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관에 간 의학자 - 의학의 눈으로 명화를 해부하다 미술관에 간 지식인
박광혁 지음 / 어바웃어북 / 2017년 11월
평점 :
구판절판


비전문가의 예술 관련 책들은 얻을 수 있는 정보가 많지 않아 가급적 안 읽으려고 하지만, 제목에 혹해 어쩔 수 없이 또 읽게 됐다.

명화들과 관련된 질병을 같이 설명하는 식인데 본격적인 연구서 수준의 깊이있는 분석은 아니지만 다양한 그림을 소개하고 있어 재밌게 읽었다.

무엇보다 도판이 훌륭해 감상하는 즐거움이 있고, 소장처와 작가의 생몰연대와 영어 표기를 꼼꼼하게 기재해 놓아 이해하는데 많은 도움이 됐다.

문장력도 에세이 수준으로 탁월한 것은 아니지만 비교적 고른 편이라 쉽게 잘 읽힌다.

약력을 찾아보니 미술 관련 강연도 하고 있어 책 수준도 무난한 편이다.

321페이지 마네의 <자살>이라는 그림이 취리히 뷔를레컬렉션에 소장되어 있다고 해서, 이 미술관을 검색하다가 일본 번역서인 <그림 읽는 시간>이라는 책의 본문과 이 책의 작품 소개가 거의 일치하다는 걸 발견했다.

책이 나온 시간 순서로 보아 이 책이 앞의 책을 참조했을 듯 하다.

요즘은 검색이 워낙 발달한 시대라 출처 표시에 매우 민감해야 할 것 같다.


기억할 만한 부분들

1) 마크 로스코 그림을 볼 때 스탕달 신드롬을 많이 겪는다고 한다.

도판으로 볼 때는 시시한데 막상 직접 그림을 접하면 심한 감정의 동요를 겪는다는 것이다.

나 역시 경험해서 공감이 간다.

아무 관심없는 화가였는데 한가람 미술관에 열린 마크 로스코 전시회를 가서 보고 가슴이 심하게 뛰고 숭고미가 바로 이런 것이구나 알 것 같은 느낌을 가졌다.

관람객이 작품에 빠져들 수 있게 전시 환경을 잘 구성해 놓은 미술관 측의 노력 탓도 있었을 것이다.

직접 작품을 보는 것이 왜 중요한지 새삼 느꼈던 경험이다.

2) 베아트리체 첸치라는 아름다운 이탈리아 여성의 그림이 있다.

귀도 레니 작품이라고 잘못 알려졌는데 그의 여제자인 엘리자베타 시라니가 그렸다고 한다.

그녀는 위암으로 27세에 사망했다고 한다.

17세기 여성 화가라니 놀랍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 정도 밖에 몰랐는데 새롭게 알게 된 여류 화가고 초상화도 정말 아름답다.

토머스 시드넘이라는 17세기 영국 내과의사의 초상화를 그린 메리 빌도 본문에 설명은 없으나 찾아 보니 바로크 시대 가장 성공적인 여류 초상화가였다고 한다.

이런 걸 보면 유럽은 확실히 유교적인 동양 사회보다는 여성에게 그래도 좀더 개방적이었던 듯 하다.


<인상깊은 구절>

102p

고흐가 죽었을 때 로트레크는 이런 말을 했습니다. "비록 서른 일곱 해의 짧은 인생이었지만, 그래도 위대한 예술을 이룩했으니 아쉬워할 필요는 없다. 나도 언젠가 그럴 수 있으면 좋겠다."

130p

사실 요즘 의사들은 일부를 제외하고는 커다란 권력이나 부를 갖고 있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의사들은 의료를 '판다'는 생각으로 환자를 진료하지 않습니다. 또한 같은 전문의 과정을 제대로 이수한 의사들이라면 그들의 의학 지식에는 큰 차이가 없습니다.

165p

프로이트는 도박 중독자가 도박을 하는 이유가 돈을 벌기 위해서 또는 빚을 갚기 위해서가 아니라, 도박이라는 행위 자체를 즐기기 때문이라고 설명합니다. ... 프로이트는 도박을 자위행위를 대신하는 행위로 보았습니다. 그래서 도박에서 느끼는 쾌감과 성적쾌감이 매우 유사하다고 분석했습니다.

180p

근세에 이르러 죄의 의미는 사라지고 자살이 실존적 고뇌의 결과라는 동정적인 시선이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오늘날에는 자살을 대부분 병적인 현상으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241p

상사병은 지난 수 천 년 동안 극단적인 사랑을 하는 사람이라면 가질 수 있는 심리 상태로 생각됐습니다. 하지만 현대의 의사들이 보는 상사병은 그리 낭만적이지 않습니다. 상사병에 걸린 환자들은 엄청난 고통을 받고 있고, 이 때문에 일상생활을 할 수 없는 경우도 많습니다.


<오류>

63p

밀라노 피나코테크 소포르체스코 성

->스포르체스코(Sforzesco) 성이다.

111p

릴른 발라프리하르츠 박물관

->쾰른이다.

154p

라파엘로 그림이 잘못 삽입된 듯 하다. 본문 내용과 관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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