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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내셔널 갤러리에서 꼭 봐야 할 그림들 - 런던 내셔널 갤러리 공식 가이드북
에리카 랭뮈르 지음, 김진실 옮김 / 사회평론 / 2009년 12월
평점 :
절판
처음으로 그림에 관심을 갖게 한 곳이 바로 영국의 내셔널 갤러리인 탓에 읽을 때마다 특별한 기분이 든다.
유럽 배낭 여행 마지막 장소가 바로 런던이었는데 내셔널 갤러리는 루브르처럼 소장품 규모가 웅장하지 않고 아늑한 느낌이 들어 편안했다.
루브르에서 인파를 헤치고 형태만 겨우 본 모나리자나, 바티칸에서 고개를 아무리 처들어도 잘 보이지 않는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 같은 것만 보다가 별로 밀리지도 않는 조용하고 편안한 갤러리에서 훌륭한 그림들을 감상하니 어찌나 행복하던지!
너무 좋아서 다음날 한 번 더 갔는데 하필 마지막 날이라 조금만 더, 하면서 지체하다가 그만 비행기를 놓치고 말았다.
그 때 눈을 떼지 못하고 봤던 작품이 반 고흐의 "해바라기", 쇠라의 "아스니에르의 물놀이", 얀 반 에이크의 "아르놀피니 부부의 초상", 브론치노의 "비너스와 큐피트의 알레고리" 등이다.
나에게는 너무나 강렬한 미적 체험이라 당시로서는 꽤 비싸게 느껴졌던 도록까지 15파운드 정도 주고 샀다.
물론 돌아와서는 빽빽한 글씨 때문에 몇 줄 해석하다가 포기했지만.
그 때는 굉장히 어렵게 느껴졌는데 최근에 다시 보니 비슷한 용어들이 반복적으로 쓰이고 이미 알고 있는 내용이라 그리 어렵지 않게 읽힌다.
한글로 번역된 내셔널 갤러리의 도록이 어찌나 반갑던지.
처음 읽었을 때는 잘 모르는 작품들이 많이 나와 약간 지루했는데 다시 보니 눈에 잘 들어오고 훨씬 빨리 읽을 수 있었다.
표지의 이 훌륭한 그림은 조반니 벨리니가 그린 베네치아 총독의 초상이다.
한스 홀바인과 반 다이크의 초상화는 얼마나 매혹적인지.
이 책을 통해 처음 접한 화가가 카라바조의 영향을 받은 위트레흐트 화파의 혼트호르스트와 테르 브뤼헨이다.
강렬한 빛과 어둠의 대조, 연극적인 구성이 인상적이다.
메트로폴리탄 가이드북이나 MoMA 하이라이트, 에서도 느낀 바지만 미술관에서 직접 발행한 도록이나 가이드북이 많이 번역되면 좋겠다.
국내 저자들이 여행기 수준으로 소개하는 미술관 안내서와는 차원이 다르다.
내셔널 갤러리 방문 전에 정말 강추하는 책이다.
(책을 읽다가 잘 모르는 그림이 나와 검색을 했는데 "윤운중의 유럽 미술관 순례"을 쓴 윤운중씨의 글이 나왔다.
어떤 매체에 기고를 한 듯 한데 여기 나온 문장과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아 깜짝 놀랬다.
결국 저자들도 어딘가에서 얻은 지식을 나름대로 풀어낼 수밖에 없으니 이해는 하면서도, 번역 문장까지 똑같이 옮긴다는 것도 놀랍고 출처 표시가 안 되어 있다는 점도 선뜻 받아들이기가 힘들다.
같은 인용을 해도 각주로 출처를 반드시 표시하는 책들이 있는 반면 (최근에 읽은 <세상에서 가장 비싼 그림 100>은 전부 각주로 출처를 밝히고 있다) 이렇게 문장을 그대로 옮긴 경우를 만나면 당황스럽다.
개인 블로그에서 출처 표시 없이 책 내용을 100% 옮긴 경우는 많이 보지만, 책을 출판하는 저자라면 민감하게 인지해야 할 문제 같다.
이미 고인이 되신 것 같던데 그래도 기록해 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