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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효의 글쓰기 만보 - 일기 쓰기부터 소설 쓰기까지 단어에서 문체까지
안정효 지음 / 모멘토 / 2006년 8월
평점 :
생각보다 어렵다 "가짜영어사전"도 어렵게 읽고 있는데 이 책 역시 쉽지 않다. 일반적인 글쓰기 보다는 소설쓰기를 위한 가이드 같다. 이 책 보다는 강준만씨의 "글쓰기 전략" 이 좀 더 실용적이지 않나 싶다.
결론은 역시 많이 써 봐야 한다는 것이다. 변형일기를 쓰라는 조언은 상당히 유익했다. 막연하게 글을 쓰려면 힘들기 때문에, 일단 제목을 정한 후 그 제목에 맞는 상황을 상상해 본다. 가짜 일기를 쓰라는 뜻이다. 그 다음에 퇴고를 한다. 저자는 헤밍웨이 식으로 간결한 문장을 선호한다. 특히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초보일수록 늘어지는 장문 대신 간결한 문장을 쓰기 위해 노력하라고 조언한다. 우리나라 사람이 잘 쓰는 어법이 "있는 것 같다는 것이다" 라고 한다. ~인 것이다, 혹은 ~하는 것 같다 등은 나 역시 매우 자주 쓰는 표현인데 자기가 쓴 글을 읽어 보면서 이런 문장들을 다른 표현으로 고쳐 보라고 한다. 같은 문장의 반복 보다는 다양한 표현을 익히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비둘기 150마리를 죽인 남자에 관한 예문은 소설쓰기에 있어 상상력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상상력을 키우려면 관찰력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드러낸다. 한 남자가 비둘기 150마리를 죽였다는 예문을 가지고 글을 써오라고 했는데, 학생들의 50% 이상이 비둘기가 사람의 눈을 쪼는 것을 보고 분노해서 죽였다는 글이었다고 한다. 그러고 보면 보통 사람들의 상상력이라는 게 얼마나 뻔한지를 새삼 느끼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실제로 비둘기나 기타 조류들은 사람 눈을 쪼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므로 시작부터 완전히 잘못된 설정인 셈이다. 이 시점에서 저자는 소설을 쓰려면 독자들이 충분히 있을 만한 일이라고 고개를 끄덕일 정도로 완벽하게 사전 조사를 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세상을 살다 보면 소설보다 더 기막히고 우연적인 일들이 많지만, 독자들은 개연성이 충분해야만 소설에 빠져 든다고 한다. 소설을 잘 쓰려면 관찰력이 매우 뛰어나야 하고 연구도 많이 해야 한다. 막연하게 상상력으로만 쓰다 보면 수준높은 소설은 쓰기 힘들다고 지적한다. 저자 역시 "하얀 전쟁" 에서 주인공 한기주가 변진수를 권총으로 쏘는 장소로 설정한 사직공원을, 수십 번도 더 왔다 갔다 하면서 꼼꼼하게 주변 스케치를 했다고 한다. 심지어 변진수가 폴란드제 리볼버를 숨기는 것도, 실제로 저자가 군복무 도중 목격했던 사건을 차용한 것이라고 한다. 그러고 보니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를 쓴 미첼 여사도 도서관에 틀어 박혀 수년 동안 남북전쟁 당시 역사를 세세하게 조사했다는 일화가 생각난다 역시 수준있는 소설은 단순히 작가의 머리에서만 탄생하는 것이 아니라, 발로 뛰는 노력도 큰 일조를 하는 모양이다
전반적으로 쉽지는 않다. 까칠한 저자의 저술 태도와도 상당한 연관이 있을 것 같다. 페이지수도 만만치 않아 읽으려면 꽤 노력이 필요하다. 그렇지만 글쓰기에 본격적으로 도전해 보고 싶은 사람이라면 꼼꼼하게 읽어 볼 만한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