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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 - 미쳤지, 내가 퇴사를 왜 해서!
장예원 지음 / 21세기북스 / 2020년 11월
평점 :

아나운서 장예원이 전하는 따뜻하고 다정한 위로!
있는 그대로의 나대로, 진짜 행복을 좇아가는 맑고 아름다운 청년의 이야기!
주말 아침, SBS 프로그램 <TV 동물농장>을 시청하고 있는데 MC인 장예원 아나운서가 하차 소식을 전해왔다. 오랫동안 <TV 동물농장>을 시청해온 애청자로서 그녀의 눈물에 덩달아 나까지 울컥해졌다. 비록 그녀에 대해 잘은 모르지만, 무려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그녀의 목소리를 듣고 그녀가 전하는 메시지에 공감했기에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들었나보다. 그런데 얼마 뒤, tvN에서 새롭게 방영하기 시작한 <세 얼간이>라는 프로그램에서 그녀를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생방송으로 진행되는 데다 시청자와 쌍방향으로 소통하는 프로그램이라 여러모로 어려움이 많을 텐데도 불구하고 차분하게 중심을 잡고 진행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대부분의 프리랜서들이 그렇겠지만, 안정적인 직장에서 나와 새로운 꿈을 좇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를 잘 알기에 그녀의 도전이 새삼 멋져 보이기도 했다. 그런 그녀가 이번에는 한 권의 에세이로 독자들에게 문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있는 그대로의 나대로, 진짜 행복을 좇아가는 맑고 아름다운 한 청년의 이야기를 담고서.
그래도 나 꽤 잘 살고 있는 거겠지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는 SBS 간판 아나운서라 불리던 아나운서 장예원이 아니라 8년 차 직장인으로서 겪었던 시행착오와 이에 따른 여러 고민들, 그러는 사이에 잊고 있었던 자신의 마음을 되돌아보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다. 첫 장에서부터 그녀는 아주 오랫동안 좇아온 아나운서라는 꿈을 이루게 되면서 누구보다도 빠르게 방송 일을 시작했지만 대중의 사랑과 관심만큼 비례하는 악플들, 반짝 주목받다가 사라지는 존재가 될까 봐 두려운 마음, 시청자가 기대하는 모습과 실제 성격의 괴리감 사이에서 점점 자신을 잃어가는 듯했다고 고백한다. 그건 방송에 대한 열정과는 다른 문제였다. 때문에 그녀는 매번 스스로를 이렇게 다독인다. 보이는 삶에 젖어들기보다, 나를 위해 살아가기를. 당장 눈에 띄지 않아도 진짜 행복을 좇으려고 노력하기를. 남의 시선에 사로잡히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나를 지켜내기를. 물론 그건 여전히 어려운 일이라는 걸 잘 알지만, 좋아하는 일을 하고 사랑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밥을 먹으며 퇴근한 뒤에는 친구와 맥주 한잔으로 고민을 나누는 그 작은 것들이 있기에 ‘그래도 나 꽤 잘 살고 있는 거겠지’ 하고 위로해본다.

그렇게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긍정하고 소소한 일상에서나마 삶의 행복을 찾아나가던 그녀는 문득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진다. ‘지금 행복한가, 그렇지 않다면 행복해지기 위해서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답은 간단했다. 불행한 건 아니지만, 더 행복해지고 싶어서 조금 더 멀리 가보고 싶어졌다. “인생은 유한한 여정이기에 현재를 만끽해야 한다는 것, 성공, 명예, 돈보다는 내 안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집중해야 행복해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다른 사람이 아닌 오롯이 자신의 인생을 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손미나 작가의 책 『내가 가는 길이 꽃길이다』에서 읽은 이 구절이 그녀의 마음을 단단하게 만들었다. 서른이라는 나이, 안정된 직장, 부모님의 기대치를 충족시켜야 한다는 압박감이 아닌, 때로는 조금 불안정하더라도 거기서 오는 긴장감을 즐겨보는 것. 조금이라도 젊을 때 해보자고 말이다.
한 곳에 안주하지 않고
나를 자극하는 영감을 찾고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어보고
새로운 분야를 개척해보려는 도전 정신.
망설이지 마요.
시간이 없으니까. / 148p
새로운 세상에 가보고 싶다면
지금 가진 것들을 기꺼이 내려놓아야지.
안정적인 회사에 다니고, 다니지 않고는 중요한 문제가 아니야.
‘너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지금 너는 행복한지’
‘앞으로 무엇을 하며 행복할 건지’
무언가를 얻고자 할 때,
지금 손에 쥐고 있는 사원증이 거치적거린다면 놓으면 될 뿐.
중요한 건, 진짜 하고 싶은 게 무엇인지,
너를 미치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야 해.
그걸 찾는 과정이 인생이야. / 185p
원하는 아나운서의 꿈을 이루기 위해 재수를 감행하고, 자기소개서 첨삭을 부탁하기 위해 교수님을 수십 번 찾아가고, 뉴스에 나오는 이메일 주소를 보고 같은 학교 출신 아나운서 선배에게 메일을 보내 도움을 요청할 만큼 열심이었던 시간들. 그렇게 원하는 꿈을 얻었지만 이에 따르는 여러 가지 회의와 고민들. 어쩌면 그건 그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이야기일지도 모른다. 너무 앞만 보고 달리느라 자신을 갉아내는 줄도 몰랐던 우리의 마음을 이제는 우리 스스로가 돌봐주어야 하지 않을까. ‘몸의 한계는 있어도 마음의 한계는 없다고. 너의 가능성은 많아. 보이는 것만 보지 말고 지금의 모습이 아닌 세월이 흘러 흘러간 뒤의 모습도 그리면서 살아.’ 그녀가 중학교 선생님으로부터 받았다던 메일의 한 글귀가 내 마음까지 도닥인다.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는 것. 마음이 아프다고 솔직히 말하는 데도 이렇게 크나큰 용기가 필요하다니……. 인생의 절반 이상을 빙판에 외롭게 서 있던 그녀가 이제는 누군가에게 기대는 방법을 배우고 싶다고 하는 것처럼, 이제는 나도 괜찮은 척을 그만두기로 했다. 튼튼한 줄 알았지만 생각보다 나는, 또 우리는 연약한 사람이었다. / 54p
드라마 <호구의 사랑>에서 최우식이 말한다. 미술학원 다닐 때 물감이 아까워서 조금씩 썼더니, 중간에 반도 못 쓰고 버렸다고. 마음이란 물감과 같아서, 아끼다간 굳어버린다고. 쓸 수 있을 때 마음껏 써봐야지. 이제는 아끼지 않기로 했다. / 119p
그녀는 이렇게 말한다. “어떠한 상황에서든 내 앞에 펼쳐진 긴 레이스에서 지치지 않도록 나만의 속도를 지키며 꾸준히 달려 나가고 싶다. 지금 당장 앞날을 계획하지 않아도 조금도 두렵지 않다. 인생을 즐길 줄 아는 나를 믿는다!” 고. 아직도 우리는 쉽게 좌절하고 불안해하며 어른이라는 삶의 무게에 적응하느라 버겁지만, 다른 사람을 의식하지 않고 나만의 속도대로 나를 위해 쓰이는 삶을 살아보기로 하는 거다. 그러다보면 좀 덜 무거워지겠지, 좀 힘들어도 더 좋은 것들이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 금세 찾아올 거라고 믿어보는 거다. 『클로징 멘트를 했다고 끝은 아니니까』는 그런 따뜻한 상상을 하게 한다.
오로지 동물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는 사람들. 그들이 동물권에 대한 문제들을 제기하면서 제도가 바뀌고, 조금씩 사람들의 인식도 달라지고 있다. 내가 도울 수 있는 거라고는 스튜디오에서 온 마음을 다해 전달하는 일뿐. 그들과 함께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사는 사회에 일조할 방법을 찾아봐야겠다. / 40p
차분히 생각해보면 이 모든 전형의 공통점은 ‘함께 일하고 싶은 좋은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심사위원이 하는 다양한 질문을 하나로 묶어보면 결국은 ‘내가 누구인가’라는 답으로 귀결된다. 그러므로 나를 돌아보고 나에 대해서 정확히 아는 것은 반드시 필요한 과정이다. 자신의 매력을 정확하게 알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남에게 뽑아달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 79p
이 외에도 책에는 방송국에서 겪게 되는 여러 일화들, 동생과 나눈 따뜻하면서 애틋한 시간들, 연애에 대한 관점들 등 소소한 일상의 기록들이 담겨 있다. 어쩐지 친한 친구나 동생이 하는 얘기처럼 편안하게 읽힌다. 덕분에 이제 막 새로운 도전을 시작하는 그녀를 나도 응원하게 된다. 내가 그녀의 책으로부터 위로를 받은 만큼, 그녀도 독자들로부터 더 큰 응원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지만,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되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