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여성 잔혹 풍속사 - 역사 문화 라이브러리
이영자 지음 / 에디터 / 2003년 5월
평점 :
품절


예전에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으려고 알라딘을 검색하다 보면, 의외로 절판이 빨리 되는 것 같아 깜짝 놀라곤 한다.

그런 의미에서 헌책방이 나름 의미가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알라딘에 리뷰를 남간 후부터 내 독서 이력을 확인할 수 있어 참 좋다.
2004년에 내가 쓴 리뷰가 단 한 편 남아 있다.
절판책도 삭제하지 않고 그대로 남겨 두는 점에 감사드린다.
무려 12년 전에 읽었던 책인데, 이번에 이사하면서 책장 정리를 하다가 눈에 띄여 재독하게 됐다.
이 책을 살 무렵 책은 사서 읽어야 한다는 말에 혹해 한동안 열심히 책을 구입하다가 공간 문제로 포기하고 도서관에서 빌려 읽었는데 '읽을 만한 책'은 한 번에 제대로 읽을 수 없다는 사실을 최근 깨닫게 되어 다시 책을 구입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책값이 많이 싼 건 아니지만 다른 소비재에 비하면 그래도 싼 편이라 책 구입비 정도는 감당할 수 있는데 문제는 공간.
한 번 읽은 책은 버리지 못하고 갖고 있으려다 보니 늘 보관 문제에 직면한다.
그래도 오랜 시간 후에 이 책처럼 다시 꺼내 읽으면 새로운 즐거움을 준다.

봉건제도 하에서 억압받던 중국여성들의 사례들을 나열하는 정도라 본격적인 연구는 아닌 점이 아쉽다.
"풍속사"라는 제목에서 벌써 역사적 사례의 나열이라는 집필 방향이 느껴진다.
중국 역사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은 있어야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가끔 저자도 북송 이후에 건국된 남송과, 남조의 유송을 헷갈리는 식의 자잘한 오류를 범하기도 한다.
요즘 중국 역사 공부를 열심히 하고 있던 터라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인물들이 낯설지 않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었다.
약간 의아한 점은 인명을 한국식 한자 발음이 아니라 중국식으로 기록했다는 것이다.
모택동 대신 마오쩌둥 식으로 말이다.
신해혁명 이전 인명은 한자어로, 그 이후는 중국어 발음으로 기록한다고 알고 있었는데 요즘은 원칙이 바뀐 것인가?
인명에 쓰이는 한자는 잘 안 쓰는 글자가 많아 사전을 찾아야 해서 약간 불편했다.
책에 나오는 온갖 억압의 사례들을 읽다 보면 오늘날 중국 여성들이 이룩한 평등한 지위는 참으로 격세지감이 느껴진다.
주자학이 지배하면서 여성의 정절과 복종을 강요하는 정책이 시행됐던 것처럼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면서 국가가 양성평등 정책을 추지한 것이 가장 큰 원동력이었던 것 같다.
가부장제 사회는 남자가 가족을 부양하고, 여자는 가사와 육아를 책임지는 이른바 성별분업 시스템인데, 현대 사회에서는 여자들도 맞벌이를 지향하니 생산력이 커진 만큼 가사를 전담하려 하지 않고 있다.
돈을 벌어 왔기 때문에 가정 내에서 권력을 가질 수 있었는데, 여성도 그 몫을 감당하고 있으니 당연히 분담을 요구할 수밖에.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아 보니 누군가는 집에서 아이를 돌보는 게 당연한데 안타깝게도 그런 노동은 경제적 가치로 환산이 잘 안 되니 주도권을 놓치지 않으려면 어쩔 수 없이 사회로 나가는 수밖에 없는 것 같다.
누구나 주체가 되려고 하는 현대 사회에서 결혼을 기피하고 출산률이 떨어지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한 현상 같다.

아이를 양육하고 가정을 꾸리는 것은 매우 보람있고 의미있는 일이 분명하지만, 그것을 담당하는 사람은 안타깝게도 주도권을 행사할 수가 없다는 게 아이러니다.

전통사회에서는 여성이 생산력을 갖기가 어려웠으니 남성에 비해 열등한 지위를 감수하고 살았지만 현대사회에서는 여자도 돈을 벌 수 있는 구조라 더이상 집에만 안주하면서 열등한 지위를 감수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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