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세계 현대미술관 60 - 미술작품보다 아름다운 현대미술관 건축 기행
고영애 지음 / 헤이북스 / 201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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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구와 일본의 유명 현대 미술관 60곳을 소개해 주는 책.

유럽과 미국에 국한되지 않고 멕시코나 브라질, 일본까지 소개한다는 점에서 신선했다.

다른 책에서 많이 봤던 곳들이라 미술관 자체는 어렵지 않게 넘어갈 수 있었는데 동시대 미술가들은 모르는 사람이 많아 찾아 보느라 시간이 꽤 걸렸다.

건축가도 프리츠커 상을 수상한 사람은 널리 알려져 누군지 금방 알 수 있었으나, 신진 건축가들, 이를테면 루이비통 플래그십 스토어를 지은 아오키 준이나 피터 마리노 등은 처음 접해서 검색하느라 좀 힘들었다.

그렇지만 현대미술가와 건축물에 대해 많은 정보를 얻은 좋은 시간이었다.

특히 디자이너와 건축가, 미술가들을 본문 옆 박스에 따로 소개한 편집은 읽는데 방해되지 않고 도움이 많이 됐다.

문단 하단이나 미주로 처리하는 것보다 직관적으로 훨씬 잘 읽힌다.

현대 미술은 단순히 작품 감상에 국한되지 않고 그것을 전시하는 공간도 매우 중요함을 새삼 느꼈다.

대중의 눈길을 잡아 끌고 시대를 선도하는 건물을 짓기 위해서는 결국 자본의 힘이 필수이지 않나 싶다.

꼭 훌륭한 소장품이 있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해도 국가가 미술관에 투자할 여력이 얼마나 되는지도 현대 예술에 중요한 문제 같아 어쩔 수 없이 서구 중심으로 흘러 가는 것 같다.

미술관도 좋았지만, 산업 디자이너 소개도 유익했다.

우리가 일상에서 흔히 보는 가구들이 현대적 디자인 혁신에 의해 가능했던 것임을 깨달았다.

초등학교 때 썼던 평범하기 짝이 없는 의자가 장 푸르베의 손꼽히는 명작이었다니, 정말 놀랍다.

여성 건축가와 가구 디자이너들에 대해 알게 된 점도 큰 소득이다.

유명한 여성들이 20세기가 되어서야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결국 성별의 차이가 아니라 사회제도의 문제였음을 다시금 느낀다.


아쉬운 점

1) 칼럼에 연재한 글이라 그런지 한 꼭지가 너무 짧고 가볍다.

60곳이나 소개해 주는 다양성은 좋지만 내용의 깊이가 얕은 건 어쩔 수 없는 단점이다.

2) 역시 도판 문제.

저자가 사진 전공이고 표지도 너무 예뻐서 기대를 많이 했는데 도판의 질은 만족스럽지가 않다.

대부분 배경이 어둡고 미술관 일부를 찍은 사진들이라 전체적인 건물상을 그리기 힘들었다.

표지의 세련된 미술관은 독일 노이스의 인젤 홈브로이히 미술관 옆에 있는 랑엔 파운데이션으로 안도 다다오 작품이다.

3) 함부르거 반호프 현대미술관을 소개할 때 프리드리히 크리스티안 프릭을 세계적인 컬렉터로만 기재한 점은 다소 아쉽다.

이 사람의 할아버지는 나치 범죄자로 그가 소유한 작품들을 손자가 물려받았고 세금도 내지 않아 컬렉션 전시에 대한 도덕적 문제가 많다는 글을 다른 책에서 읽은 바 있다.

나치 문제는 매우 중요한 부분인데 한정 기간 동안 무상 대여하고 세계 미술관 전시에 자주 초대되다고 긍정적인 쪽만 기술한 점이 아쉽다.


<오류>

1) 171p

안토니 타피에스는 2012년 2월에 사망했는데 생존 작가로 되어 있다.

이 글이 최소 5년 전에 쓰여졌던 모양이다.

정정해서 출간했으면 좋았을 듯 하다.

2) 362p

샤우라거 미술관은 베른 남부가 아니라 바젤에 있다.

오타인 것 같다.

3) 387p

알도 로시는 핀란드 건축가가 아니라 이탈리아 건축가다.

저자가 착각한 듯 하다.

4) 400p

중국 추상화가인 왕이강을 왕강위로 잘못 쓴 듯 하다.

어쩐지 검색해도 안 나오더라. 王易罡 이다.

5) 473p

얀 파브르는 앙리 파브르의 손자가 아니라 증손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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