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비라는 출판사. IMF를 넘으면서 망하기 전에 내고 싶은 책 좀 내보자는 마음으로 인문 사회 도서로 방향을 틀었다가, 잘 되고 있다. 잘 되고 있다는 건 독자로서 잘 나가는 책이 몇 권 입에 익고, 찾아가 보니 살림살이가 그럴 듯해서 짐작한 것이지만, 적어도 독자들 불러다 집들이 할 정도면 못나가지는 않을 터이다. 바닥을 쳤다, 혹은 추락하는 것에 날개가 있다는 말이 잠깐 스쳐 지나갔다. 더 내려갈 데가 없으면 올라온다 했던가. 그리고 희망은 늘 올곧은 곳에 들어 있음도 새삼 떠올랐다. 결국 참아내고 소신껏 해서 잘 되는구나. 뭔지 좀 흐뭇한 느낌.  

이 회사가 내는 시리즈 중에 달인 시리즈가 있다. <호모~> 시리즈다. <호모 로퀜스>, <호모 아르텍스> 그리고 <호모 부커스> 등등. 참 그럴 듯한 아이디어이며 책들이다. 그 중 '책 읽는 인간'이라고 할 <호모 부커스>의 저자 이권우 씨를 그린비에서 만났다. 블로그 친구가 간다 하여 따라붙었는데, 결과적으로 무척 좋았다. 이례적으로 늦게까지 떠들다 왔다. 독자가 몇 되지 않아서 거의 사담 수준으로 이야기가 오갔다. 좋았다. 역시 작가는 이렇게 가까이서 만나야 맛있다. 마이크 놓고 멀리서 음성만 듣는 작가도 좋지만 물론.^^ 

매우, 매우 책을 좋아하는 사람. 그 점에는 어느 정도 닮았을라나... 어린 시절 계몽사의 50권짜리 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을 파먹다시피 한 것도 닮았고, 읽은 걸 속으로 되씹기와 마찬가지로 밖으로 내놓기 좋아하는 것도 조금은, 닮았다. 그는 많은 책을 여기저기에 기증한다. 책 욕심을 버릴 수 있게 됐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그랬다. 감당을 넘어서는 수준이어서겠지.^^ 도서평론가라 책이 매일 매일 집에 들이닥치니 결국 방출, 방출하는 쪽으로 마음을 먹었으리라. 그런 그가 죽어도 못내놓고 끝까지 짊어지고 가는 책은 고전과 사전이란다. 앗, 고전 좋아하는 것도 나랑 닮았구나. 예, 나도 그리 생각해요. 완벽히! 

참 많은 이야기가 오갔다. 하지만 그저 좋은 인상만 남긴다. 저자와 출판사에 대해. <호모 아르텍스> 얻어왔다. 호작도가 그려진 컵받침도. 좋았어.



큰 사진. 노인의 웃음이 봄날 햇살같다.



돌로 된 책에 박힌 건 에머랄드일까?



편집자들은 제각기 일반 PC와 디자인용 매킨토시를 겸용한다. 독특.



매우 큰 그림. 그 일부.



이권우 저자가 공유하기 위해 출판사에 갖다 놓은 책의 일부.



유쾌한 저자. 책 읽기의 달인 이권우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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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저자와 독자가 만나는 공간, 출판사
    from 도서출판 그린비 2008-10-23 10:43 
    『책읽기의 달인, 호모부커스』 독자 초대 이벤트 후기10월 16일, 그린비에서 『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책소개 바로가기)의 저자, 이권우 선생님과 독자분들의 만남이 있었습니다.이권우 선생님의 책들이 꽂혀있는 서가도 정리하고 독자분들게 드릴 선물과 다과를 준비하며 설레는 마음으로 손님맞이를 했답니다. 7시 30분부터 시작된 행사는 11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까지 이어졌습니다.그 생생한 현장을 함께 느껴 보실까요? ^^스무 분 정도의 독자분들이...
 
 
파란흙 2008-10-23 21:4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my pleasure!^^

파란 2009-02-13 17: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50권짜리 계몽사의 책을 파 먹으셨군요. 전 엄마가 돈이 없다고 25권만 사주셨어요. 그 시절엔 전집도 절반 팔기도 했나봐요. 전 25권만 파 먹었어요. 남은 25권이 정말 궁금했었는데 갈증나는 시절이었어요. 어디서 책을 빌려 볼때도 없었는데...그 갈증이 만화로 넘어가고 하이틴로맨스로 넘어가버렸거든요. ㅎㅎ

파란흙 2009-02-14 11:15   좋아요 0 | URL
오호, 만화와 하이틴로맨스라...공통점이 너무 많습니당. 50권짜리 계몽사 전집을 공유하는 일들을 간혹 만납니다. 그러면 유년이 다시 돌아오는 듯 반갑기도 해요. 모르긴 해도 저 책이 오늘날 책 읽는 이들을 여럿 길러냈을 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