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목에 대하여 - 가치를 알아보는 눈
필리프 코스타마냐 지음, 김세은 옮김 / 아날로그(글담) / 2017년 6월
평점 :
절판


앞서 읽은 <예술의 사생활>이 미학적인 관점에서 보는 미술 감상론이라면 이 책은 미술 감정사라는, 우리 현실에서는 좀 낯선 직업을 가진 이의 성장기다.

어렵지 않고 흥미롭게 잘 읽히는 에세이다.

감정사라고 하면 <귀족의 은밀한 사생활>의 저자가 오브제 즉, 고가구 감정사라는 걸 처음 접했을 뿐이라 무척 생소하다.

보통 미술사학자 아니면 대중적인 글쓰기를 하는 에세이스트 정도지, 미술 작품의 원작자를 규명하고 가치를 부여하는 감정사라는 직업은 주변에 본 적이 없다.

시대와 작가 감정을 하는 전문가가 필요할 정도로 서양 미술사의 뿌리가 깊고 튼튼한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도판으로 보는 것보다 직접 가서 명화를 접하는 것이 미적 체험을 하고 안목을 키우는데 매우 중요함은 새삼 말할 필요도 없는 듯 하다.

저자가 책에서 여러 차례 강조한다.

눈으로 가서 여러 차례 감상하라.

서양 미술을 책으로 접할 수밖에 없는 외지인의 한계가 느껴진다.

대신 같은 의미로 우리 그림과 문화에 더 많은 관심과 애정을 쏟고 싶다.

저자는 작품을 직접 가서 관찰하고 사진 자료와 대조하면서 기억의 체계를 세워 분류한다.

서양에서는 작품을 사진찍어 보관하는 미술사 도서관이 많은 모양이다.

이 도서관의 온라인 판이 바로 내가 즐겨 들어가는 위키 미디어와 crotos, 구글 아트 등이다.

많은 도판을 보면서 눈에 익히면 확실히 화가의 특성과 시대 구분을 하는데 도움이 많이 된다.

읽는 내내 자신의 직업에 대한 강한 열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덩달아 즐거웠다.

이론을 세우는 미술사학자와는 또다른 감정사라는 직업의 고유 영역이 이채롭다.

이름있는 대가들에 국한되지 않고 덜 알려진 거장들을 찾아내려고 애쓰는 그들의 노력이 멋지다.

베르메르와 폰토르모가 최근에서야 발견된 것처럼 새로운 화가와 작품들이 많이 발굴되길 기대해 본다.


<인상깊은 구절>

41p

언젠가 유용하게 쓰여 결국 존재감을 발휘하고야 마는 시각 정보를 다양하게 자주 접함으로써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것으로 만들어갈 수 있다.

46p

대개는 다분히 직관적으로 작품의 가치를 판단하며, 작품을 완벽히 이해하지 못해도 재력이 뒷받침되기에 거액을 걸 수 있는 사람들이다.

91p

제대로 된 감정사라면 외부의 뜨거운 관심보다는 미술계 전문가들의 관심을 받는 작품에 더욱 주목할 것이다. 그건 자기 직업을 사랑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99p

고심 끝에 의문을 제기하는 학자들에게 감사해야 한다. 무관심보다는 낫기 때문이다. 

101p

무릇 연구란 모든 사람이 그 결론을 당연하고 확실하게 받아들여 거듭 인용할 때 오롯이 완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104p

폰토르모, 안드레아 델 사트로, 브론치노 같은 거장을 연구할 때 무조건 예찬하지 않고 신중하게 접근했다. 발견에 대한 내 자세가 그랬고, 천재의 명성에 누를 끼치고 싶지 않은 조심스러운 마음도 있었다. 이처럼 절제된 태도를 취하니 올바른 시각을 형성할 수 있었다. 내가 좋아하는 세기에 대해 다양한 측면에서 고찰함으로써 나만의 고유한 관점을 가질 수 있었다.

122p

어엿한 미술품 감정사가 되면 미친 듯이 온 열정을 다해 일하는 삶이 시작된다. 순구한 열정으로 작품 관찰과 고찰에 매달리던 청춘 시절을 그리워 할 때도 가끔 있지만, 평생토록 위대한 모험의 묘미를 만끽하며 살 수 있다.

217p

우리 감정사들은 무명의 옛 대가들을 발굴해 그들의 자료집을 만드는 것을 좋아하고 거기서 엄청난 기쁨을 느끼는데 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학문적 희열이라 할 수 있다. 알려지지 않은 거장들의 그림은 비록 낡았더라도 여전히 매력적이라 눈이 즐거운 반면, 1918년 이후 이류 화가들의 그림은 형편없는 것들이 허다해서 어떨 때는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들 지경이다. 바로 이러한 작품을 일컬어 졸작이라 부른다. 졸작은 미술 발전에 아무런 보탬이 안 되며 심지어 아름다움의 의미를 왜곡하기도 한다. 금전적으로 하등의 가치가 없기에 갤러리스트들이 눈길을 주지 않는다.

233p

꼭 미술 소비층이 아니더라도 일단 미술 감상법을 깨우치면 축구 경기나 텔레비전 드라마를 볼 때처럼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 한 나라의 교양 수준과 역사, 문화, 회화에 대한 지식은 학교에서 배우는 그 이상으로서 서양 민주주의 사회의 기본을 이루는 의식과 이념, 즉 공공의 정신적 유산이 어떠한지를 보여주며, 타인을 열린 마음으로 대해 균등한 기회를 열어주고 파벌주의식의 편협한 사고방식을 근절하게 한다. 미술관 학예사는 교도소, 병원, 낙후 지역으로 찾아가 미술 감상의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269p

베렌슨 선생은 우리 미술품 감정사들이 하고 싶은 말을 했다. "내가 해주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으시오."

300p

탁월한 재능과 부단한 훈련에 탄탄한 인맥이 갖춰지고 정식 교육을 이수할 때 비로소 인목이 형성되는데, 이 중에 가장 중요한 요소는 단연 훈련이다. ... 미술 감상은 인류의 유희 활동으로 공고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 물론 미술을 생업으로 하는 미술사학자, 미술품 감정사, 학예사, 갤러리스트와 같은 분들은 모든 직업인이 그러하듯 그림 한 폭을 자아실현과 유희의 대상으로 대하기가 쉽지만은 않을 것이다.


<오류>

베렌슨 선생은 <필립 5세의 초상>의 원작자를 벨라스케스로 감정했는데~

->펠리페 5세는 1683~1746, 벨라스케스는 1599~1660년으로 동시대인이 아니다. 벨라스케스 당시 왕은 펠리페 4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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