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코드
강준만 지음 / 인물과사상사 / 2006년 2월
평점 :
절판


확실히 강준만은 글을 쉽게 쓴다

학자라기 보다는 수준있는 대중문화 비평가라는 느낌이다

그가 쓴 글을 읽어보면 학문적 깊이가 얕고 쉬운 언어로 신문 등의 현상 분석을 위주로 한다

그래서 다른 사람 글 인용도 많고 통계나 신문 기사들이 많이 나온다

그 사람을 폄하하는 건 아니고, 스타일이 기존의 교수들과 많이 다르다는 얘기다

현상을 가지고 자기 나름의 틀로 비판한다고 해야 하나?

직관력에 의존한다는 느낌이 든다

방대한 자료 수집, 나름의 가설 수립, 그리고 주장하기

비교적 그 감각이 맞는 편이라 대중들에게 어필하는 것 같다

논문 쓰듯 책을 쓰려면, 그렇게 엄청난 저작을 남기지 못할 것이다

강준만의 장점이면서도 한계라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다양성은 존중되야 하니까 이런 사람들도 많이 나오고, 학문적 분석의 책도 많이 나오면 좋겠다

 

한국인을 규정하는 열가지 코드, 다 맞는 얘기고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내용들이다

아마 누구나 인정하는 문제들일 것이다

프랑스 기자의 한국 관찰기와 거의 흡사하다

빨리빨리로 대표되는 냄비근성, 집단주의, 가족우선주의,패거리 문화,획일성, 순수혈통에 대한 집착, 사촌이 땅을 사면 배가 아프는 평등주의, 교육열 사실 긍정적인 건 별로 없고 문제점만 죽 나열됐다

결국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점은 폐쇄적 집단주의라는 생각이 든다

프랑스 기자 역시 한국인의 자민족 우월주의를 비판했다

사실 프랑스도 내셔널리즘이 강한 나라이고 국력은 미국에 뒤지지만 문화적 자부심이 강한 나라라고 들었다

아마 그 기자가 보기엔, 서양 하면 무조건 미국을 떠올리고 숭배하면서 나머지 국가는 한심하게 여기는 게 못마땅 했을 것이고 객관적으로 내세울 게 없는데도 세계 최고라는 민족적 우월감에 차 있는 꼴이 못마땅 했을 것 같다

한 마디로 꼴사납다고 해야 하나?

틀린 말은 하나도 없다

일본 우습게 아는 것도 배짱이라기 보다는 현실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얼치기 자존심으로 보는 것 같다

실제로도 그렇다

일본 문화나 기술 수입하고 우리보다 국민소득이 세 배나 높은 나라인데도 언제나 일본은 우리 아래 많이 쳐 봤자 대등하다고 본다

현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프랑스 기자 말대로 한 수 아래로 본 놈들한테 식민지 지배를 당하고 더구나 경제적으로도 한참 뒤지지 밸이 꼴릴 만 하다

그게 바로 말도 안 되는 반일감정이나 민족주의로 분출되는지도 모른다

 

노무현에 대한 신랄한 비판은 다소 충격이었다

난 그가 노무현을 지지하는 줄 알았는데 역시 뚜껑을 까 보니 허상 뿐이었다고 판단한 것 같다

하긴 지금도 계속 노무현 타령하고 있으면 그 사람은 노빠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노무현의 집권은, 누구나 대통령을 할 수 있다는 평등주의를 확인시켜 준 대신, 당위성이 있고 없고를 떠나 능력없는 놈이 중요한 직책에 오르면 밑에 사람들이 얼마나 피곤한지를 여실하게 보여준 사건이기도 하다

한국인은 개혁에 대한 열망이 강한 게 아니라 안티 정서가 클 뿐이라는 저자의 관찰력에 탄복한다

아마 네티즌들에게 질려서 하는 소리인지도 모른다

 

경제적으로 보수적인 건 사회 안전망이 없는 상황에서 너무 당연한 선택이지 않냐는 저자의 주장에 동의하는 바다

정치적 진보라는 것도 개혁을 한다기 보다는, 단지 수구 기득권 층에 대한 안티 정서를 좀 더 고상하게 표현한 것일 뿐이라고 한다

안티 정서야 말로 인터넷 논객들을 사로잡는 가장 큰 매력일 것이다

당장 디씨인시이드만 들어가 봐도, 남의 컴퓨터와 디카에 왠 비난을 그렇게도 철저하고 분석적으로 해대는지!!

젊은 놈들도 다를 게 없다는 한탄이 절로 나온다

노무현은 기득권층에 대한 안티 정서를 자신에 대한 지지, 혹은 개혁 열정으로 착각했고 무슨 일이 있어도 개혁을 해야 한다는 잘못된 의제 설정을 했으며, 그 의제마저도 겉으로만 하는 척 하고 그다지 열심히 추구하지 않음으로써 다시 국민들의 안티가 되버렸다

무능력의 표상이 된 노무현!!

더구나 한국인들은 지도자를 아버지 섬기듯 추종한다

이제 노무현의 이른바 진보, 혹은 개혁 세력의 아버지가 됐으니, 한나라당이 비난에 마지않는 노빠들의 우상이 될 만 하다

이러니 민노당에서 열린당을 한나라당 보다 더 싫어하지

아마 가질 거 다 가진 놈들이 강준만 표현대로 도덕적 우월감까지 가지려고 하니까 벨이 뒤틀렸을 것이다

위선의 전형적인 모습이랄까...

 

노무현의 대안은 뭘까?

능력있는 지도자란 과연 어떤 인물일까?

정당이 이념에 기초한 정책 대결을 하는 주체인 대신에, 단순히 엘리트 파벌로 전락했다면, 선거 역시 강준만 말대로 엘리트 자리 바꾸기 밖에 더 될까?

실제적인 능력이란 경제 성적표로 증명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박정희나 전두환도 죽일 놈 소리 안 들어도 되지 않을까?

같은 원칙을 모든 문제에 적용한다는 것은 참 어렵고 잘못하면 자가당착이 되기 십상이다

박정희가 밉다고 경제 발전 성과까지 깡그리 무시하는 진중권식 발언도 싫지만, 그렇다고 한 입 갖고 두 말 하는 것도 아전인수 격으로 상황을 해석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하여간 먹고 살기 힘들어지니까 개혁이네 뭐네 하는 것도 더 이상 의미가 없어지는 걸 보면 박근혜에게 열광하는 사람들의 심리가 충분히 이해되는 바다

박근혜가 정권을 잡으면 과연 한국 사회는 과거보다 안정되고 행복을 추구하는 사회로 변신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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