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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학교 2 - 전문가 8명이 들려주는 각양각색 중국 이야기! ㅣ 학교 시리즈
임대근 외 지음 / 청아출판사 / 2016년 5월
평점 :
2권은 1권에 비해 더 재밌다.
역시 네 개의 주제로 되어 있다.
첫 번째는, 중국 영화 이야기다.
두 번째는, 중국 배낭 여행기다.
사실 이 부분을 강의한 저자 윤태옥씨의 여행기를 흥미롭게 읽어 본서도 같이 읽게 됐다.
인문기행이란 주제를 가지고 여행하는 것이라는 저자의 정의에 공감한다.
저자는 준비와 여행, 그리고 사진과 글로 정리하는 것까지 이루어져야 완성된다고 했다.
내 경우는 여행기까지 쓸 여력은 없지만 대신 여행을 다녀온 후 관련 책자를 읽으면서 인식의 폭이 확장되는 기쁨을 얻는다.
이번에도 교토를 다녀온 후 일본의 역사와 문화에 대해 많은 관심이 생겼고, 중국 역시 미혼 때 북경 여행을 다녀온 후부터 지금까지 열심히 관련 책들을 읽고 있다.
다만 저자가 독서와 여행은 취미라 할 수 없고 일상 생활 자체가 되야 한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었다.
왜 독서가 취미일 수 없는가?
현대 사회에서는 더이상 활자 매체만이 정보의 원천일 수 없다.
이런 시대에는 더더욱 책을 통해 지적 만족감을 얻는 행위가 평생을 두고 즐길 수 있는 취미라고 생각한다.
다음 편에 나온 중국 차와 자사호 부분에서 저자는 명품 혹은 골동품 애호에 대해 이야기한다.
명품이라고 하면 럭셔리 소비재라는 인식이 강해 그 단어 자체가 거부감이 들긴 하지만, 무언가에 몰두해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물질이 있다면 명품이라 불릴 수 있을 듯 하다.
좀 다른 분야 같기도 하지만 나 역시 저자가 차와 자사호에 많은 애정을 쏟고 애지중지 하면서 감상의 기쁨을 누리듯, 책이라는 물질 자체에는 관심이 없지만 (즉 수집욕이 없지만) 많은 분야의 책을 탐독하면서 내 안목을 높이고 거기서 크나큰 기쁨을 얻고 있다.
마지막 편의 만리장성 이야기는 장성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한다.
만리장성은 보통 유목민으로부터 농경 사회를 보호하기 위해 세워진 장벽이라 알려졌는데 저자는, 중원 제국이 팽창하면서 늘어난 영토를 지키기 위해 장성을 건설했다고 본다.
수비에서 공격으로의 관점 변화라고 할까?
다만 한나라 때 흉노와 명나라 때 몽골로부터의 침략을 막기 위한 수비적 입장이 강화된 시기가 있었고 북조 시대 같은 유목 제국 때는 오히려 보다 남쪽으로 장성이 옮겨 건설됐다고 한다.
즉, 유목제국 역시 획득한 땅을 지키기 위해 장성을 건설했다는 것이다.
또 장성은 단지 수비의 목적일 뿐 아니라, 도로로써 기능해 문서 전달과 수송에 큰 역할을 담당했다.
생각해 보니 로마가 길을 닦은 것과 비슷한 맥락이 아닐까 싶기도 하다.
기원전 2세기 때 황제의 명령이 서쪽 끝 장성 초소까지 전달되는데 50일 밖에 안 걸렸다고 하니, 저자의 표현대로 당시 한반도의 상황을 떠올려 보면 놀랍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인상 깊은 구절>
61p
우리가 중국에 비해 잘하는 게 별로 없는데 유일하게 대중문화는 조금 더 잘합니다. 중국 사람들이 한국 사람을 대체로 무시하지만 대중문화만큼은 인정합니다. ... 검열을 통과하지 못하면 시나리오를 고쳐야 합니다. 이런 시스템으로는 미국 쫓아가기가 쉽지 않습니다. ... 감독 스스로 유명하지 않으면 평생 한 편 만들고 잊히는 경우가 대다수입니다. 비교적 적은 제작비인 100억, 200억이 들더라도 본전은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검열에 걸려서 틀지도 못하면 어떻게 되겠습니까? 그러니 검열에 안 걸리려고 안정적으로 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흠집 잡힐 만한 것 다 걷어 내니 재미가 없어질 수밖에 없는 것이죠. ... 창의력과 상상력이 담보되지 않는 한, 자본과 기술을 아무리 많이 투자해도 문화가 발전하기 힘듭니다. ... <미션 임파서블:로그네이션>이 시작할 때 '알리바바'라는 중국 회사가 투자한 것으로 나옵니다. 자국 내에서 안 되니까 미국 영화에 돈을 쏟아붓기 시작한 것 같습니다. 아예 할리우드 영화를 자기네 영화로 만들려는 움직임도 있습니다.
78p
우리는 다 같이 일상을 살아가는 백성들이라는 생각을 가지는 것도 의미가 있지 않을까요? 백성은 다른 나라의 백성과 개인 대 개인으로 교류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합니다. 정부 사이에 이견 내지 갈등이 있다고 해서 지나가는 외국인을 붙잡고 "왜 그따위냐"고 호통을 치고 폭력을 가하는 것은 정말 난센스 아니겠습니까. 일본인에 대한 중국인의 적대감이 사실상 대단합니다. 정부 대 정부로 해야 할 말과 행동이 있고, 개인이 그런 국가적인 관점을 직접 행사할 일은 아니지 않겠습니까?
180p
중국의 예술품은 그것을 만든 작가가 살아 있는 동안 명성을 얻지 못한다면 나중에 유명해질 확률이 거의 없습니다. 서양에서는 고흐처럼 당대에는 대접 받지 못하다가 사후에 크게 유명해지는 사례가 많지 않습니까? 중국에서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당대에 명성을 얻지 못하면 앞으로도 얻을 가능성이 거의 없습니다.
214p
중원의 나라들이 이방인 땅을 공격한 후에 유목민을 '내쫓거나' 또는 '견제하기' 위하여 장성을 건설했다고 말해준답니다. 디코스모의 분석에 따르면 만리장성이 방어선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지만, 이는 새로이 획득한 영토를 지키기 위함이지 본래부터 자기 영토였던 곳을 지키기 위함은 아니라고 합니다. 처음으로 북방에 장성을 쌓은 전국시대 진나라, 조나라, 연나라는 북방 유목민들로부터 넓은 땅을 취하고 그들을 고향에서 몰아냈기 때문에, 쫓아낸 유목민으로부터 자국을 보호할 필요가 생겨 장성을 쌓게 됐다는 것입니다. 만리장성의 역할이 방어선으로 설정된 것 자체가, 곧 세 나라가 공통적으로 추구한 군사적 공격과 영토팽창 정책의 산물임을 입증하는 유력한 근거가 됩니다. ... 장성은 자신들이 점령한 비농경지역을 방어하고, 교통로를 확보하며, 군대가 이들 지역을 효율적으로 관리할 수 있게 건설됐습니다. 또한 새로 개척한 식민지 거주민을 통제하고 반항하는 유목집단을 추방함으로써 해당 지역을 안정적으로 점령, 통치하고자 했던 것입니다.
239p
'문화중국' 곧 중국의 본질은 문화라는 통찰이 시사하듯이, 기원전 11세기 무렵 周가 천자의 나라로 거듭나며 중국이란 정체성을 내세운 이래 지금까지 약 3천 년 간 왕조가 바뀌고, 또 통치 종족이 바뀌어 감에도 중국이란 정체성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해준 것은 바로 '중화'로 대표되는 중국의 전통문화였습니다. ... 심지어 중국 전통문화를 봉건적이라며 부정했던 사회주의 현대중국조차도 약 3천 년 간 그런 역할을 수행해온 중국 문화를 결코 버리지 못했습니다. ... G2로 성장한 중국이 자국의 전통문화를 바탕으로 21세기 새로운 '보편문명'을 구축하고자 한다는 점입니다. 이에 대해 중국은 꽤 자신 있어 하는 눈치입니다. 최소한 진과 한 제국 시절 이후로는 한자권의 유일 제국으로서 보편문명의 기획자이자 실현자, 그리고 담지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해 왔기 때문입니다. ... 정치나 경제, 사회, 문화 차원에서 독립성과 자율성을 지닌 한자권 국가들 위에 존재하면서 보편문명의 담지자라는 정체성을 '지속 가능하게' 실현할 수 있는 경로는 현실적으로 문화밖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당시는 군사적, 경제적, 정치적 힘에 의지하여 한자권 내 국가들을 직접적으로 통치하는 게 불가능했던 시절이었습니다. 전근대 시기엔 아직 그러한 작동이 가능한 생산력 등의 문명조건이 갖추어지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 중원 진출 이후 만주족은 고전을 장악해야만 중국 통치가 가능하다는 점을 늦지 않게 깨달았고, 이를 주저하지 않고 실천함으로써 중국 통치에 성공할 수 있었다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