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술을 좀 마시고 싶었더랬다. 한동안. 그런데 최악의 순간엔 불러낼 술 친구가 없었다. 언제 어느 시간, 어느 장소에서 불러내도 기꺼이, 마스카라한 눈에서 떨어지는 검은 눈물을 말없이 바라봐 줄 친구는 없었다. 그걸 깨달았다. 그래서 좀 외로웠다. 차선으로, 술자리가 생긴다 하기에 얼른 뛰어갔는데, 이눔의 저질 체력. 남들이 웃겨 할 정도로 술도 못마시고, 속만 울렁거린 채 집에 와서... 이제 깼다. 그래서 또다시 조용한 집안이 외롭다. 정말... 끝까지 가보지 못하고 살아온 인생. 앞으로도 그럴 일이 없겠구나 하는 이상한 실망감. 늙는다는 건 뼛속까지 외로운 것. 나를 놓아버릴 수 없다. 어디에서건.
  • 순천만 갈대밭, 농담이 아니라 정말 가보고 싶은데. 다시. 그 가벼운 식물들의 말없는 군무에 뺏속까지 잠겨들고 싶은데.
  • 뼛속까지 스며드는 영화 둘 추천.(생뚱맞게) <아버지의 이름으로>, <데드맨워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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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파란 2009-02-13 17: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뼛속까지 스며드는 영화. 이젠 안 봅니다. 그렇게 깊숙이 나에게 스며들게 하면 다시 헤어나오는데 너무 힘듭니다. 가볍게만 보고 느끼고 살아도 힘에 겨운 일들이 많더라구요. 가벼운 식물들의 말없는 군무.라는 말 담아가지고 가네요. 2월은 짧아서 빨리 지나갈겁니다.

    파란흙 2009-02-14 11:14   좋아요 0 | URL
    저 두 영화, 정말 오래 전에 봤는데, 문득문득 가슴이 싸아합니다. 네, 안 보셔도 괜찮을 듯. 오래 앓는 스타일이시라면. 2월, 짧아서 더 매력적인 달인 듯해요.^^

    파란 2009-02-15 21: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래전에 봤어요. 그때는 작품상 탔던 것들은 봐줘야 '척'하는 줄 알았습니다. 부러 어려울듯 한 영화 인상쓰고 봤어요. 그래서 영화같이 보는 친구들도 없었어요. 재미없다고..그렇게 공부하듯이 있는척하려고 봤는데. 지금은 웃기 위해 봅니다. 오래 앓는 스타일은 아닌데도 웃으면서 돌아서면 잊어버릴수도 있는 영화를 선택하지요. 주로 외계생물대 지구인대결쪽으로^^

    파란흙 2009-02-16 10:48   좋아요 0 | URL
    저도 그런데...(물론 작품상 탄 것 찾아보는 일은 예전에도 지금도 거의 없습니다만) 웃는 것쪽으로, 외계생물대 지구인 대결 쪽으로.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