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사 깊이 읽기 - 독일 민족 기억의 장소를 찾아 우리 시각으로 읽는 세계의 역사 13
고유경 지음 / 푸른역사 / 2017년 1월
평점 :
품절


지루하면 어쩌나 약간 걱정했는데, 다소 딱딱해 보이는 제목과는 달리 아주 재밌다.

300 페이지 정도의 짧은 분량으로 부담이 없으면서도 내용은 수박 겉핥기 식의 사건 나열하는 대중 역사서가 아니고, 제목대로 깊이있게 독일 사회와 역사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다.

책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비스마르크에 의한 독일 제국 성립 후, 만들어진 민족주의라고 하겠다.

통일 국가 형성이 늦었던 독일이 프로이센을 중심으로 하나의 제국이 되기까지 민족주의가 어떤 역할을 했는지 여러 사건들을 통해 보여준다.

민족은 근대의 발명이라는 말이 실감난다.

독일 제국이 프랑스라는 외세와의 투쟁을 통해 공고해지는 과정을 보면서 어쩌면 한국 사회의 민족주의도 일본이라는 배타적 이웃을 통해 유지되는 게 아닐까 생각해 봤다.

신성로마제국의 형성부터 나치 시대까지 간략하지만 깊이있게 무엇보다 아주 흥미롭게 독일 역사를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1,2차 대전 당시 독일 사회 분석이 독일 현대사 이해에 큰 도움이 됐다.

부헨발트 수용소에 대한 동독측 기억의 왜곡과 소련의 연관성은 일견 오늘날의 북한 찬양과 비슷한 느낌도 든다.


<인상적인 구절>

167p

"19세기 초부터 독일의 지성계와 문화계를 지배한 교양시민층은 인간(혹은 남성) 이성의 발전과 개성의 형성을 문화 활동의 지상 목표로 간주한, 수적으로는 빈약하지만 영향력 있는 집단이었다. 19세기 후반에 독일 교양시민층의 문화적, 지적 헤게모니는 대불황과 산업자본주의의 발전, 대중정당의 등장 같은 정치, 경제적 도전으로 위협받았으며, 이로 인한 불안은 그들을 진보와 이성 같은 자유주의의 신념으로부터 조금씩 멀어지게 만들었다."

235p

"동독 측이 강조하는 것은 이 해방이 미군이 아닌 수용소 수감자들 자신에 의해 이루어졌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오버레슈는 수감자들의 '자기해방'이란 전설에 불과하다고 단언한다. 완전무장을 갖춘 1700명의 친위대원들을 보유하고 있는, 여차하면 바이마르에서 4300명을 추가 동원할 수 있는 나치에게 병약한 수감자들이 어떻게 맞설 수 있었겠느냐고 그는 반문한다."

248p

"이와 같은 일련의 정책들은 진정한 반파시즘 운동의 계승자는 바로 동독이며, 나치의 잔여 세력들은 미국의 비호를 받는 서독에서 공공연히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암시를 함축하는 것이었다."

249p

"동독의 특별수용소는 연합국과의 합의하에 나치 책임자 처벌을 목적으로 설립되었지만, 그것은 근본적으로 소련 점령 정책의 일부일 뿐이었다. 따라서 부헨발트의 수감자들에는 제3제국에 복무한 하급 공무원과 나치당의 간부, 히틀러 유겐트 같은 나치 산하 대중조직의 지도자들뿐만 아니라 소련의 점령 정책에 반대한 정치가는 물론 사회민주당원과 심지어 공산당원들조차 같은 이유로 포함되었다. ... 1945년부터 5년 동안 부헨발트 수용소에는 약 3만 2천 명이 수감되었고, 그중에서 1만여 명이 질병과 굶주림으로 사망했다. 그들에 관해 언급하는 것은 냉전기 동독에서 엄격한 금기였다. 심지어 동독 정권은 소련 특별수용소에서 사망한 수감자들을 나치 수용소의 희생자들로 날조하는 일조차 서슴치 않았다. 가해자와 피해자가 동일시되는 엄청난 역설이다."

282p

"심지어 공산주의가 사악한 제도인 것은 사실이지만 경제적 진보를 가능하게 한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들도 베를린에 오게 합시다. 자유란 많은 어려움을 지니고 있고 민주주의 또한 완벽하지 않지만, 우리는 결코 장벽을 쌓아 사람들을 가두고 벗어나지 못하게 만든 적은 없습니다."


<오류>

288p

"1840년 변경백령을 계승한 프리드리히 빌헬름은"

->1840년이 아니라 1640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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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2-08 07:51   UR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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