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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엔 윤밴의 공연을 처음 보시는 분, 심지어 공연을 처음 관람하시는 분도 있는데, 대중적이지 못한 신곡을 부르려니 죄송합니다." 뭐, 이런 말을 윤도현이 중간에 했다. 바로 나같은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터였다. 해바라기, 이문세 등의 공연 이후 대중가수의 공연을 안본지, 세기도 힘든 나날이 흘렀으니.
기분 나쁘라고 한 말도 아니고, 기분 나쁘지 않았고, 그저 노구를 일으켜 거의 쉴 새 없이 스탠딩 관람을 했으니 속시원하다.
사실은 어제, 관람 날, 자고 일어나니 온몸이 아프고 입술이 부르터 징그러운 몰골이 되어 있기에, 관람 포기를 하루 종일 고민했었다.
하지만 이미 끊어놓은 R석 두 장을 포기하기엔 좀 포시라와(??) 보여, 전철을 타고 긴 나들이를 했다. 올림픽공원, 멀고 먼 그곳을 향해. 삼성역에서 내려 잠깐 볼일 보고 거기서 택시를 탔는데, 인터넷에서 분명 동1, 동2문으로 들어가라 한 것을 기억하는데, 기어이 자기가 맞다며 남2문 앞에 내려주고서, 가까우니 걸어가라 한 그 여자 택시기사.... 아픈 나는 긴 길을 또다시 걸었다. 윤밴이고 뭐고 다 때려치고 싶은 마음을 누르고, 딸과 핫도그 하나씩을 걸으며 뱃속으로 밀어넣고 다행히 제시간에 입장.
그런데, 이게 웬일! 나는 평소와 달리 거의 뛰는 수준(발가락을 떼지 않고 뒤꿈치를 까딱거렸다.)으로 내리 서서 몸을 흔들었다(물론 아주 조금씩). 노래도 쉴 새 없이 따라부르고, 목이 쉬도록 꺄악꺄악도 거리고.
윤밴은 록의 정신, 잘은 모르지만 비판적이고 반항적이고 할 말 하는 자유혼을 표출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그게 전해졌다. 신곡 '88'은 <88만원 세대>라는 책을 읽고 울컥하여 지었다고 했다. 반복되는 '팔십팔'에서 '팔'과 '십팔'이 떨어져 들리는 것이 나만은 아니었으리라. 함께 간 중학생 딸이 의외의 엄마를 흘깃거리는데, "즐겨.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너 아니?"라며 나는 계속해서 환호했다. 거참, 젊은이가 자기 일에서 많은 의미를 찾고, 누리는구나...하며 신통한 기분으로 윤밴을 환호했다. 대중과 가까워지고자 하나, 대중이 이해해주지 못하는 일부 노래들이 윤밴에게는 많이 아프구나, 이런 생각도 했다.
즐기지 않고 바라보기만 한 딸은 정작 공연장을 나와서는 "엄마, 기말고사 끝나면 윤밴 앨범 사 줘."란다. 하여간 내숭에 뒷북은. 아무튼 후기. 록 가수는 공연장에서 가장 멋지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