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 바다 바다 올 에이지 클래식
샤론 크리치 지음, 황윤영 옮김 / 보물창고 / 2007년 5월
평점 :
절판


<고래사냥>이라는 영화에서, 동명의 노래에서, ‘신화처럼 숨 쉬는’이라는 대목을 목청껏 따라 부르면서, 고래는, 고래가 사는 바다는 내게 아르카디아이자 타르타로스였다. 굳이 가스똥 바슐라르를 들먹이지 않더라도 적막, 칠흑, 노호와 굉음, 햇살이 교차하는 바다는 그야말로 탄생과 죽음, 희열과 공포의 장소이다. 어쩌면 그것은 내게만 국한된 것이 아니라 물에서 태어나는 우리 모두의 ‘원초’이지 싶다.

  이 책은 바다와 고래에 대한 나의 동경과 공포를 한꺼번에 건드린다. 십대 소녀 소피와 그녀의 외삼촌 셋, 그리고 외삼촌의 아들 둘이 대서양을 건너 그들의 아버지이자 할아버지 봄피를 방문하기 위해 떠나는 항해는 각자의 지난한 삶의 여정을 그대로 축소한 다이제스트이다.

  각각의 삶이 다르듯 그 항해가 그들에게 주는 의미 또한 다르다. 도크 삼촌에게 여인 로잘리가 가지는 의미, 모 삼촌에게 그림이 가지는 의미, 그리고 이들 모두에게 그렇지만 특히 소피에게 봄피 할아버지가 가지는 의미. 그런 것들이 파란만장한 항해를 통해 펼쳐진다.

  이 글은 소피와 사촌 코디의 항해 일지이다. 특히 소피가 중심인물이고, 코디의 일지는 많은 부분 소피의 비밀을 슬쩍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는 느낌이 좀 있다. 그리고 옮긴이가 썼듯이 ‘소피는 왜 거짓말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이 내내 따라다닌다. 그 아이의 비밀은 도대체 얼마만큼 깊고 아픈 것일까.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봄피 할아버지와 소피는 도대체 무슨 수로 그 깊은 이야기를 나눈 것일까.

  마지막에 다 가서야 비밀은 제 모습을 드러낸다. 생각만큼 거대한 비밀은 아니다. 그저 삶의 여러 모습들이 이리저리 얽히고설킨 정도에서 더하거나 덜하거나이다. 사실은 각자의 아픔을 감춘 채 같은 배에 오른, 가족이지만 모래알처럼 낱낱이던 이들 일행이 저마다 ‘해소’라는 과정을 거치며 자신을 해체시켜 새로이 다듬고 더 큰 하나로 되는 모습은 다소 도식적이다. 아픔을 딛고 성숙해가는 것, 입양이 빈번한 요즘 진정한 가족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되새김을 주는 것, 혹은 인생에서 진정한 선택은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에 대한 암시 같은 것들도 항해라는 노골적인 비유를 통해서라는 점이 역시 그렇다.

  그런데, 한 번 들면 책을 손에서 놓기기 힘들다. 독자를 계속 조금씩 잡아당기면서 끝까지 데려가는 작가의 역량이라고 할까. 뉴베리상과 카네기상을 휩쓴. 그리고 무엇보다 잊고 살았던 바다 냄새를 진하게 풍긴다. 고향 바닷가로 달려가 수평선 너머 태평양, 그곳의 심연, 거기서 숨 쉬는 고래를 느껴보고 싶게 한다. 그야말로 나이 불문하고 읽을 만한 올에이지 대상 책이며, 특히 가슴 속에 파도가 소용돌이치는 청소년들이 보았으면 좋겠다. 브라보-알파-델타-알파여 영원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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