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잘 써진 책이다
100페이지의 짧은 분량으로 어쩜 이렇게 주제 분석을 확실하게 했는지, 저자의 논문 쓰는 실력이 놀랍다
왜 가부장제와 유교 문화가 현대 사회에 맞지 않는지를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음양 오행설에 기초한 유교 문화는 수직적 위계 질서를 근본으로 한다
그러므로 수평적 관계가 핵심을 이루는 현대 사회에 어울리지 않는다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아무리 포장을 해도 혹은 신유학이란 이름으로 탈바꿈을 한다 해도 유교가 가지고 있는 근본적인 속성인 남녀차별과 수직질서는 절대 바뀔 수가 없다
이게 바로 핵심 사상인데 이 차별의식이 사라진다면 어떻게 유교라고 명명할 수 있겠는가?
공자가 죽어야 나라가 산다는 말은, 절대 감정적으로 흘려 들을 말이 아니다
공자의 뜻을 아무리 현대적으로 잘 해석한다 할지라도, 평등 원리와 배척되는 사상을 현대 사회에 적용할 수는 없다
어떤 사상이든 혹은 전통이든 지금 살고 있는 사회에 적합할 때만 살아남을 수 있고 의미가 있는 법이다
혹시 내가 유교의 참뜻을 오해하고 있지 않았나 하는 불안감을 확실히 떨쳐낼 수 있는 계기가 된 책이다
왜 한국 남성들이 여전히 남자와 여자의 할 일이 따로 있다고 생각하는지, 맞벌이를 하든 안 하든 집안일은 여자의 일로 생각하는지, 자식교육에 그토록 헌신적인지, 여성의 사회진출에 대해 부정적인지, 아직도 아내에게 폭력을 휘두르는지 분명히 알겠다
그들이 가진 사고 체계로는 당연한 일이다
여성은 남성에게 예속된 존재라는 것이 유교의 핵심이다
모든 것은 음양으로 나뉠 수 있는데 음은 연약하고 악한 것이고, 양은 강하고 선한 것이다
그러므로 음에 해당하는 여성은 양인 남자 없이는 절대 덕을 이룰 수가 없다
여자는 반드시 남자의 이끌림을 받아야만 자신의 약함을 덮을 수 있다
삼종지도는 괜히 나온 말이 아니다
음양론에 입각한 대단히 철학적인 규범이다
혼자서는 인간의 덕을 이룰 수 없는, 태생적으로 약하고 악한 (약하기 때문에 유혹에 빠지기 쉽다는 의미에서 약한 것이 곧 악하다는 얘길까?) 여자는, 어려서는 아버지의 양으로, 시집가서는 남편의 양으로, 늙어서는 아들의 양으로 자신의 허물을 덮어야만 한다
그러므로 결혼하지 않는 여자는 인간으로서의 기본 성품조차 가질 수 없는 천한 존재가 되고 만다
아들을 낳지 못하는 여성 역시 마찬가지다
집안의 대를 잇지 못함은 물론이고, 늙어서 자신의 허물을 덮어주고 덕으로 이끌어 줄 양인 아들이 없기 때문에 인간으로서의 정체성을 잃게 된다
여성의 의리는 오직 하나, 바로 정절이다
남성은 신의나 충성, 효 같은 다양한 의리가 있기 때문에 색을 밝힌다 해도 다른 행위를 통해 만회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은 오직 정절 외에는 지킬 수 있는 도덕 자체가 없기 때문에 이것을 잃어 버리면 인간으로서 가치가 끝장나게 된다
그래서 정절을 잃으면 자살까지 감행했나 보다
한 마디로 살아 있을 가치가 없는 셈이다
그래서 가장은 집안 여자들의 정절을 지키기 위해 그녀들의 섹슈얼리티를 철저하게 통제한다
좀 더 비약시키자면 이슬람 사회의 명예살인도 이런 논리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여성의 유일한 덕인 정절을 잃어 버리면 다시는 인간으로서의 가치를 회복할 수도 없고, 집안의 수치가 되기 때문에 가장은 딸을 죽임으로써 가문의 명예를 회복하게 된다
조선 시대에도 딸이 강간당하면 강간범을 고소하는 것이 아니라, 딸에게 자살을 명령했다
말이 자살이지 명백한 자녀 살해다
한대 유학이 국가의 통치 윤리로 작용해 충을 가장 중요시 했던 반면, 송명의 성리학은 가족을 기본 단위로 봤기 때문에 효를 더 강조했다
송명대의 국가 통치 단위는 향촌이었다
향촌은 가족 단위로 구성된 사회이므로 자연히 유학은 가정 내에서 실천됐다
효 역시 수직 질서를 기본으로 하기 때문에 부모는 자식에게 절대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자식은 부모를 계승해야 한다
자식은 부모를 빛내기 위해 애를 쓰지만 절대 그 공덕을 내세워서는 안 되고 모든 공은 다 부모에게 돌려야 한다
오행 중 흙에 해당하는 덕이라고 한다
철저하게 복종하고 희생함으로써 부모와 왕을 돋보이게 하는 것이 흙의 속성이다
자신은 드러내지 않고 주변을 빛내는 속성 때문에 오행 중 가장 훌륭한 덕목으로 칭송받는다
부부관계의 기본 원리는 국가와 신하처럼 음양론에 입각한다
남편과 국가는 양이고 아내와 신하는 음이다
양은 긍정적이고 강하고 선한 모든 좋은 것들을 가리키고, 음은 반대로 부정적이고 약하고 악한 모든 나쁜 것을 총괄한다
음은 혼자 설 수 없기 때문에 반드시 양의 이끌림을 받아야 한다
양인 가장은 음인 아내와 자식을 이끌어야 하기 때문에 강함으로 엄격하게 집안을 다스려야 한다
왜 엄한 아버지 혹은 과묵한 아버지상이 한국 아버지들의 표준상인이 알 것 같다
양의 속성이 바로 강함이다
가장은 집안 사람들을 강함으로 이끌어야 한다
가장을 정점으로 한 가부장제 시스템은 더이상 현대 사회에 맞지 않다
남편은 돈벌고 아내는 집안일을 하는 시스템은, 이미 맞벌이 부부가 50%를 넘어가는 상황에서 맞지도 않을 뿐더러, 수평적인 관계를 지향하는 현대 사회에 더이상 어울리지 않는다
음양오행설에 입각해 남자와 여자의 역할이 따로 있다는 말을 아직도 신봉하면서 남녀차별의 근거로 삼는 행동은 마초짓에 불과하다
이제 대한민국도 유교질서를 포기해야 한다
서구 사회가 가부장제의 급속한 해체를 통해 시민사회로 거듭난데 비해, 동양은 유교 사상을 더욱 강화시킴으로써 서구화에 대응하고 있다
개인의 존재가 인정되지 않는 수직적 유교 원리는 이제 기득권을 포기해야 한다
이러니 윗사람에게 대꾸하면 버릇없는 걸로 찍히고 관습에 도전하면 왕따 당하는 거 아니겠는가?
유교가 지배하는 사회는 절대 발전할 수 없다
창의력이 생명인 21세기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너무나 구태의연하고 고루한 사고방식이다
더구나 독신자 비율이 늘어가고 이혼률도 상승하는데 가정 안에서만 여성의 지위를 보장하는 유교는 현대 여성에게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
가정을 벗어난 여성에게 얼마나 가혹한 제재를 가하는지만 봐도 유교의 편협한 배타성을 알 수 있다
기본적으로 유교는 여성이 혼자 설 수 있다는 사실 자체를 부인한다
여성은 남성의 이끌림을 받을 때만 인간의 도리를 할 수 있는 존재로 본다
페미니즘은 절대 유교와 화해할 수 없다
유교는 성욕을, 하고자 하는 욕구로 봤다
반드시 섹스만 의미하는 게 아니라, 어떤 일을 하고 싶어하는 일반적인 욕망을 성욕으로 규정하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였다
서구 사회가 기독교적 금욕사회였던 것과 비교된다
그런데 재밌는 건 이 자연스러운 욕구는 남성에게만 해당되는 말이다
물론 무한정으로 남성의 성욕을 보장한 건 아니다
예를 실천함으로써 덕을 이루는 것이 군자이기 때문에, 성욕 역시 예를 통해 적절하게 다스려야 한다고 봤다
뭐든지 하나에 몰두하고 빠지면 나쁘다는 의미로 적절한 조절을 요구했다
또 지나치게 섹스에 몰두하면 건강에 해롭고 다른 좋은 일을 못하기 때문에 자제력이 필요하다고 했다
반면 여자는 남편에게 의리를 지킨다는 의미에서 성욕을 억제해야 한다
가정 밖에서 색을 밝힌다는 건 있을 수도 없는 일이고, 집에서도 음의 기운이 양을 덮으면 악함으로 빠진다고 했다
유교 문화에서 여성은 모든 면에서 수동적일 수 밖에 없다
능동적으로 뭔가를 주도하면 양을 누르고 악함으로 빠지게 된다
음양론에 따르면 여자의 속성이 음이기 때문에 절대 스스로는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존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