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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날씨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 지음, 송은주 옮김 / 민음사 / 2020년 10월
평점 :
전 지구에 닥친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아주 긴박한 호소!
이 책은 이유를 불문하고 많은 사람들이 반드시 읽어야만 한다!
거친 바람 소리가 휘휘- 휘몰아칠 때마다 창문은 요동을 쳤다. 이따금 바람이 한꺼번에 들이닥치는 듯할 때면 집 전체가 뒤흔들리는 기분이 들었다. 나는 아이들의 잠자리를 살피며 좀처럼 잠을 이룰 수 없었다. 8호 태풍 바비에 이어 9호 태풍 마이삭까지, 연이은 태풍 소식에 나는 불안한 마음을 쉬 잠재우지 못하고 내내 뒤척였다. 2017년 포항 지진, 2020년 코로나19, 한반도를 관통하는 태풍의 경로, 이제는 일과가 된 미세먼지 농도 확인하기. 불과 최근 몇 년 사이에 모두 일어난 일이다. 그것은 곧, 내가 발을 딛고 살고 있는 이 땅이 더 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이며 내 아이들이 살아갈 미래는 더더욱 살기 힘든 환경이 될 것이라는 얘기다. “나의 할아버지는 낙타를 탔고, 아버지도 낙타를 탔고, 나는 메르세데스를 몰고, 아들은 랜드로버를 굴리고, 그의 아들도 랜드로버를 굴릴 것이지만, 그다음 세대의 아들은 낙타를 탈 것이다.” 1960년대 말, 석유의 발견으로 아랍에미리트에 퍼진 희열이 훗날 국민을 괴롭힐까 걱정한 셰이크 라시드의 말이 이토록 실감났던 적이 또 있을까. 아니, 낙타를 탈 수 있는 시대로 돌아갈 수 있다면 차라리 낙관적이다. 『우리가 날씨다』(부제:아침식사로 지구 구하기)의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말한다. 상실은 이미 시작되었다고. 대멸종의 시대, 그것이 우리가 경험하고 있는 지금의 현실이라고.
우리가 홍수이고 방주이다
점점 강해지는 대형 태풍, 더 심각해지는 해수면 상승, 가뭄과 물 부족, 점점 넓어져 가는 오염 해역, 대규모 해충 발생, 죽어 가는 숲, 매일같이 사라지는 수백 종의 생물. 우리의 실존을 뒤흔드는 비상사태와 전 지구적인 위기가 심각해지고 있지만 우리는 저 멀리 어딘가에서 벌어지고 있는 전쟁처럼 이를 바라보고 있다. 우리는 이 모든 현상이 기후변화에 따른 환경위기라는 것을 모두 알고 있지만, 여전히 추상적이고 멀게만 느껴지는 이 명제 앞에서 지극히 무관심하다. 엄밀히 따지자면, 믿고 싶지 않은 쪽에 가까울지도 모르겠다. 조너선 사프란 포어는 이렇듯 진짜 전 지구적 위기는 ‘고정된 무관심 편향’이며 우리는 ‘탄소 배출을 영(0)으로 줄인다 해도 과거의 행동들이 초래할 죽음을 계속해서 목격하고 경험할 것이다. 행성은 우리는 물론이고 아이들에게도 더는 살기 좋고 아름답고 쾌적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겨우 경험하기 시작한 상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우리는 현대 세계와는 비슷한 점이 거의 없는 환경에서 수천만 년에 걸쳐 진화해 왔기 때문에 오늘날과 잘 맞지 않거나 현실에 대응하지 못하는 열망, 공포, 무관심에 이끌리곤 한다. 우리는 당장, 바로 그 자리에서 필요한 무언가에 더 끌린다. 지방과 설탕을 좋아한다.(이런 것을 언제 어디서나 쉽게 얻을 수 있는 세계에 사는 사람들에게는 나쁜 일이다.) 정글짐에서 노는 아이들을 신경을 곤두세우고 지켜본다.(정작 아이들 건강을 더 크게 위협하는 요인은 무시하면서.) 그러면서도 치명적이지만 저기 멀리 있는 것에는 여전히 무관심하다. / 30p
기후변화에 대한 미국의 무관심을 일종의 자살로 본다면, 우리의 자살은 그로 인해 죽게 될 사람들이 아마도 우리가 아닐 거라는 사실 때문에 더 소름끼친다. 이미 기후변화로 죽어가고 있는 사람들과, 기후변화로 미래에 죽게 될 인구는 아이티나 짐바브웨, 피지, 스리랑카, 베트남, 인도, 방글라데시처럼 최소한의 탄소발자국을 만들어 내는 지역에 살고 있다.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로 죽었고, 앞으로 훨씬 더 많이 죽을 것이다. 지략이 아닌, 자원이 부족해서. / 222p
그런 의미에서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파도타기’라고 강조한다. 성희롱에 대한 부적절한 처리에 항의했던 구글 지원들의 국제적 파업 물결처럼, 소아마비 퇴치를 위해 백신 시험에 자원한 선구자들처럼, 2차 대전 당시 해질녘이면 집안의 모든 불을 소등하고 지지와 연대와 참여를 보여주었던 미국의 해안 도시 시민들처럼, 개인 한 사람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파도타기라는 감정에 동참했을 때 비로소 해낼 수 있었던 것들에게서 희망을 엿본다. 그렇다면 어디에서 파도타기를 시작해야 할까? 책에서는 우리가 기후변화를 논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이해해야 할 것은 ‘우리 행성은 농장’이라는 사실, 다시 말해 축산업이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이라는 사실에 대한 인식이다.
- 하지만 기업들은 우리가 쓰는 것들을 만들고, 농부들은 우리네 먹을거리를 재배하잖아. 그들이 우리를 대신해서 죄를 짓는 거라고. 게다가 기후변화가 국가와 기업의 문제라고 말하면서도 아무도 국가와 기업들의 정책 변화를 끌어낼 계획을 세우지는 않는 것 같아. 또 나쁜 놈들을 비난하는 일도 좋은 사람들과 함께하는 일 못지않게 중요한 행동이야.
요즘 너도 나도 입에 올리는 구호가 있더라. 우리 시대의 비공식 구호랄까. “뭔가 해야 한다.” 그런데 아직은 뭔가 해야 한다고 되풀이해 말할 뿐 진짜로 뭔가 하는 사람은 거의 없어. 뭘 해야 할지 모르거나, 아니면 하고 싶지 않은 거지. / 180p
“오늘날 수백억 마리 이상의 가축이 산업혁명 이전 시대보다 더 많은 이산화탄소를 내뿜고 있지만, 지구의 광합성 능력은 (……) 숲이 사라지면서 급격히 떨어졌다.” 그들은 가축의 호흡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가 전 세계적으로 인간이 만들어 낸 온실가스의 21퍼센트를 차지한다는 추정치를 인용한다. 후속편에서 굿랜드와 앤행은 이렇게 덧붙인다. “동물의 호흡과 토양 산화작용에서 대기 중으로 흘러가는 탄소는 연간 광합성으로 흡수되는 양을 1~20억 톤가량 초과한다.” / 279p
최근 기후 조절에 식단이 미치는 영향에 대한 존스 홉킨스 대학 보고서에 따르면, “전 세계의 고기와 유제품 섭취가 이대로 계속된다면, 비농업 부문에서 배출량을 크게 줄인다 해도 전 세계 평균 온도는 2도 이상 오를 것”이라고 한다. 심지어 월드워치 연구소의 연구자들에 따르면 가축은 연간 325억 6400만 톤의 이산화탄소 등가물을 배출한다고 한다. 이는 연간 전 세계 배출량의 51퍼센트에 해당하며 차, 비행기, 건물, 발전소, 산업을 다 합친 것보다도 많다. 문제는 농장과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수가 절반으로 줄었지만 평균 농장의 규모는 두 배가 되고 자동화, 공장화 되었다는 점이다. 말 그대로 우리의 행성은 농장화되었다. 그만큼 대부분의 사람들은 평생을, 거의 매일, 거의 매 끼 동물성 식품을 먹는다.
하지만 간편하면서 양질의 영양을 제공하는 고단백질 식탁 문화를 단숨에 바꾸기란 쉽지 않다. 저자 역시 자신이 목청 높여 반대했던 공장화된 고기가 들어있는 햄버거를 곧잘 먹었음을 시인한다. 그만큼 간단하지 않은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자는 우리의 식습관을 변화시키는 것만으로는 지구를 구하기에 충분치 않겠지만, 식습관을 바꾸지 않으면 지구를 구할 수 없다고 단언한다. 책의 말미에 “화석연료의 한도를 정하여 기후변화를 되돌리기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국제 에너지 기구는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필요한 재생 에너지 기반 시설을 갖추려면 적어도 53조 달러의 비용에 적어도 20년이 걸릴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그때쯤이면 기후변화를 되돌리기에는 너무 늦을” 거라는 말은 처절하리만큼 현실적이다. 그나마 동물성 제품을 대체품으로 바꾸는 것이야말로 온실가스 배출을 급속히 줄이면서 동시에 땅을 비워서 더 많은 나무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대기 중 탄소 초과분을 가둘 수 있게 하는 이중의 기회를 얻을 수 있을뿐더러, 너무 늦기 전에 기후변화를 되돌릴 유일한 실용적 방법이 될 거라는 조언은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절박한 실천법이 아닐까.
아빠는 이 방에서 자랐고 할머니는 이 방에서 돌아가셨어. 이 방은 우리 집이었고, 우리 가족의 드라마에서 가장 중요한 대목을 품고 있지. 하지만 우리를 위해 지어진 것은 아니야. 우리보다 먼저 여기 살았던 사람들이 있고, 우리가 떠나면 다른 사람들이 살겠지. 우리는 그 사람들에 대한 의무가 있단다. 아직 존재하지 않는 사람들이지만 말이다. 우리 형과 내가 우리가 태어나기 전에 할머니가 하셨던 일들에 대해 어떤 의무감을 느끼듯이, 우리가 존재하기 전에 할머니가 우리에게 의무감을 느끼셨듯이 말이야. / 269p
이렇듯 『우리가 날씨다』는 전 지구에 닥친 기후변화의 위기에 대한 긴박한 호소다. 기후변화의 원인을 객관적인 자료수치를 통해 분석하고 있지만, 무엇보다 ‘왜 우리는 알면서도 믿지 못하는가?’에 대한 치열한 자기 질문과 고민들을 통해 우리들을 끊임없이 독려한다. 훗날 나의 아이들이, 조금 더 먼 미래의 아이들이 “도대체 왜 당신들은 우리 세대의 희생을 선택했나요?” 하고 묻지 않을 수 있기를. 인류의 대멸종을 가속화할 것인가, 여기서 멈추게 할 것인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할 때 당신은 어떤 선택을 했는가에 대한 질문 앞에서 부끄럽지 않기를. 지금이라도 당장 우리는 뭔가를 해야만 한다는 것을, 변화를 일으키는 힘은 우리 자신에게 있음을 이 책을 통해 반드시 느껴보시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