨끗하게 여기든 말든, 혹은 돼지고기를 먹든 말든, 왜 우리 문화가 그렇지 않은데 거기에 신경을 써서 조심해야 하나.' 심지어 '왜 외국인들은 우리 문화를 배워서 조심하려고 하지 않나.'는 이야기가 심심찮게 나온다.

그래서 더 이 책이 요긴하게 여겨진다. 함께 살아가는 지구, 누구의 일도 남의 일이 아니며, 상대를 아는 일은 '존중하는 마음'에서 비롯되며, 그게 서로 좋은 관계를 이어갈 수 있는 기초라는 것. 더구나 일정한 시각으로 걸러지기 십상인 매스미디어의 산성비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는 방법이 바로 '똑바로 알고 이해하기'라는 점을 되새겨줄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편견이 있다면 그걸 깨고, 모르는 건 알게 하면서 이슬람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어린이책이 사실 필요했다. 

이 책은 그런 필요에 잘 부응하고 있고, 이슬람에 대해 그야말로 모든 것을 망라한 정보로 이뤄져 있다. 게다가 만화라 재미있기까지 하다. 이슬람 문화가 어디서부터 시작됐고, 어떻게 종교가 되었고, 어떻게 퍼졌고, 무슬림들이 어떤 신조로 어떻게 살아가는지. 중동의 분쟁이 어떻게 시작됐고, 어떻게 전개되어 가고 있는지. 이런 큰 줄기는 물론 결혼 풍습이나 의식주 전반에 관한 폭넓은 정보가 만화를 따라가며 재미있게 전개된다. 생각보다 방대하고 깊은 정보 덕분에 만화라고 쉽게 생각하여 빨리 읽으려고 하면 살짝 낭패를 볼 정도다. 말이 초등학생이지, 이슬람에 대해 문외한인 성인들에게도 좋은 정보책이 될 수 있다.

만화 하단에 따라다니는 정보 메뉴와 중간 중간 전체 페이지를 할애해 설명하는 메뉴를 찬찬히 보는 일은 뒤로 미루고, 만화만 죽 읽고 다시 돌아와 설명글만 따로 읽어도 좋겠다. 다만, 이슬람교에 대해 오해를 푼다는 것이 너무 좋다, 좋다 하는 듯한 저자의 어투는 종교에 대해 관심 없는 독자에게는 조금 낯설다. 이슬람교가 유대교에서 갈라져 나왔다는 이야기는 들었지만, 새삼스럽게 도대체 유대교에서 시작된 저 종교의 갈래는 어디까지일까 싶기도 하고. 한 나무에서 나고서도 저렇듯 다른 형식들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싶기도 했다. 종교가 다른 한 결코 화합할 수 없는 사람,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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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가 된다는 것 미래의 고전 4
최은영 지음 / 푸른책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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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서른 살 엄마의 열두 살난 딸 미진이는 사람들의 관심이 싫다. 남의 눈을 피해 이사 다니는 것도, 친구를 사귀는데 위축되는 것도 싫다. 그건 엄마가 열여덟살 고등학생 때 미진이를 낳은 것 때문이다. 너무 젊은 엄마와 흔적도 없는 아빠. 나날이 퉁명스러워지는 미진이를 대하는 엄마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미진이의 아빠는 아버지가 될 생각이 전혀 없는 학생이었고, 그런 이유로 미진이에게 아버지는 원래 없었다.
  2. 미진이가 전학 간 학교에서 짝이 된 권나경은 아버지가 술로 나날을 보내며 폭력을 일삼았다. 나경이의 언니는 고등학생으로 임신을 해 집을 나갔다. 아버지의 폭력은 더욱 거세어졌다.
  3. 이들이 사는 곳은 영구임대아파트이다. 

어둡자면 한없이 어두울 수 있는 이야기. 책 전체를 통해 마치 작가는 이런 질문을 던지는 듯하다. 어느 쪽이 나을까? 아버지가 없는 것과 폭력적인 아버지가 있는 것. 또 이런 질문도 던진다. 열여덟살에 임신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게 나을까, 아닐까? 내 딸에게 만일 그런 일이 생기면 아이를 낳으라고 할까, 말라고 할까? 열여덦살에 아이를 낳으면, 그 아이를 길러야 할까, 알맞은 집에 보내야 할까? 참 고통스러운 질문이고, 대답하기 어렵다. 그런데 이런 일들은 우리 주변에서 점점 흔하게 일어난다. 미진이 엄마나 나경이의 언니같은 어린 엄마들을 찾아보기가 그리 어렵지 않다. 

미진이의 엄마는 고등학생일 때 쉼터에 몸을 의탁해 미진이를 낳고, 그곳에서 배운 뜨개질을 생활의 방편으로 삼아 힘들지만 엄마 노릇을 해나간다. 미진이가 상처받고 힘들어할 때마다 미진 엄마도 고통스럽고, 가끔은 차라리 아이를 낳지 않는 것이 더 옳은 선택이 아니었을까 고민하기도 한다. 물론 금세 도리질을 치며, 미진이라는 귀한 생명을 얻었음에 대해, 엄마라는 고귀한 역할에 대해 감사하는 마음으로 얼른 돌아가기는 하지만. 그러나 자주 이사를 다녀야 하고, 미진이의 친구나 그 엄마들의 싸늘한 눈초리를 견디는 일은 매번 쉽지 않다. 가장 힘든 일은 자식의 원망 어린 표정을 견디는 일이다. 

책에서는, 미진 엄마가 매우 강단 있고, 마음이 깊고 곧아서 자신의 삶을 바로세우는 한편 자기 같은 처지의 어린 엄마들을 돕기까지 하지만, 현실에서 그러기가 생각만큼 쉽지는 않을 것이다. 우선 생계를 유지하기가 어렵고, 힘든 일상에서 자식을 온전히 보듬기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술에 절어 살며 폭력을 일삼는 나경이 아버지의 모습이 훨씬 흔하다. 엄마가 된다는 것은, 사람이 보통 지니는 감정과 인내력을 뛰어넘어야 하는 일이다. 아버지가 된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미진이 엄마에게 박수를 보낼 수밖에 없는 건 그런 이유다. 진정한 의미의 엄마의 모습을 보여주므로. 

책은 전반적으로 생각보다 경쾌하게 진행된다. 어린이책답게 문제를 건드리면서도 농도와 명암을 잘 조절해서 아이들이 읽기에 부담 없을 정도다. 특히 천우라는 긍정적이고 중심 잡힌 아이의 존재가 책 전체에 밝은 기운을 던진다. 그리하여 천우와 경찰관인 그 아버지의 존재, 시련을 견뎌내고 더 나은 삶을 향하는 굳은 의지와 인간에 대한 신뢰, 이웃간의 온정이 보태어져 등장인물들 모두는 화해와 포옹의 해피엔딩으로 나아간다. 

이 책, 딸 둘을 둔 엄마로서, 만일의 경우에 내 자식을 온전히 감싸안는 엄마가 되리라 다짐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러나 여전히 모든 것이 쉽지 않을 것이다. 책처럼 쉽게 화해되지 않는 게 세상이라서, 이 책을 가볍게 읽을 수 없고, 작가의 메시지에 선뜻 박수가 보내지지 않고, 머릿속으로 오랫동안 생각만 굴렸다. 명쾌하게 뭐라 하기에는 참 생각이 많아지는 책이다. 앞으로도 미진과 그 엄마에게 닥칠 온갖 시련에 대해 미리 격려를 보내는 마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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