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역사인가 신화인가 책세상문고 우리시대 93
정승우 지음 / 책세상 / 2005년 1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카프카의 말처럼 우리의 머리를 도끼로 내리치는 정신의 각성이 없다면 굳이 시간을 내서 글자 속에 파묻힐 까닭이 없지 않겠는가?

더구나 요즘처럼 정보가 넘쳐나고 문자의 위치가 낮아지는 세상에 말이다

책은 오락거리로서의 위치조차 잃어 가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내 신앙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됐다

나를 돌아볼 수 있게 하는 것,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함이 아니라 내 가치관과 행동에 변화를 주는 것, 이것이 독서의 진정한 의미일 것이다

 

값싼 은혜를 구하지 말고 그리스도의 부름에 실존적으로 응답해야 한다는 저자의 결론이 마음에 큰 울림을 준다

단순히 기복신앙적으로 혹은 사후 세계에 대한 보험 정도로 신앙을 생각한다면 진정한 믿음이 아닐 것이다

나는 현세에 복을 준다는 기복신앙 면에서는 별 관심이 없었지만, 내 영혼의 구원에는 관심이 많았다

키에르케고르의 말을 빌리자면 신이 있다고 믿어서 손해날 게 없기 때문에 만약 있을 경우 안 믿었다면 영혼 구제를 못 받고, 없더라도 굳이 손해 볼 것은 없기 때문에 그런 심정으로 하나님을 찾았다

솔직히 말하면 그 정도 믿음 밖에 안 되기 때문에 굳이 복을 달라, 기도하지 않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면서 신앙은 단순히 영혼의 구원 문제로 끝나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았다

또 슈바이처야 말로 얼마나 위대한 신앙인인지도 느낄 수 있었다

슈바이처는 그리스도의 부름에 답하여 직접 행동으로 응답한 사람이다

우리는 단지 하나님을 부를 뿐 누구도 그 분의 부름에 대답하지 않는다

교회 열심히 나가고 복달라고 기도 많이 하고  나와 다른 신앙을 가진 사람을 불쌍하게 여기고 배척하는 것이 믿음의 전부라고 생각한다

얼마나 부끄러운 일인가!!

 

페스트에서 인용된 것처럼 왜 하나님은 악을 만드셨나 학문적으로 고민하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모든 의문과 고통 속에서도 신이 주신 고난의 길을 헤쳐나가고 내 삶 속에서 그 분의 영광을 드러내는 것이 진정한 믿음일 것이다

믿지 않더라도 페스트 환자들을 돌보는 그 의사가 오히려 더 진정한 신앙인일지도 모른다

행동하는 그리스도인!!

 

저자의 말대로 예수는 한가롭게 서재에 앉아 신학 논쟁을 벌이는 현학자가 아니었다

로마의 식민 통치에 신음하는 민중들을 직접 치유하면서 그들의 삶을 보듬어 주고 창녀와 문둥병자와 세리들과 불구자들과 가난한 모든 이들의 상처를 다 어루만져 주셨고 새로운 세계가 오리라 확신을 준 분이다

부활 이후 하늘로 올라가신 하나님으로서의 예수만 찾는다면 정말 우리는 그 분의 육신을 부인하는 가현설의 오류에 빠질지도 모른다

기독교는 역사 속에서 인간의 몸으로 1세기 팔레스타인에서 살다 가신 예수를 내 주님으로 고백하는 종교다

그런데 그 분의 인성은 무시하고 오직 하늘에 계신 신성만 강조하면서 영적 측면의 믿음만 찾는다면 그리스도가 직접 세상에 오신 의의가 퇴색될 것이다

 

나는 그 동안 종교인의 사회 참여에 대해 매우 부정적이었다

종교가 목소리를 키우면서 권력을 얻길 원한다고 생각해서였다

물론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없다

다만 행동하는 그리스도인이라는 패러다임은 반드시 가져야 할 것 같다

일부 목사님은 봉사 활동이 중요한 게 아니라고 하지만,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도 신앙인의 중요한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가난한 이를 돌보고 자선을 베풀고 우리 주님께서 그러했듯 사회의 가장 낮은 이를 감싸안을 수 있을 때 비로소 주님께서 세상에 내려 오신 뜻을 이해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뭔가 앞이 좀 보이는 기분이다

 

단지 책만 읽고 지식을 축적하는데 끝난다면 읽었을 때와 안 읽었을 때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지적 교만만 더 커질지도 모른다

행동의 변화, 내 삶에 적용하기, 가치관의 재형성 이런 중요한 변화들이 반드시 뒤따라야 진정한 독서가 될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