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사 똥맨 신나는 책읽기 15
송언 지음, 김유대 그림 / 창비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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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으며, "어휴!" 소리가 절로 나온다. 어쩔 수 없는 어른이다보니 읽는 동안 주인공인 동수(똥수)와 귀남이(똥맨)보다, 이 말썽꾸러기들의 담임선생님에게 더 동화되어서이다. "아이고, 선생님. 감사합니다." 소리가 절로 나온다. 일 년 365일 이 세계 최고의 장난꾸러기들과 함께 생활하려면 그야말로 도를 닦아야 할 것 같아서이다. 

동수는 조금은 소심한 남자아이다. 대장이 좀 예민한지 똥을 벼르고 별러 요란하게 싸는 바람에 똥수라는 별명을 지니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절대, 절대 똥을 싸지 않겠다고 마음 먹었지만 아침부터 사르르, 사르르 배가 아팠다가 말았다가 해서 온통 신경이 똥에 쏠려 있다. 

공감, 대공감. 마치 내가 신혼 시절 시댁에 가서 겪었던 고통과 똑.같.다. 무릇 똥이란 마음이 편해야 나오는 것이니까 말이다. 

그런데 천하의 장난꾸러기 고귀남은 사뭇 다르다. 귀남은 선생님이 하시는 말 끝마다 토를 달고, 대꾸를 하고 쉴 새 없이 웃기는 몸짓을 해보이고, 결정적으로 똥을 마음껏, 시원하게, 아무도 개의치 않고 싸는 아이다. 한 마디로 몸과 마음이 내키는 대로, 신나고 즐겁게 산다. 아이들은 귀남이를 부러워하지만 감히 귀남이처럼 하지는 못한다. 

학교라는 사회가 생각 외로 경직되고, 규칙이 너무나 많다는 것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곳에서 적응해 살아가려면 귀남이처럼 하기가 쉽지 않다. 모든 선생님이 귀남이 선생님처럼 약올라 하면서도 심하게 화를 내지 말란 법 없다. 

귀남이는 문제아로 낙인찍히기 쉬운 캐릭터다. 그 아이가 실수로 뽑아버린 상추를, 식물이고 먹을거리여서 안타까워하는 아이라는 것은 잘 살펴보지 않으면 모른다. 똥 싼 일로 부끄러워하는 동수에게 기운을 불어넣어주고, 잃어버린 부메랑을 기지로 되찾아주는 정의의 사도라는 걸 어른들은 모르기가 쉽다. 

장난꾸러기, 말썽꾸러기 똥맨 고귀남. 처음에는 꿀밤을 먹이고 싶었는데, 시간이 지날수록 똥수와 똑같이 쓰다듬어 주고 싶은 생각이 든다. 녀석, 그래도 나한테 걸리면 꿀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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