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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아를 통해서 본 조선시대 생활사 (상) ㅣ 한국문화총서 11
안길정 지음 / 사계절 / 2000년 7월
평점 :
절판
우연히 교보문고에서 보고 당연히 전공자가 쓴 책인 줄 알고 빌렸는데, 뜻밖에도 출판일을 하는 분이라 놀랬다.
사료를 적당히 짜집기 한 가벼운 교양서에 그치지 않고 문헌 자료를 깊이있게 분석해 조선시대 지방 통치 체제와 생활상을 잘 보여준다.
간혹 현대사에 대한 비판이 생뚱맞게 끼어 있어 책의 흐름을 방해하지만 대체적으로 성실한 저작이고 조선시대 지방이 어떻게 통치되었는지에 대한 기본적인 이해를 할 수 있어서 좋은 독서였다.
신분제가 무너지면서 국역을 져야 하는 양인들의 부담이 가중되어 왕조가 망하게 됐다는 고찰이 흥미롭다.
조선이라는 사회 자체가 근대화와 전혀 맞지 않는 체제였기 때문에 결국은 제국주의의 희생양이 될 수 밖에 없었을테지만, 각종 세금과 역을 부담해야 하는 양인들이 줄어 들고 명목상 양반이 늘어나면서 결국 국가 체제가 무너지고 말았다는 지적이 일리가 있다.
<인상깊은 구절>
80p
오늘날 우리는 본인에겐 죄가 없는데도 가족이라는 탓으로 피해를 입는 연좌제나 족징, 또는 이웃에 살고 있다는 죄로 애꿎게 덤터기를 쓰는 인징을 도저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행형이나 징세시 개인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대하게 된 것은 근대 이후였으며, 조선 사회에서는 이런 질족이 왕조가 망할 때까지 이어졌다. ... 형을 운영할 때 삼강오륜을 기초 윤리로 과감하게 존중하였다는 것은 우리의 상식을 뛰어넘는다.
86p
이런 고색창연한 몸가짐들은 모두 상대에게 깊은 존경과 두려움을 나타내기 위해 표시하는 예법으로, 관아에서 일하는 자들에게는 몸에 익은 자세였다. ... 이런 예법은 번거로웠지만 신분사회를 유지하는 방편으로 엄격하게 지켜졌다.
148p
조선왕조가 엄격한 신분제 사회였다는 것은 여행시의 편의시설을 오직 관리만이 이용할 수 있도록 제한했던 데서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관리라 할지라도 임의적으로 발마를 요구할 수 없었으며, 규정에 따라 필요한 만큼의 말, 음식, 숙소를 제공받았다.
162p
도망이 보편적 현상으로 번지자 더 이상 역로는 유지될 수 없었다. ... 조선 양반사회가 적대 계급에 의해서가 아니라 부양할 수 없을 만큼 늘어난 기생 계급의 중압으로 와해되었다. 양인을 압살하는 최대의 부담은 군역이었으며, 전세나 환곡 같은 나머지 부담은 조금도 줄어들지 않고 있었다. 역에 종사하는 사람들의 고통은 사회적 천대와 함께 더욱 가중되었다.
167p
양반은 벼슬에 나아갈 수 있는 권리, 즉 사환권을 비롯한 여러 특권을 누렸다. 벼슬살이는 농업 이외에 자본을 축적할 수단이 마뜩찮았던 전통시대에 가산을 일으키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185p
양반은 법제가 아니고 사회운동에 따라 오랜 시기에 걸쳐 형성된 계급이다.
222p
조선 후기의 신분 동요는 이 같은 부담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양인들의 필사적 몸부림이었다. 물론 여기에 향리와 노비들이 가세하기는 했지만, 인구의 압도적 다수를 이루는 양인, 즉 국역 부담자의 고갈은 곧바로 국가의 붕괴로 이어졌다. 조선 후기에 이르러서는 모든 신분이 너나없이 양반을 지향했다. 17세기 이후 신분을 사서 양반 행세를 하는 이들이 맹렬하게 늘어났고, 이들이 벗어난 역의 부담을 뒤집어쓴 빈농층은 더욱 비참해졌다. 그와 함께 국가도 신역의 징발 대신 금납화를 추진하면서 신분의 통제도 점차 느슨해졌다. 18세기는 양반이 사회 계급으로 형성된 시기인 동시에 그들의 특권을 시샘하는 자들이 대거 모칭을 자행함으로써 국가의 역제에 커다란 위기가 들이닥친 시기다. 궁핍한 양인들은 이들 기생 계급의 하중을 더 이상 견딜 수 없었다. 이 하중이 곧 국가의 붕괴를 초래한 원동력이었다. ... 양인의 붕괴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한 부양자들의 몰락과 재정 파탄을 의미하는 것이었다.
232p
근대에 들어와 보장된 개인의 자유는 잔혹한 전제주의와 싸우기로 결단한 사람들이 마침내 이겨서 후손들에게 전한 유산이다.
246p
수감 시설의 정비는 죄수의 고통을 고려한 인도적 차원에서가 아니라 형법 질서를 엄정히 하여 국가 기강을 바로 세운다는 고도의 통치 목적을 실현하기 위해 실시되었다.
<오류>
292p
1994년이었던가 태국 정부가 범법한 어떤 미국인 청년을 태형에 처할 거라고 하자
->태국이 아니라 싱가포르 정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