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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 푸어 - 항상 시간에 쫓기는 현대인을 위한 일 가사 휴식 균형 잡기
브리짓 슐트 지음, 안진이 옮김 / 더퀘스트 / 2015년 6월
평점 :
품절
뻔한 자기계발서일까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생각할 것들이 많은 괜찮은 책이었다.
그렇지만 결국은 현실에서는 큰 도움이 안 되는 당위적인 해결책이라 약간 힘이 빠지긴 한다.
이 책은 맞벌이 여성을 중심으로 기술한 것이라 남성이 돈을 벌고 전업주부가 가정을 돌보는 전통적인 가족에는 해당되지 않을 듯 하다.
미국 사회는 대부분 맞벌이를 하는 것 같고 한국처럼 헬리콥터 맘이 문제가 된다.
여성도 똑같이 집안 경제를 책임지는데 남자들은 여전히 가사와 양육에 적극적으로 동참하지 않는다.
그래서 일하는 여성들은 언제나 시간이 부족하고 제대로 집안을 돌보지 못한다는 죄책감에 시달린다.
저자는 남자와 여자가 모두 성과와 시간을 업무에 극대화 시키라는 회사의 압박에서 벗어나 가정 중심으로 바뀌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정책적으로 탄력근무제와 노동시간 단축, 질좋은 보육시설, 유급휴가 등을 늘리라고 주장한다.
그런데 무슨 돈으로? 전부 세금인데?
덴마크를 예로 드는데 인구가 뉴욕시보다 적은 강소국을 미국이나 한국 같은 거대한 인구 집단에 단순 대입하기는 어려울 듯 하다.
덴마크의 경우 단일민족이고 집에 있는 여성 노동력을 활용하기 위해 탄력근무제와 아빠 육아휴직제, 보육시설 확충을 도입했다.
외국인 노동자를 수입하지 않고 엄마들이 직업 전선에 나선 것이다.
그런데 과연 한국에서도 이게 가능할까?
보통 외국인 노동자를 쓰는 직장은 자국인이 꺼리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수입하는 것인데?
책에 나온 바대로 부부가 공동으로 양육하고 가사를 돌본다면 전업주부는 사라져야 할 것이다.
집안일도 같이, 대신 부양의 의무도 같이.
내 경우를 본다면 나도 남편도 둘 다 직장에 있는 시간이 엄청나게 길다.
책에서 묘사된 이상적인 노동자에 해당된다.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이 주 60시간 이상 될 것 같다.
아주 드물게 시간이 돼서 아이들을 데리고 외출할 때 차가 밀리면 남편이, 우리 가족이 나올 정도면 대한민국 사람 다 나왔다고 생각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이 매우 적다.
대신 아이들은 책에서 언급한 대행 부모가 돌본다.
나도 그랬다.
엄마는 학교 선생님으로 아이가 셋이었는데 할머니가 주양육자로서 삼남매를 돌보고 가사를 책임지셨다.
그래서 나는 친정에서 아이들을 돌봐주는 이 시스템이 내 아이들에게도 매우 안정적인 양육 환경이라고 확신한다.
대신 엄마가 시어머니와 함께 사는 불편감을 감수했듯, 지금은 내 남편이 처가 식구들과 함께 지내야 하는 불편을 겪고 있다.
그렇지 않으면 우리 둘 중 하나가 근무 시간을 줄이고 타인의 도움을 받아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데 남편도 나도 사회적 커리어를 포기하고 싶지 않으니 우리로서는 이게 최선인 셈이다.
문제는 우리 둘 다 바쁜데도 남편은 내가 아이 양육에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하길 원한다.
나는 내 개인 여가, 즉 책 읽을 시간을 더 많이 갖고 싶다.
왜 일하는 엄마만 아이들에게 죄책감을 가져야 하나?
이 책에서는 보육 시설에 아이들을 보내는 덴마크 부부들을 사례로 보여 주면서 개인의 여가 시간을 갖는 데 죄책감을 갖지 말라고 조언한다.
미국에서도 어려운데 한국에서 과연 가능할까 싶으면서도 내가 모성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라는 안도감은 얻었다.
그리고 다른 엄마들처럼 헬리콥터 맘이 되지 못하더라도 괜찮다고 자위했다.
확실히 미국은 한국 사회처럼 성과 중심, 회사 중심의 사회 같다.
유럽처럼 적게 일하고 (프랑스는 주 35시간 일하고 심지어 유럽연합에서는 주 48시간 이상 근무를 금지한다고 한다. 유럽 전공의들에게도 해당되는 사항인지 매우 궁금하다) 보편적 복지 혜택을 누리려면 지금보다 훨씬 더 세금이 올라야 하는데 한국 사회가 바람직하게 변할지 지켜 봐야 할 듯 하다.
현재로서는 큰 정부가 과연 제대로 일할지 매우 의심스럽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