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사 : 디지팩 특별판 (dts 3disc)
이명세 감독, 하지원 외 출연 / 엔터원 / 2006년 1월
평점 :
절판


도대체 하지원은 왜 이 영화를 찍은 걸까?
아니, 이명세 감독은 왜 하지원을 캐스팅 한 걸까?
어쩜 이렇게도 연기를 못하고 대사 처리가 어색할 수 있는지 극장에 영화 걸 때 창피하지 않았을까?
하지원이 연기를 잘하는지 어쩐지 별 관심이 없었는데 하여간 이번 영화는 매우매우 미스 캐스팅이었다
감독이 영화 찍다가 바꾸고 싶지 않았을까?

 
다음에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를 봐야겠다
아무래도 이 감독은 내러티브 보다는 영상미를 더 중시 하는 것 같다
색체의 화려함이 눈을 현란하게 했다
붉고 푸른 조명들이 칼과 어우러져 꽤 인상깊은 장면들을 만들어 낸다
별 내용은 없다
그냥 포도청의 비밀 경찰 격인 하지원이, 반란을 꿈꾸는 병조판서의 하수인을 사랑하는 그런 흔한 내용이다
그래도 거칠게 자란 하지원이 자기가 잡아야 할 범인과 사랑에 빠져 그것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괴로워 하는 모습은 기억에 남는다
특히 선배인 안성기가, 죄를 덜 짓든 많이 짓든, 혹은 그 사람이 어떤 사정이든 간에 죄를 지었다는 사실은 마찬가지라고, 다른 생각하지 말라는 충고를 했을 때, 하지원의 괴로워 하는 마음이 전해졌다
잠깐이라도 널 사람 같이 생각했던 내가 미친 년이다고 자조하던 남순이....

 
그런데 너무 연기를 못해서 몰입하기 힘들었다
누가 사투리 팍팍 쓰면서 거친 조선 시대 여장부 역을 실감나게 할 수 있을까?
가족, 영화는 엉성해도 수애가 곧잘 연기를 해서 좀 놀랬는데, 대체 하지원은 뭐냐고요
언뜻 생각나는 배우가 없다
하여간 하지원은 절대 아니다

 
조선 시대의 화려한 영상미는 볼 만 했다
맨날 당파 싸움이나 하고 백성들 등골이나 빼먹는 양반 관리라는 부정적인 인식은 정말 일제의 식민 사관 때문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든 식민지로 전락시킨 왕조이니 곱게 볼 수만은 없지만, 잘 생각해 보면 당연히 그 당시에도 귀족들은 화려한 문화를 꽃피웠을 것 같다
"스캔들"이나 "형사"에 나오는 것처럼 당대 명문 양반들은 유럽 귀족 문화 못지 않은 화려하고 고상한 양반 문화가 있었을 것이다
영화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여줬음 좋겠다
적어도 이 영화의 영상미에는 만족한다
병판 대감이 입은 그 화려한 진초록색 한복이나, 성대하기 짝이 없는 생일 잔치
춘향전에 나오는 변학도 따위의 생일 잔치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모든 세트나 구성이 정말 화려했다
스캔들에서 이조판서 부인으로 나온 이미숙네 집처럼 말이다
리움 미술관 가서도 느낀 거지만, 역시 돈이 있어야 문화도 발달한다

 
사실 서민 문화라는 게 뭐 별 거 있나?
먹고 살기도 바쁜 판국에 美에 대해 신경쓸 여력이 얼마나 되겠는가?
당연히 귀족 문화보다 모든 면에서 품격이나 고상함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내가 갈수록 세속적이 되는지는 몰라도, 하여간 경제력은 매우 중요한 문제다
몽테뉴가 성주가 아니었다면 책이나 읽으면서 수상록을 쓸 수 있었겠는가?

 
어쨌든 영화는 드라마적인 면에서 매우 실패작이고 하지원 캐스팅은 정말 완벽한 실수였다고 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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