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중국의 시험지옥
미야자키 이치사다 지음, 전혜선 옮김 / 역사비평사 / 2016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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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나온 책인데 새롭게 출간해서 그런지 재밌게 읽었다

애매모호하던 중국의 과거 제도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을 확실히 알게 됐다.
진사나 생원의 개념이 조선시대와 달라 헷갈렸는데 비로소 분명히 알 수 있었다.
과거제도의 의의와 문제점에 대해 저자가 분명하게 짚어준 점이 의의가 있다.
위진남북조 시대는 문벌귀족 사회로 관직이 세습되고 몇몇 가문에 의해 정치가 주도됐으나 수당 통일 시대를 맞으면서 황제는 과거라는 시험제도를 통해 직접 관료층을 선발해 독재권을 강화한다.
송대에 귀족 대신 사대부 계층이 등장한 것도 바로 이 과거제 덕분이다.
송대는 특히 인쇄술이 발전해 필사가 아닌 출판물로써 경전을 구할 수 있었고 상업을 통해 유산계급이 늘어나 과거에 전념하는 이들이 크게 증가했다
그만큼 과거는 더욱더 좁은 문으로 변해 가 훌륭한 인재를 뽑기 위해서가 아니라 어떻게 하면 떨어뜨릴 수 있을까를 고민하는 복잡한 제도로 변질되어 간다.
중국은 워낙 규모가 큰 국가이기 때문에 과거를 치루려면 수많은 이들이 일시에 같은 공간에 들어가야 했다.
공원이라는 곳의 규모와 구조가 정말 놀랍다.
조선시대처럼 하루가 아닌 며칠에 걸쳐 공원이라는 곳에 갇혀 답안을 써냈다.
지방 유생이 북경에 올라가 회시까지 치루려면 오늘날 돈으로 3억원 정도를 써야 했다고 하니 아무나 급제하는 게 아니었던 모양이다.
그럼에도 본질적으로 과거는 모든 계층에 기회가 열려 있는 진보적인 제도였고 중국의 놀라운 중앙집권제와 관료제도 이런 제도를 통해 가능했다.
정부는 민간에서 알아서 돈을 투자해 과거를 준비했으므로 교육에 전혀 돈을 투자하지 않았고 이런 점이 바로 중국을 정체되게 했다고 지적한다.
이 점이 참 신선했다.
저자는 본질적으로 교육이 돈이 많이 드는 일이라고 한다.
오늘날처럼 대학에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라 오직 시험 제도만 정교하게 만들어 이미 교육을 마친 인재들을 선발하는 데만 신경을 쓰면 되므로 국가로서는 매우 효율적이다.
그러나 오직 그 시험 관문에 들어가는 것에만 매달리기 때문에 다른 길은 생각할 수도 없고 평생 수많은 인재들이 고대 경전에만 매달리를 폐해를 낳았다.
산업화에 성공한 서양 사회와의 차이점이 아닐까 싶다.
과거에 급제해 관료가 되는 것이 가장 성공적이고 효율적인 길이므로 유능한 인재들이 모두 과거에 매달렸으나 그것은 너무 좁은 문이기 때문에 극소수만 성공할 수 있었고 대다수 사람들은 낙오자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사회안정성에는 크게 기여했을 것이나 산업혁명 이후의 자본주의 사회와는 매우 어울리지 않는 제도였으니 청조를 끝으로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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