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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고기자리
김형태 감독, 이미연 외 출연 / 에스엠픽쳐스(비트윈) / 2005년 1월
평점 :
품절
평범한 사랑 얘기인 줄 알았는데 좀 황당하다
처음에는 아기자기한 사랑 이야기로 가더니만, 나중에는 미져리로 변한다
다소 황당함
갑자기 K 생각이 났다
그 사람 역시 자기가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사랑을 부담스럽게 생각할 것 같다
영화 보면서 이미연의 행동들이 아름답게 보이는 게 아니라 어처구니가 없었다
좋아하지도 않는 남자에게 뭘 그렇게 매달리나 싶었다
싫다는데 굳이 매달릴 게 뭐 있겠는가?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봤더니 나 역시 K에게 그런 존재였을 것 같다
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따로 있는데 내가 아무리 대쉬를 한다 해도 오히려 내 가치만 떨어지는 꼴일 것이다
갑자기 허무해진다
이미연처럼 예쁘고 또 실제로 남자에게 큰 도움을 줬음에도 불구하고 남자가 못 받아들이는데 대체 난 K에게 조금이라도 좋은 모습을 보여 준 적이 있는가?
정말 나 자신이 한심해진다
영화 내용을 리뷰해 보면, 영화 속의 애련은 어떤 까페에서 유동석이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고 반해서 일부러 그가 사는 오피스텔 옆으로 비디오 가게를 얻어 이사를 왔다
계획적이었던 것이다
그렇게도 좋을까?
하긴 결국 자살까지 했으니 이해는 된다
자신의 모든 것을 걸고 싶었겠지
유동석이 간절히 원하던 음반 취입까지 도와 줬는데도 고마워 하기는 커녕 잔인한 말을 퍼붓는 걸 보면, 사람의 이기심은 정말 끝이 없는 것 같다
그리고 영화 속의 애련의 사랑도 하나도 아름답지 않다
사랑하지 않는다는데 뭘 그렇게 매달리는가?
상대가 싫다는데, 심지어 날 사랑한다면 떠나 주라고 까지 하는데 굳이 매달릴 게 뭐 있겠는가?
중경삼림을 보면, 양조위를 짝사랑하는 여자가 양조위가 없는 틈을 타서 몰래 그의 집에 들어가 청소도 해 주고 자기 취향대로 바꿔 놓는다
그 때는 음악 때문이었는지 그녀의 모습이 발랄하고 예쁘게 비치더니만, 이 영화 속의 애련 행동은 완전히 스토커다
이미연 역시 예쁜 배우인데 왜 스토커처럼 나오는지 모르겠다
영상미의 차이인가?
나 없는 틈에 내 집에 들어와 내 물건들을 죄다 바꿔 놓고 마음대로 들여다 보는 상대, 정말 끔찍하다
집착의 도를 넘어서 완전히 스토커다
이런 사람 있으면 나라도 무서워서 도망가고 싶을 것 같다
만약 남자가 여자에게 이런 식으로 매달린다면 혹시 강간이라도 하지 않을까 두려울 것 같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불쌍한 이미연
남자가 그 사람 하나 뿐인가?
물론 인생에 있어 특별한 사람이 자주 나타나는 건 아니지만, 대체 그깟 놈이 뭐라고 목숨을 바친단 말인가?
세상은 넓고 즐거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말이다
이미연은 이 영화로 대종상인가 청룡 영화상 여우 주연상을 받았다
그런데 아주 연기를 잘하는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스물 아홉으로 나오지만 30대 중반 티가 역력하다
요즘 같으면 비디오 가게 장사도 안 되서 영화 소재로도 이용되지도 않을 거다
유동석의 애인으로 나온 희수라는 여자도 좀 괜찮은 신인을 쓸 것이지, 연기 참 못한다
그래도 유동석이 이미연의 사랑에 넘어가서 잘 되는 걸로 끝나지 않아 다행이다
그럼 너무 상투적이었을 것 같다
이게 드라마였다면, 남자에 대한 마음이 변해 가는 추이를 좀 더 세심하게 나타낼 수 있었을텐데
김혜수가 이런 역 했으면 어땠을까?
혹시 내가 이런 소재로 영화를 만든다면, 난 여자 주인공을 정말 능력있는 여자로 그릴 것이다
그래야 환상으로 포장되지 않겠는가?
하여간 오늘 느낀 가장 중요한 점은 절대 상대에게 부담주지 말자
싫다면 깨끗하게 포기할 줄 아는 것도 매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