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년 고도를 걷는 즐거움 - 이재호의 경주 문화 길잡이 33 걷는 즐거움
이재호 지음 / 한겨레출판 / 2005년 9월
평점 :
절판


제목은 좋은데 내용은 좀 진부한 느낌이다.

그러고 보면 유홍준씨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는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 편안하게 잘 쓰여진 책인 듯.

신라가 여왕이나 외손, 사위 등이 계승한 케이스가 많다고 세계 최고의 남녀평등 국가였다느니, 비데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느니, 세종대왕 때까지는 과학이 세계 최고 수준이었다느니 이런 어설픈 감상은 좀 지양했으면 좋겠다.

근거없는 민족주의적 감탄은 책의 품격을 떨어뜨리는 느낌이다.

오래 전 고등학교 친구들과 경주 답사 여행을 간 적이 있다.

처음으로 답사 여행이라는 걸 가 봤는데 가이드 수준이 높아 깜짝 놀랬다.

불국사나 왕릉, 남산 소개 등이 수준급이라 유익했던 기억이 난다.

책에도 그런 에피소드가 잠깐 나오는데, 같이 답사여행 했던 어떤 분이 암으로 돌아가시기 전 그 때 답사 다니던 때가 가장 좋았다고 회고한다.

인생의 절반을 산 것 같은데, 나도 돌아보면 여행 다녔던 게 제일 기억에 남는다.

취직했을 때는 그래도 시간이 좀 있었는데 자영업자가 되고 보니 더 시간이 안 난다.

책 속에서 세상 유람을 하고 아쉬움을 달래게 된다.

유홍준씨 답사기를 다시 읽어봐야겠다.

 

울산 천전리 각석에 새겨진 글 중 추명에 대한 설명이 좀 이상하다.

법흥왕의 동생, 즉 진흥왕의 아버지인 사부지 갈문왕이 죽은 아내, 즉 지혜시몰비를 그리워 하면서 쓴 글이라 했는데 인터넷에 검색해 보면 지혜시몰비, 즉 지소부인이 죽은 남편인 사부지 갈문왕을 그리워 하면서 쓴 글 맞는 것 같다.

입종 갈문왕은 진흥왕 즉위 전에 사망했고 즉위 후에는 지소부인이 섭정을 했으니 저자가 착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수년 후 다시 계곡을 찾은 것은 사부지 갈문왕이 아니라 부인인 지혜시몰비가 맞는 듯 하다. 지소부인이 아들 즉위 후 섭정했다는 사실은 유명한 일인데 기본적인 사실관계 확인에 소홀한 듯 하여 매우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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