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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바지 입은 오페라 - 개정판
문호근 지음 / 개마고원 / 2004년 5월
평점 :
구판절판
오페라를 소개하는 책들을 보면 내용과 시대 배경 설명, 유명한 성악가와 연출가 곁들여 소개하기 등으로 전형화 되어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들으면서 즐겨야 할 음악을 글자로 풀어 쓰려니 어쩔 수 없는 한계일 것이다 그래서 때로는 책 100권 읽는 것 보다 한 번이라도 직접 오페라를 보러 가든지, 아니면 하다못해 CD라도 한 곡 듣는 게 더 낫겠다는, 약간은 회의적인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 의미로 보자면 이 책은 상당히 유익하다 오페라의 내용에 좀 더 깊이 빠질 수 있도록, 저자가 나름대로 해석을 덧붙여 극중 인물들의 캐릭터를 생생하게 묘사한다 사실 오페라는 극보다 음악이 먼저이기 때문에 사건의 개연성 같은 건 좀 무시되는 경향이 있는데, 저자는 비약적인 전개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과, 생략되어 있는 여러 정황들을 나름대로 유추해 독자를 설득한다 흑인인 오텔로가 베니스에서 장군으로 승진하기 까지 얼마나 우여곡절이 많았으며 온갖 차별과 고통을 견뎌 낼 때 그 마음이 어땠겠는가, 하고 구구절절 독자에게 알려 주는 식이다
그래서 마치 한 편의 드라마를 보는 기분이 든다 결국 인간이란 큰 의미에서 보자면 다 비슷비슷한 희로애락을 가지고 사는 보편적인 존재이므로 멀고 먼 이국땅, 그것도 18세기, 19세기의 옛날 서양 사람들의 낯선 이야기가 어느새 일일연속극을 보는 것처럼, 우리 주변에서 늘 일어나는 일상적인 느낌으로 다가온다 그래서 더 쉽게 극에 몰입할 수 있게 된다 저자가 오페라 번역에 애를 썼던 것도, 보다 친근하고 가깝게 느낄 수 있게 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시대적 배경 설명이 전혀 없고 오페라의 극중 내용에만 치우친 점이 아쉽지만, 일단 매우 성실하게 극을 설명한다는 장점이 돋보이는 책이다 또 구어체를 사용해 오페라를 전혀 모르는 독자라도, 마치 주말 연속극의 줄거리 설명하듯 쉽고 재밌게 풀어 쓴 것도 책의 장점으로 꼽을 만 하다 저자가 이미 고인이라는 점도, 즉 유고집이라는 점에서 다소간은 진지하고 엄숙해지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