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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 홉스 리바이어던 ㅣ 서울대 선정 만화 인문고전 50선 11
손기화 글, 주경훈 그림 / 주니어김영사 / 2008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내가 처음 <리바이어던>을 읽은 것은 작년이다. 읽을 필요가 생겨서였다. 이제서야 <리바이어던>을 읽는 것은 우리 나이의 사람들에게는 그다지 부자연스러운 일이 아니다. 사회학 등을 전공하지 않은 이들이 일부러 읽을 일이 없었던 책. 그런데 이번에 <만화 홉스 리바이어던>을 다시 읽게 된 것은 우리 아이들을 위한 선행 책 읽기의 일환이었다. 아무래도 읽혀야 할 것 같고, 엄마가 먼저 읽어봐야겠다 싶어서이다. 지금의 아이들은 중학교, 아니 초등학교 때부터 인문고전을 접해야 하는 환경에 처해 있다. 물론 안 읽어도 큰 상관은 없지만 적어도 그런 강박은 지니게 된 상황이다. 저자와 책이름만 달달 욌던 우리 때에 비해 더 나은 환경인 건지, 혹은 더 안타까운 환경인 건지, 그런 생각을 이런 책을 대할 때마다 혼란스럽게 생각해 본다.
어찌 되었든 나는 <리바이어던>을 두 번째로 읽었다. 그래서 이제 <리바이어던>과 홉스와 사회계약론, 그리고 홉스의 사회계약론이 로크의 그것과 얼마나 다른지를 잘 아느냐, 그렇지 않다. 로크의 <정부론>도 작년에 읽었으나 머릿속에는 그 모든 것이 혼재되어 있고 그다지 갈피가 잡히지 않는다. 이 책을 읽으며, 아주 조금 더 갈피가 잡혔다고 할까. 우선 만화라는 형식이 어떤 독자이든 접근하기 쉽게 만들고, 글쓴이나 그린이나 최대한 쉽게 하려고 노력한 덕에 이해가 훨씬 쉬웠기 때문이다.
어쨌든 자연 상태에서 인간이 얼마나 불안하고 초조하게 살아가야 하며, 생존을 위해 뺏거나 빼앗기거나, 혹은 죽거나 죽이거나하기가 쉬운지에 대해 매우 공감하게 되었다. 매우 강한 권력을 지닌 통제자가 있어야 하리라는 필요에 의해 국가가 생겨났다는 생각에도 공감한다. 통치자가 법 위에 존재하는 군주여야 한다는 생각에는 의문을 가지지만 기본적으로 성악설에 기초한 그의 생각은 공감할 만한 부분이 매우 많았다. 언젠가 윌리엄 골딩의 <파리대왕>을 읽으며 섬뜩하게 받아들였던 인간 본성에 대한 느낌이 <리바이어던>을 읽으면서도 전해졌다.
여전히, 그가 종교를 어떻게 받아들이는가는 혼란스럽다. 종교가 인간의 공포 덕분에 생겨났고, 많은 신자를 확보하면 종교로 받아들여지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미신으로 치부된다는 생각은 이해되지만, 그것이 하느님을 믿는 기독교도로서의 그 자신과 일치되지 않는다는 의문이 끝내 후련하게 해결되지 않았다. 단순히 군주의 효과적인 통치를 방해하는 현실 교회의 폐단을 지적하는 것으로 이해해 버리자고 해도 종교의 발생에 대한 그의 생각이 자꾸 가로막는 느낌.
아무튼, 만화책이라고는 해도 성인 독자에게도 읽고 이해하기가 녹록치 않다. 어쩌면 그건 이 만화책이 <리바이어던>을 빠짐없이 다루고 있는 덕택일지도 모르겠다. 어린아이가 읽을 것을 상정하면 많은 부분을 삭제하거나 건너뛸 법도 한데 글을 그림으로 대체했다는 느낌만 있을 뿐 빠진 부분이 없이 채워넣으려고 고민했을 것이라는 느낌이 역력하다.
소수를 제외한 초등학생을 위한 책으로 효과적이지는 않을 것 같은 느낌. 중학생 이상이면 읽고 이해하기가 괜찮겠지만 더 좋아할 사람은 인문고전을 읽어보지 않았던 대학생, 성인들이 아닐까 싶은 그런 생각이 든다. 그런 의미로 이 시리즈는 내게 더 고마운 기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