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시아의 뒷간
김광언 지음 / 민속원 / 200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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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가 신선하다.

그저 그런 허접한 에피소드 모음이 아니라 수년에 걸쳐 저자가 조사한 성실한 자료집이라 감탄하면서 봤다.
다만 조사 내용을 주로 싣다 보니 서술 부분이 좀 아쉽다.
이런 꼼꼼한 자료를 바탕으로 동아시아 화장실의 역사에 대한 고찰이 곁들어진다면 참 좋을 것 같다.
표지에 실린 화장실은 전통 화장실 중 매우 우수한 케이스에 속한다.
책에 나오는 수많은 전통 화장실은 대부분 지붕도 없고 문도 없다.
가끔 TV 에서 소개되는 중국 화장실을 보면, 칸막이가 낮아 옆사람 얼굴이 다 보여서 깜짝 놀랬는데 알고 보니 전통 화장실은 대부분 그런 구조였다는 걸 새삼 알게 됐다.
전통적인 농업사회에서는 질소 비료 대신 배설물을 거름으로 이용했기 때문에 분변이 귀했던 탓에 집 안에 모아 뒀다.
거름을 사고 팔기까지 했으니 배설물을 더럽게 여기는 근대 산업사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던 것이다.
사실 나는 옆사람 일보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들리는 공중화장실을 이용하는 것도 힘들 정도라 책을 읽으면서 많이 당황스러웠다.
바닥과 천장이 다 막힌 완벽한 독립된 공간을 제공하는 화장실을 원하는 나 같은 사람에게는 배설 행위를 타인이 보는 앞에서 한다는 것이 문화적 충격이 아닐 수 없었다.
종이가 귀해 어린아이들은 개에게 항문을 핥아 먹게 하여 고환이 떨어진 경우도 흔했다고 한다.
역사책을 보면 어려서 개에게 고환을 물려 성불구가 된 경우 내시를 지원했다는 말이 나와 이게 흔한 경우일까 궁금했는데 이런 관습 탓이었던 모양이다.
배설물을 집 근처에 모아놓고 거름으로 썼던 탓에 전염병도 쉽게 돌았을 것이다.
위생 면에서는 매우 불결한데 따로 하수처리를 하지 않고 다시 농사에 이용한다는 측면에서는 아주 효율적이었을 듯 하다.
심지어 돼지를 화장실 근처에서 키워 사람 분변으로 키우기까지 했으니 놀라운 효율성이 아닐 수 없다.
제일 충격은 서서 소변을 보는 일본 여자들.
남자처럼 요도가 돌출되지 않아 앞으로가 아니라 뒤로 서서 소변을 본다.
그림과 사진이 있어 쉽게 이해가 됐다.
이 경우 팬티를 입지 않아 가능하다고 한다.
일본 여자들은 전통 의상을 입을 때 팬티를 안 입는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그래서 가능한 풍습이었나 싶다.
배설 행위과 관련된 수많은 전통 속담과 관습 등도 너무 자세해 약간 지루하긴 했지만 전통사회의 속살을 들여다 본 좋은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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