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의 종말
제프리 삭스 지음, 김현구 옮김 / 21세기북스 / 200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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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50여 페이지에 달하는 엄청난 분량의 책이라 처음에는 부담스러웠다

그러나 막상 읽어 보니 문장이 매우 쉽고 실증적인 예가 많아서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주간동아의 커버스토리 기사를 읽는 기분이랄까?

저자가 대중적으로 쉽게 글을 잘 썼고, 번역도 매끄러워서 한번에 술술 잘 읽혔다

단 하나의 주장, 선진국의 국제 원조 비율을 GNP의 0.7%로 높히자는 것을 여러가지 방법으로 계속해서 강조하고 있다

그 목표를 향해 저 아래서부터 차근차근 그러나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는 기분이 든다

행동력 하나는 끝내 줄 것 같다

아마 실제로 개도국에서 경제 정책을 맡아 왔기 때문에 현실감각이 뛰어나고 행동력에 초점을 맞춘 것 같다

 

사실 가난 구제는 나라도 못한다는 것이 일반적인 통설이다

그런데 저자가 말하는 이 가난이란, 상대적인 가난이 아니라 절대적인 가난, 즉 하루 최저 생계비인 1달러가 없어서 죽어가는 이들을 일컫는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가난과 개념이 좀 다른 것이다

천연두와 소아마비가 지구상에서 사라져 갔듯이 극단적인 빈곤 역시 사라질 수 있다는 것이 저자가 말하는 주장의 핵심이다

가만히 생각해 보면 (저자의 표현대로라면 이성을 가지고 계몽주의적인 관점으로 접근해 보면) 과학기술이 계속 발달한다면 언젠가는 모든 인류가 기본적인 의식주를 해결할 날이 당연히 올 것이다

벌써 많은 나라들이 절대 빈곤으로부터 해방됐고 저자의 희망어린 견해대로 이제 전 인구의 1/6인 11억 인구만 해결하면 된다

그러니 미리부터 겁먹고 포기할 일이 아니라는 것이다

 

왜 우리가 가난한 나라를 도와야 하는가?

국가 안보를 위해서라고 답하면 되겠다

그래서 미국도 2차 대전 후 엄청난 돈을 유럽에다 뿌렸다

1차 대전 후 과도한 배상금이 히틀러의 나치즘을 탄생시켰다고 깨달은 것이다

미국은 유럽에 마샬 플랜을 통해 GNP의 1.5%를 쏟아 부었는데도, 왜 아프리카와 남아시아에는 그것의 절반 수준인 0.7%에 그리도 인색한 것일까?

인종주의적인 생각이 큰 것일까?

이라크를 정복할 수는 있지만 통치할 수는 없다는 말에 공감한다

결국 테러의 전멸은 불가능한 목표이고, 오히려 극단적인 빈곤의 고리를 끊음으로써 사회를 안정시키는 것이 미국의 안보에 훨씬 실제적인 도움을 준다고 한다

하긴 전쟁이 나면 승전국에게도 어떤 형태로든 피해가 갈 것이다

전쟁을 통한 힘의 지배가 미국이 원하는 방향일까?

저자의 말대로, 미국은 세계를 완전히 통치할 수는 없을 것이다

촘스키가 말하는 불량국가도 이런 관점일까?

 

북한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묻고 싶다

삭스 교수가 북한 전문가는 아니니까 뭐라고 단정지을 수는 없겠지만 말이다

삭스 교수의 주장대로라면 북한에게도 식량 원조를 지속적으로 해야 하고, 햇볕정책이 바로 그것이었다

그런데 북한은 오히려 미사일을 가지고 한국을 위협하고 있다

이런 불량국가, 악의 축에 대해서는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미국이 러시아에 대한 원조를 거부한 것도 바로 핵무기 위험 때문이었다

이들이 안전하게 개발 프로그램을 시행한다고 어떻게 장담할 수 있을까?

 

맞벌이의 함정에서 본 대로, 회생 불가능할 정도의 빚은 탕감해 줘야 마땅하다

[맞벌이의 함정]에서는 개인파산이 도덕적으로 불량한 이들을 양산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 복귀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마찬가지다

국가도 갚을 수 없는 빚을 탕감해 줘야 선진국의 무역 파트너가 될 수 있다

능력이 없는데도 계속 빚을 갚으라고 독촉하면 결국 국가실패로 이어지고 집단학살, 난민, 혁명 같은 전지구적인 불안을 일으킬 것이다

기회를 주는 것, 빈곤의 고리를 끊을 수 있게 생존라인까지 데리고 오는 것, 이것이 바로 핵심이다

 

단순한 긴급지원 같은 걸로는 한계가 있고 결국 국가 차원에서 시스템이 바뀌어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절대빈곤도 천연두처럼 박멸될 수 있다!!

이 하나만으로도 정말 고무적이다

결국 세계화는 진보의 나아갈 방향이고, 관세 철폐도 어쩔 수 없는 대세임을 깨달았다

2025년에 나는 정말 절대빈곤이 사라짐을 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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