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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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우 문학적이거나, 매우 깊거나, 매우 넓거나, 감동적이거나, 교훈적이거나! 그렇지, 않다. 그런데 매우 매력적이다. 마치 봄바람 속에 포플란 치맛자락 나부끼며 골목길을 걷던, 소녀 적의 그 간질간질함 같은 것들이 알알이 배어 있다. 이처럼 첨단적인 소재로, 이처럼 오래 된 이야기를, 이처럼 감각적으로 할 수 있다는 건 결코 쉽지 않을 거다. 조금만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이 되어 버릴 수 있어서, 더 이상의 코멘트를 하지 않고. 그저 이 책을 읽으면 잠이 잘 오지 않을 수 있다는 부작용만 경고하고 싶다. 그렇다. 사랑 이야기. 이 시대에만 가능하며 온 시대에 다 가능한 진부하고, 새로운 사랑 이야기다. 게다가 피부 뽀얗고 야들야들한 어린 것들의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조금은 나이 있는 이들의 사랑 이야기. 인내가 필요하기도 하지만 재미있다. 아마 시작하면 속편까지 다 읽어야 직성이 풀릴 것이다. 그러나 또 하나의 경고. 속편의 마지막은 신파 느낌이다. 신파를 매우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짜증일 수 있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에게 그 신파는 용인할 수 있을 정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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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체의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웃음과 망치와 열정의 책 책 읽는 고래 : 고전 5
진은영 글, 김정진 그림 / 웅진주니어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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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우연히도, 얼마 전에 ubermensch라는 단어를 누군가 물어와, 우리가 흔히 초인이라 했던 말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이 있었다. 그리고 이 책이 손에 들어왔다. 니체에 대해 내가 아는 거라고는 '신은 죽었다, 그러나 신은 죽지 않았다'라는 모순된 이야기를 했다는 것, 초인 즉 슈퍼맨을 지향했다는 것 정도였다. 물론 여기서의 슈퍼맨에 대해 영화를 떠올리는 사람은 없으리라. 그가 아무리 매력적이라 해도. 위버멘쉬의 개념을 지극히 모호하게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니체를 심각하게 고민해보지 않았던 것이, 이 책으로 잘 깨졌다. 어찌나 고맙던지. 지금 내가 부딪히는 문제에 대해 잔잔한 대화를 나눈 기분이 들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극복의 대상이며, 영원회귀하는 운명적 존재이지만 그래서 더 긍정해야 하고, 긍정해야 한다는 메시지. 무엇이 진실한 삶이며, 무엇이 그 허깨비인지 구별하는 눈을 냉철히 가지고 싶다는 욕구를 불러일으켰다. 내 딸이 이 책으로 비슷한 느낌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초등 고학년들부터 읽게 나왔으나 중학생 이상이 읽어야 이해가 될 것 같고, 어른이 읽어도 매우 좋을 책이다. 본격 철학서를 거들떠 볼 일이 별로 없는 보통의 어른이라면 말이다. 물론 글이 어려워서가 아니고 내용 자체가 철학에 대한 이야기여서 그렇다. 글은 쉽다. 적절한 사례나 그림으로 이해를 돕고 있는데, 니체를 매우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은 도저히 쓸 수 없는 글 같다. 니체를 열심히 공부했으면서, 독자와의 커뮤니케이션에 능하고, 글도 잘 쓰는 사람이 쓴 것 같다. 말하자면 저자에 대해서는 극찬하고 싶다는 이야기. 이해가 덜 된다면 그건 니체 탓이거나 독자 탓이다.

  니체를 읽어 보았는가? 아니라면 이 책으로 시작해도 좋을 것이다. 니체의 다른 책에 대해서도 잘 설명해 놓았는데 읽고 싶게 만든다. 차라투스트라가 조로아스터의 독일식 이름이라는 걸 알고 있었는가? 아니라면 이 책으로 니체와 가까워질 수 있다. 도대체 신이 죽었다 해놓고, 왜 신은 죽지 않았다고 했는지 잘 이해하는가? 그런 질문을 아이가 해올 때 모종의 대답을 해주고 싶다면 이 책으로 시작하기를 바란다. 시리즈의 다른 책에 급격히 관심이 간다. 이 책, 위버멘쉬를 꿈꾸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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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lla.K 2009-10-14 12:0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런 책이 있었군요. 옛날에 이 책 읽느라 얼마나 고생을 했던지 다시 보고 싶지도 않더라구요. 그런데 이 책은...음!
그런데 위버멘쉬는 뭐예요?

파란흙 2009-10-18 20:20   좋아요 0 | URL
번역하면 초인이 된대요.^^ 그런데 저자는 초인이 정확한 의미가 아니라고 여겨 그냥 위버멘쉬라고 하자네요. 저도 동의.

파란 2011-12-24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차라투스트라..가 그 이름이라니 조금은 섭하네여. 니체탓이라니 장바구니에 넣어야겠어요.
 
세계의 끝 여자친구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09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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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케이의 이름을 불러봤어’는 이 책의 처음에 나오는 단편이다. 책을 읽기 시작하면서 처음 만나는 글. 9쪽. ‘그후로 십삼 년이 지나는 동안, 나는 여러 번 어린 케이케이가 수영을 했다던 그 냇물을 상상했다.’로 시작되는 문단을 처음 만나던 순간은, 빈방에서 무슨 일로 눈물을 글썽거리던 순간이었고, 이 글이 툭하고 건드리자 나는 참지 못하고 좀 울었다. 김연수의 소설과 나 사이에는 무수한 간격이 있고, 우리는 서로를 알지 못하고, 더구나 이해하는 일은 별과 별 사이만큼 멀고 연관 없지만, 그래도 나는 작중 화자의 심경이 읽혔다. 김연수도 읽혔다. 

이 작가가 말하자면 나와 같은 시기에 머물러 있구나 하는 느낌. 지나간 순간, 지나가버리고, 스쳐 가버린 숱한 순간들을 되새기고 곱씹고 있구나. 그 모든 순간들이 어쩌면 그렇게나 우연스럽고, 내 것이면서 또한 아닐까 싶은 느낌을 절감하고 있구나. ‘세계의 끝 여자친구’라는 서로 무관할 것 같은 말들의 나열도 이해보다는 그저 앎의 느낌으로 다가왔다. 우리가 사랑하는 이와 함께 가고 싶은 곳은 항상 세계의 끝이라는 것. 그건 결국 시간을 삼키고 과거와 미래와 현재를 품은 메타세쿼이아가 늘어선 길 끝이라는 것. 우리는 줄곧 죽고 싶어 한다는 것들을.

마흔세 살이란 이런 나이야. 반환점을 돌아서 얼마간 그 동안 그랬듯이 열심히 뛰어가다가 문득 깨닫는 거야. 이 길이 언젠가 한번 와본 길이라는 걸. 지금까지 온 만큼 다시 달려가야 이 모든 게 끝나리라는 걸. 그 사람도 그런 게 지겨워서 자살했을 거야.-68쪽.

우리가 노인이 될 때까지 살아야만 하는 이유는 어쩌면 우리 모두가 일생에 단 한 번은 35미터에 달하는 신의 나무를 마주한 나무학자 왕잔의 처지가 되어야만 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공룡과 함께 살았다는, 화석으로만 남은, 하지만 우리 눈앞에서 기적처럼 살아 숨쉬는 그 나무.-82쪽 

책 읽는 취미를 어지간히 자랑거리로 여기며 한동안을 지냈으나 갑자기, 그 모든 것에 눌리고 부질없고 숨이 잘 쉬어지지 않는 시기를 통과하는 내게는 ‘내겐 휴가가 필요해’는 그저 책읽기에 대한 이야기로 읽혔다. 그래서 매우, 의미심장했다.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더 불행해지는’, 형사였던 노인의 이야기는 무언가 선언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그는 절망했다. 절망의 끝은 죽음이다.

어떤 책을 들춰봐도 거기 죽은 자가 다시 살아났다는 이야기는 없었다. 또 노인이 다시 젊어져 새로운 인생을 살아갔다는 이야기도 나오지 않았다. 어이없게도 삶은 단 한 번만 이뤄질 뿐이며, 지나간 순간은 두 번 다시 되풀이되지 않는다고, 그 도서관에 있는 모든 책들은 말하고 있었다.169-170쪽.  

정말 당연하고, 무서운 사실.

‘달로 간 코미디언’은 최근 읽은 어떤 이야기보다 슬프고, 무섭고, 우스웠다. 눈물 끝에 웃음이 나오고, 다시 눈물이 나오고, 콧물까지 줄줄 흘리다가 그게 웃겨서 또 웃게 되는 이야기. 한 번쯤은, 한 번쯤은 별볼일 없는 인생의 끝에서 뜻하지 않은 일로 만신창이가 되고, 눈이 먼 채로 차가 뒤집혀 안경마저 잃어버린 채 사막을 향해 끝없이 걸어가 보아야, 거기 인생이 놓여있음을 절감하리라 싶게 만드는 이야기.

종합하건대, 이 책, 내게는 소통되지 않음과 유한함, 지극히 짧음에 대한 중간 보고이고, 그럼에도 사랑함에 대한 애절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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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 2009-10-21 17: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 많이 남아 있게 되는 책인가 보네여.

파란흙 2009-10-21 22:56   좋아요 0 | URL
제가 워낙 김연수 글 스타일이나 세계관을 좋아합니다. 김연수를 좋아하게 된 지는 얼마 되지 않았지만 지금까지 접한 책 두 권은 매우 좋았어요. 그 전 책들을 찾아읽을 정도는 아니지만 앞으로 나올 책을 다 볼 예정이에요. 동질감 같은 것이 느껴져요.^^

도서관 2009-10-21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땡스투! 자유~~~

파란흙 2009-10-22 08:49   좋아요 0 | URL
ㅋ 취향이시려나. 암튼 행복하게 읽으시기를.
 
세계 최고의 지식 - 10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잰 페인 글, 마이크 필립스 그림, 오윤성 옮김 / 명진출판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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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들이 읽어야 할 책, 알아야 할 지식과 정보의 양이 무서우리만큼 많다. 가끔 10대에서 아주 멀리 와 있는 나는 여유롭게 팔짱을 끼고서 10대들을 바라보는데, 때로 불쌍하다는 생각까지 든다. 그런데 그 많은 지식과 정보들은 어쩌면 10대들에게 스키마로 쌓이지 않고 그저 새나가 버리는 것도 같다. 그래서 나는 10대들을 위한 어렵기 짝이없는 책을 보면 화가 난다. '당신이 10대면 이런 책을 읽고 싶겠느냐.'며 기획자나 편집자에게 따지고 싶어진다.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가하면, <10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세계 최고의 지식>이 내가 원하던 형태의 책이라는 칭찬을 하고 싶은 것이다. 이 책, 구성이 무척이나 재미있고, 내용도 재미있고, 그림도 재미있다. 표지만 보고서 제법 무거운 책인가 싶어 꺼리던 딸들이 차차 재미를 붙이더니 급기야 서로 먼저 읽겠다고 '찜'을 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물론 처음부터 그런 건 아니고, 내가 큰소리로 한 꼭지를 읽어주고나서 벌어진 일이다. 아이들의 반응은 이랬다.

'앗, 짧다. 게다가 중간중간 영어 단어까지 끼워 읽으니까 재미있네.'

예를 들면 이런 것이다.


세상에서 가장 무시무시한 타워.

영국에 있는 런던타워는 세계에서 유령ghost이 가장 많은 곳 중 하나야. 11세기에 처음 세워진 왕궁palace으로 영국 역사와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지만, 수백 년 동안 감옥prison 겸 처형장execution ground으로 쓰이면서 권력과 왕좌throne를 둘러싼 비극tragedy의 무대가 됐지. 왕과 왕비까지 이곳에 끌려와 교수형에 처해지기도 했어.

-138쪽 

execution을 읽기 힘들어하는 사람도 걱정없다. 오른쪽 여백에 엑시큐션으로 읽을 수 있게 모든 영단어에 대해 발음기호도 적혀 있다.

300여 쪽의 얇지 않은 책이지만, 워낙 짧은 상식들이 가득해 순서 상관없이 읽어도 되고, 시원시원한 여백과 큼직한 글씨가 부담없이 다가온다. 무엇보다 펜화 느낌의 유머러스한 그림들이 킥킥 웃음을 자아내기까지한다. 

내용은 매우 넓게 펼쳐져 있다. 과학, 역사, 사회, 문화, 국가, 스포츠, 미스터리, 인간, 동물, 자연, 지구의 11개 part로 나뉘어 있다. 각각의 파트가 또다시 작은 테마로, 작은 테마가 또다시 컬럼으로 세분되어 있는데, 이 컬럼들은 그야말로 읽기 부담없을 정도로 짧다. 주로 세계적인 기록에 관한 내용이 많은데, 그점이 장점이자 단점이기도 하다. 단점일 수 있다는 건 최고, 최초, 최대, 최소라는 것들은 중간에 대한 고려가 없는 것처럼 보이기 십상이라서 그렇다. 그러나 기록 이야기의 흥미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건 누가 뭐래도 장점이다. '가장 책을 많이 쓴 작가'(82~83쪽) 이야기에서 영국의 로맨스 소설가 바버라 카틀랜드는 18일에 소설 한 권씩을 썼단다. 723권 출간, 서재에 대기 중인 원고가 160개가 있었다는!

이 책을 욀 정도로 읽고 나면 표지에 쓰인 글처럼 '걸어다니는 구글'이라 불릴 수 있을 법도 하지만, 좀 그렇다. 우리 땐 '걸어다니는 백과사전' '걸어다니는 도서관' 등으로 불렸는데 격세지감이다. 구글 대신 지식in이라 하면 너무 특정 회사 홍보가 되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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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잔의 차 - 히말라야 오지의 희망 이야기
그레그 모텐슨 외 지음, 사라 톰슨 개작, 김한청 옮김 / 다른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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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네가 발티족과 함께 처음으로 차를 마신다면 자네는 이방인이네. 두 번째로 차를 마신다면 자네는 환대받는 손님이 된 거지. 세 번째로 차를 함께 마시면 가족이 된 것이네. 그러면 우리는 자네를 위해 죽음도 무릅쓰고 무슨 일이든 할 거라네."-123쪽. 

제목인 세 잔의 차의 의미를 드러낸 책 속 대목이다. 세 잔의 차를 함께 마시면 죽음을 무릅쓰는 가족이 되는 사람들이라니. 뭔가 가슴이 뭉클하다. 그레그 모텐슨은 그런 사람들을 위해 살아가기로 하고, 그렇게 살아가는 사람이다. 2009년 그레그는 노벨평화상 후보로 선정되었다. 그레그가 해오고 있는 일은 히말라야 오지를 누비며 여자 아이들에게 학교를 세워주는 일이다. 그건 몸과 마음을 바칠 뿐 아니라 때로 목숨까지 내놓아야 하는 일이다. 미국인인 그가 그 일을 하는 동안 9.11 테러사건이 있었고, 이라크전쟁이 있었다. 실제로 그는 납치되기도 했다. 그러나 그는 그 일을 멈추지 않는다. 

처음에 그레그가 히말라야 등반가에서 히말라야 오지인들의 친구가 된 것은 조난 덕분이었다. 죽을 고비를 넘기며 그가 발견한 것은 귀한 설탕을 탄 차를 여러 잔 그에게 내놓은 하지 알리과 그 아내, 그리고 그 마을 사람들의 사랑이었다. 그 좋은 사람들이 교육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사는 것이 그레그의 마음을 때렸다. 젊어 죽은 여동생의 혼을 위로하고자 시작한 히말라야 등정과 조난, 발티족과의 만남은 그레그라는 사람의 인생을 바꿔 놓았다. 

남을 위해 자신을 아낌없이 내놓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늘 읽어도 놀랍지만, 사실 그들은 모종의 계기가 되는 사건을 겪기 전까지는 그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언젠가 번역했던 <국경 없는 의사회>에서도 분쟁 지역에 맨몸으로 뛰어드는 봉사자들이 얼마나 평범한 사람들이며, 그 일을 하게 된 계기 역시 얼마나 일상적인지 그게 더 놀라웠던 기억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뭔가 다른 피를 타고났거나, 매우 다른 탄생, 두드러지는 성장과정을 지녔을 것이라고 오해한다. 아니, 그렇게 믿으며 자신이 그러지 못하는 것에 대해 변명을 한다. '난 그저 평범한 사람이에요.'라고.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다시 느낀 건, 그들도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똑같이 자신의 몸이 귀하고, 가족이 안타깝고, 먹고 살 걱정도 하고, 겁도 나지만, 그럼에도 그 일을 하는 것이다. 따라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다. 남을 위해 자신의 많은 부분을 내놓는 일. 모든 엄마들이 자식을 위해 하는 일의 반만 내놓아도 충분하다. 그런데 하지 않는다. 조금 부끄러웠다. 자식을 위한 일은 나를 위한 일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않는 일인데, 그걸 대수롭게 여기며 살아가는 일상이 말이다. 

사실 상반된 많은 생각들이 오갔지만, 각설하고자 한다. 그레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동전 한 잎이라도 모아보내는 일이 개중 가치로울 것이라 여기기에. 그레그가 한 말 중 새겨들어야 할 대목이라 느낀 것을 옮겨 본다. 

"내가 파키스탄의 아이들을 왜 도우려 하는지 어른들에게는 설명하기 힘들었어요. 그러나 아이들은 당장 이해했어요. 아이들은 사진을 보았을 때 추운 날씨에 바깥에 앉아서 선생님 없이 공부하는 곳이 있다니 쉽게 믿지 못했어요. 그리고 아이들은 파키스탄의 아이들을 위해 무언가를 하겠다고 결심했어요."-55쪽   

"파키스탄이나 아프가니스탄 같은 지역의 사람들이 단지 우리를 미워하기 때문에 테러를 일으킨다고 생각하지 않게 되었어요. 죽음 대신 삶을 선택할 만큼 밝은 미래를 아이들에게 주지 못하기 때문에 테러가 생기는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20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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