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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행동학 ㅣ 살림지식총서 226
임신재 지음 / 살림 / 2006년 4월
평점 :
책을 낼 때는, 특히 살림문고처럼 100페이지 미만의 짧은 책을 낼 때는 주제를 좁은 범위로 한정시켜야 한다는 걸, 이 책을 읽으면서 새삼 깨달았다
겨우 90페이지 책에 "동물행동학" 이라는 거창한 주제를 들이밀면 대체 어떻게 다 감당하려고 한 것인지...
하다못해 야생조류의 생태학이라든지, 포유류의 습성, 아니면 야생동물과 환경보호 이런 식으로 좀 줄여서 기술해야 할 게 아닌가?
용두사미의 대표적인 책이고 "동물행동학" 이라는 책 제목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책이다
살림문고는 짧은 분량에 좋은 내용을 담은 훌륭한 문고판이라고 생각하기는 하지만, 가끔 보면 수준에 맞지 않는 책들이 끼여 있다
저자들이 문고판이라고 너무 쉽게 책을 내는 게 아닌가 싶을 때가 있다
100페이지 미만으로 한정해 책값을 3300원에 맞춘 건 이해는 하지만, 앞으로 필자를 선정할 때는 좀 더 신중하게 고려해서 어지간한 책의 수준은 유지해 줬으면 좋겠다
책의 내용에 대해 잠깐 언급하자면...
1. 도토리 줍기가 그것을 주식으로 삼는 다람쥐나 청솔모들에게 치명적인 피해가 된다고 한다
산에서 나는 도토리를 주어 묵을 해 먹는 게 별미라고 생각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다소 충격적인 사실이다
그저 낭만적으로 여기던 관습이 실은 약자들에게 생명의 위협을 느끼게 하는 큰 피해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앞으로 야생 도토리 줍기 같은 일은 홍보를 통해 자제해야 할 것 같다
그나마 얼마 남지도 않은 다람쥐들이 겨울에 먹을 게 없어서 아사되면 큰일이 아니겠는가...
2. 보신주의와 관련된 밀렵 행위
보신주의야 말로 잘못된 의학상식의 대표적인 예인데 아직도 몸에 좋다는 이유로, 더 정확히는 정력이 세진다는 근거없는 믿음 때문에 수많은 야생동물들이 밀렵되고 불법적으로 거래된다고 한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저자의 지적대로 불법 거래되는 야생동물들은 보관 상태도 좋지 않아 위생상에 큰 문제가 있으니 정말 자제해야 할 일이다
서식지 부족으로 얼마 남지도 않은 야생동물들을 그나마 인간들이 불합리한 이유로 남획을 한다면 한 종의 씨를 말리는 끔찍한 범죄 행위가 될 것이다
웅담을 먹는다는 이유로 농가에서 사육되고 있다는 반달가슴곰의 사연도 안타깝다
웅담이 과연 보신 작용을 하는지도 의심스럽지만 살아있는 곰에게 직접 빨대를 꽂고 웅담을 마시는 행위는 엽기 그 자체다
그나마 이 곰들은 좁은 우리에 가둬 키우기 때문에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고 한다
비단 이런 곰 뿐이 아니라 호랑이나 사자 같은 거대 맹수류는 동물원에서 키울 때도 서식지가 너무 협소해 번식을 하기가 매우 까다롭다고 한다
먹고 사는 문제는 해결됐으나 갇혀 지낼 수 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 번식 본능을 저해하는 것이다
동물원 문제는 참, 해결점이 쉽지 않은 답답한 부분이다
아이들에게 교육 효과가 있고 사람들에게 관람의 즐거움을 준다는 이유로 거대 야생 동물들을 좁은 우리에 가둬 놓는 것이 옳은 일인지 회의가 들 때가 많다
요즘은 가능하면 자연과 비슷한 형태로 넓은 부지를 확보해 비슷하게 꾸며 주려고 애쓰지만 그것도 서울의 큰 동물원이나 해당되는 일이지, 지방의 동물원 현실은 열악하기 짝이 없다
좁은 우리에서 어슬렁 거리지도 못하고 그저 누워만 있는 사자나 호랑이를 볼 때면 즐겁기는 커녕 한숨만 나온다
좀 비약하자면, 인간의 가학성을 보는 기분까지 든다
3. 어미가 새끼를 핥을 때 나오는 페로몬으로 자기 새끼를 구별한다고 한다
페로몬은 후각 중추를 자극해서 생리적 변화를 일으키는 물질이다
동물들은 특히 후각에 민감한데 개의 경우 사람보다 100배나 민감하다고 한다
그래서 우리 똘이가 음식 냄새만 맡으면 멀리서도 뛰어 오는 모양이다
아무리 몰래 간식을 먹으려고 해도 일단 냉장고에서 뭔가를 꺼내기만 하면 절대 똘이의 감시 영역을 피할 수가 없다
똘이가 보이지 않는데서 먹으려고 해도, 어디선가 냄새를 맡고 내 방으로 달려 온다
인간보다 후각 기능이 100배나 발달했다고 하니, 똘이로서는 안 맡을래야 안 맡을 수가 없는, 참을 수 없는 유혹일 것이다
그러고 보면 개는 참 예민한 동물이다
아무리 깊은 잠이 들어도 사소한 소리나 냄새에 즉각적으로 반응해 경계 태새를 갖춘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작은 자극에도 너무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이 안쓰럽기도 하다
아파트에서 집을 지킬 일이 뭐가 있다고 한밤중에도 벌떡 일어나 경계 태새에 들어가는 똘이를 보면서, 얼마나 피곤할까 싶기도 하고 사람과 함께 살아도 본능은 버리지 못하나 보다 싶어서, 어떻게 하면 개의 본능에 거슬리지 않게 키워야 하나 고민해 보기도 한다
애완견을 키운다는 것 자체가 벌써 무리로부터 고립되기 때문에, 또 전혀 다른 종과 평생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본능에 어긋나는 것이긴 하지만, 이미 인간이 아니면 살 수 없는 상태로 개종되어 왔기 때문에 그나마라도 행복하게 지낼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해 봐야 할 것 같다
다음에는 애완견의 행동학에 관한 책을 읽어 봐야겠다
4. 반포지효라는 고사성어 때문에 까마귀가 늙어서 자식의 봉양을 받는다고 알려졌는데, 뜻밖에도 까마귀는 부모를 봉양하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나도 이 고사성어가 매우 의심스럽긴 했다
효라는 것은 매우 인간적인, 그러니까 지극히 인위적인 규율이라고 여겨왔는데 자연 상태에서도 이런 현상이 과연 일어날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었다
그런데 역시나, 까마귀가 부모에게 먹이를 갖다 주는 일 따위는 없다고 한다
부모보다 커 버린 새끼 까마귀가 부모에게 먹이를 받아 먹는 모습을 보고 사람들이 착각을 한 것이다
그러면 그렇지, 어떻게 까마귀가 효라는 개념을 알 것이며 설사 그런 일이 일어난다 해도 그저 본능적으로 일어나는 자연 현상에 인간의 도덕 규범을 대입한다는 건 억지스럽다
그러고 보면 항상 문제는 과학적인 진실에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사회진화론자들에게 있다
유전이나 형질 등의 과학적 현상에 대해 인종주의나 남성 우월주의 등의 잘못된 해석을 들이대는 게 문제다
남자와 여자가 다른 것은, 생태계를 봐도 너무 당연한 것인데 여기에 이상한 남성 우월주의를 덧붙여 다름이 곧 차별의 근거인 듯 내세우는 사회학자들이 문제다
인종주의도 마찬가지다
궁극적으로 모든 인간은 호모 사피엔스라는 거대한 종의 특성으로 보면 매우 동질한 존재이고, 세부적으로 크고 작은 차이가 있을 뿐인데 거기에다 말도 안 되는 인종주의를 결합시켜 우월한 백인이 열등한 유색인종을 지배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논리를 세운다
이미 말도 안 되는 논리임이 입증됐지만 여전히 이런 파쇼적인 주장을 과학, 혹은 유전이라는 말을 내세워 심증적으로 지지하는 사람들이 있다
또 그런 이유로 자연 현상이나 과학적 사실을 밝히는데 있어,혹시 우생학이나 남녀 차별론에 이용될까 봐 주저하는 분위기도 있다는 게 참 안타깝다
짧은 책에 너무 광범위한 주제를 담으려고 한 게 무리이긴 했지만, 그래도 잠깐이나마 동물과 생태 보호에 대해 생각해 본 유익한 시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