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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종교는 과학이 되려 하는가 - 창조과학과 지적 설계론이 과학이 될 수 없는 16가지 이유, 한정 특별 보급판
리처드 도킨스 외 지음, 존 브록만 엮음, 김명주 옮김 / 바다출판사 / 2017년 9월
평점 :
절판
과학이 가장 발전된 나라로 인식되는 미국이라는 최선진국에서 기독교 근본주의자들이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고, 심지어 공립학교 과학 시간에 지적 설계론을 진화론과 함께 가르쳐야 한다고 법원에 청원을 하다니, 그저 놀랍다는 말 밖에 안 나온다.
책을 읽으면서 진화가 생명의 원리임을 확신한다면 자연스레 무신론자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지적 설계, 이른바 인격신(그 신은 반드시 기독교적 속성을 갖고 있어야 함)이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우주를 창조했다고 믿는 것이 종교인의 믿음이라면 근본주의자들은 그것을 세속 생활에서도 강요하는 듯 하다.
인간은 죽을 수 밖에 없는 나약한 존재고, 무엇보다 자신의 죽음을 끊임없이 인지하는 의식이라는 것을 갖고 있으므로 보다 강력한 신에게 의지하고 그것을 믿는 공동체에서 유사 가족으로서의 유대감을 통해 안정을 얻는 것이 진화적으로도 생존에 유리했다는 것은 인정한다.
그럼에도 그러한 감정적인 믿음이 우주와 생명의 기원을 밝히려는 과학을 대신할 대안이 될 수는 없을 것이다.
환원 불가능한 복잡한 기관이라는 눈이나 편모 등이 잘못된 주장이라는 점은 이미 알려졌고, 목적을 갖고 처음부터 완벽하게 창조됐다는 주장도, 흔적기관과 쓰레기 DNA 등 쓸모없는 해부학적 기관 등이 반증이 된다.
중간고리가 없다는 주장도 이미 많은 화석들이 발견되고 있다.
책에서 가장 인상적인 것은 스티브 핑커의 도덕 감정의 진화이다.
흔히 종교가 인간의 도덕심을 고양시킨다고 하는데, 중세 시대 기독교의 마녀 재판이나 오늘날 이슬람 테러 집단만 봐도 종교가 딱히 도덕심과 상관관계가 있어 보이지 않는다.
핑커는 인류가 교역을 확대하고 공감의 범위를 넓히는 과정에서 도덕 감정이 진화되어 왔다고 주장한다.
과거에 비해 인종차별, 여성차별, 신분철폐, 고문과 사형제 폐지, 전쟁 감소 등 인권과 세계시민의식 성숙의 예는 무수히 많다.
도덕심을 발달시키는 것이 생존에 유리하기 때문에 종교가 아니어도 진화의 원리로 우리는 과거보다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인상 깊은 구절>
179p
우리는 초자연적인 행위자가 우리의 실존적 딜레마들을 해결하게 하는 반직관적인 세계를 간신히 창조한다. 이러한 세계들은 우리의 사실적인 일상세계와 충분히 가까워서, 지각적으로 강렬하고 개념적으로 다루기 쉽다. 종교적 세계들은 한결같이 신, 마귀, 천사, 조상의 영 같은 초자연적인 행위자의 개념들에 집중한다. 따라서 유령, 아브라함의 신, 악마는 심리적으로, 생물학적으로, 인간과 매우 흡사하지만, 물적 실체와 물리적 제약이 없다. ... 왜 사람들은 일상적 사실 및 논리와 모순되고 개인적 희생을 요구하는 초자연적인 세계를 받아들일까? 그것은, 이것이 처음에 종교를 유발한 감정들을 집단적으로 만족시키기 때문이다. 공동 의식은 초자연적인 행위자가 지배하는 세계에서, 도덕적 진리를 감정적으로 확인하고 거기에 헌신하게 만든다. ... 그러나 이러한 교감 밖에 있는 사람들에 대해 종교가 제공하는 것이라고는 잔인함과 불관용이 전부다. ... 강렬하고 친밀한 집단의식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종파의 구성원들은 흔히 유사가족을 만든다. ... 과학이 인간과 인간의 의도를 우주 속의 부수적 요소로 취급하는 반면 종교는 그것을 중심에 놓기 때문이다. 그런 이유로 토머스 제퍼슨의 비인격적인 유니테리언파 신과 프랑스 혁명의 중립적인 신이 구석으로 밀려난 것이고 ... 인격적인 신은 인간적 문제들에 호소한다.
200p
수천 년에 걸친 도덕적 진보는 사람들이 타인의 삶에 자신을 투용하여 공감의 범위를 넓히도록 장려하는 상황들의 관점에서 설명할 수 있다.
263p
설계는 목적을 지닌 창조 행위다. 하지만 과학자들은 목적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 아니다. 그들은 결과에 대해 질문하는 사람들이다. ... 오늘날 자연철학자들은 과학이 특정 종류의 문제에는 답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분명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그런 것들은 질문할 생각조차 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