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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 달콤하고도 씁쓸한 유혹
가야마 리카 지음, 이윤정 옮김 / 예문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이 책을 구입한 것이 작년 겨울 쯤인데 벌써 절판이 되다니!! 참 안타깝다 표지 그림도 멋지고 글솜씨도 괜찮고 무엇보다 결론이 정말 마음에 딱 드는, 독신 여성들에게 추천할 만한 책이라고 생각하는데 역시 외국에서 나온 에세이다 보니 판매 지수에 많은 영향을 받는 것 같다 아쉬운 마음에 리뷰 몇 글자 적는다
혹자는 제목만 보고 결혼에 대한 상업성 같은 분위기를 느끼기도 한다. 제목과 결론은 매우 상이하다. 저자는 일본의 정신과 여의사이고 현재 독신이다. 단순히 에세이로 보기는 힘들고, 일종의 보고서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일본 통계청의 자료를 꼼꼼하게 분석하여 저자 나름대로의 결론을 낸다.
일본 역시 30대 여성의 독신률이 크게 늘고 출산률 저하로 고민인 모양이다. 비단 한국의 문제만은 아닌 것 같다. 일종의 세계적인 추세라고 할까? 아마도 일본이나 한국 역시 유럽처럼 동거가 자연스러워지지 않을까 싶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만나 아이를 낳아 기르는 형태만을 가족이라고 인정하는 경직된 가족관도 점차 변화될 것 같다.
저자는 출산률 저하를 막기 위해 정부가 벌이는 노력에 대해 반대를 표한다. 아이를 낳고 안 낳고는 전적으로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국가에서 마치 여성의 의무라도 되는 양 아이 낳기를 강요하는 것은 매우 강압적인 태도라고 본다. 특히 아이를 낳지 않는 가정을 이기적이라고 비난하는 사회 여론에 대해서도 개인의 선택을 억압한다는 점에서 위험한 현상이라고 우려한다. 우리나라 역시 남자는 군대에 가는데 여자는 애라도 낳아야 국가에 대한 의무를 다하는 것 아니냐는 비난 여론이 있다.
저자의 대안은, 다양한 형태의 가정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싱글맘도 하나의 당당한 가정으로 인정해 주고, 동거 커플 역시 법적으로 보호해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남자와 한 여자가 결혼이라는 법적 절차를 밟아 그 테두리 안에서 낳아 자식을 기를 때만 인정하는 요즘 세태로는 출산률 저하를 막을 길이 없다는 것이다. 일리있는 주장이다. 이미 사회는 다원화 되고 개인의 자유가 무엇보다 중시되는 시대에 살고 있는 21세기에 아이낳기를 국가가 혹은 사회가 강요한다는 것은 위험스럽게 들린다. 출산률 저하를 막기 위한 다양한 방법이 있겠지만, 저자의 이런 주장도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고 본다.
이 책의 가장 중요한 주장은, 결혼에 따른 사회적 신분 하락을 두려워 하지 말라는 것이다. 얼핏 보면 상당히 낭만적인 주장 같기도 하다. 미혼 여성들이 쉽게 결혼하지 못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자신이 누리고 있는 사회적 위치가, 결혼으로 인해, 즉 자신의 조건보다 못한 남자와의 결혼으로 인해 흔들리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라고 본다.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과거에는 여자들의 교육률이 낮기 때문에 생존을 위해서라도 당연히 결혼을 했다. 그러나 요즘은 여자들도 남자와 똑같이 교육받고 사회에 진출하기 때문에 반드시 결혼할 필요가 없게 됐다. 남성들은 배우자를 고를 때 같은 계급 혹은 자신보다 좀 더 낮은 계급의 여성을 고르는 반면, (결혼 자체가 남성에게 이익이 되기 때문에) 여성들은 최소한 같은 계급, 혹은 더 높은 계급의 남성을 고르므로 여성 독신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즉 자기보다 못한 남자와 결혼할 바에는 아예 하지 않겠다는 뜻이다. 여성의 사회 진출이 높아가고 상위 클래스는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계급의 남자와 결혼하기는 매우 힘들다
사회적 지위가 하락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을 던져 버려야 진정한 소울 메이트를 찾을 수 있다는 저자의 주장은 낭만적으로 들리면서도 현실적이다는 생각이 든다 물론 저자 역시 막연하게 여성들에게 요구하는 것은 아니다. 결혼하면 남성을 써포트 하는 게 당연시 되는 요즘의 풍조도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결국 사회적 이익을 위한 결합 보다는, 진정한 생의 동반자를 찾으라는 바람직한 결론에 이른다. 독신 여성들이 한번쯤 읽어 볼 만한 책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