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인간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오에 겐자부로의 50년 독서와 인생
오에 겐자부로 지음, 정수윤 옮김 / 위즈덤하우스 / 2015년 7월
평점 :
절판


역시 거장은 다르다고 해야 할까?

문학에는 관심이 적고 특히 오에 겐자부로의 책은 단 한 권도 읽은 적이 없어 노벨문학상 수상자라는 정보 외에는 전혀 아는 게 없어 어떤 종류의 책인지도 잘 모르고 읽었다.
그저 노벨문학상을 받을 정도 수준의 작가는 어떤 독서론을 갖고 있을까 호기심만 있었을 뿐이다.
강연을 모은 글이라 그런지 일단 독자에게 접근하는 방법이 너무나 편하고 쉽지만 내용은 깊이가 있다.
한 권의 책을 읽고 이렇게까지 철학적으로 분석하는 사람이 과연 대작가가 되는 구나 싶다.

언급한 책이나 시는 이름만 들어 봤을 뿐 내용도 잘 모르거니와, 아무리 저자가 설명을 세심하게 해 줘도 솔직히 뭔 얘긴지도 모르겠다.

다만, 한 권의 책을 이렇게 열심히 읽고 분석하고 저자의 생각을 온 몸으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감탄했다.

폴 오스터의 독서론에서도 읽은 바지만, 한 편의 시를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 번역을 해 보는 게 문학 수업에 훨씬 도움이 된다고 한다.

폴 오스터는 프랑스 시를 영어로 번역하는 과정에서 글쓰기 공부를 했고, 오에 겐자부로는 좋은 구절이 있으면 원본을 찾아 비교해 보고 정말 좋은 책이라면 원본을 직접 대조하면서 읽음으로써 한 권의 책을 제대로 이해한다고 했다.

직접 번역을 해 본다는 점이 인상깊다.

자폐아인 큰 아들에 대한 이야기도 나오는데 감상에 빠지지 않고 너무나 의연하게 아들과 살아 가는 모습, 또 그 아들로 인해 자신의 문학 세계가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담담하게 설명하는 모습이 정말 인상깊었다.

고통을 예술로 승화시켰다고 할까?

일본어라 그 뉘앙스가 제대로 번역이 안 되겠지만 그래도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아들의 톡톡 튀는 대답들에 혼자 웃었다.

마지막 챕터에서 타계한 에드워드 사이드와의 우정을 소개하고 죽음에 가까워졌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투쟁의 정신을 잃지 않고 공격적으로 후기 스타일을 완성시킨 그를 본받고자 한 이야기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벌써 80이 넘은 나이임에도 달관하고 관조하고 인생을 마무리하는 소극적 자세에 머무르지 않고 세상과 맞서 작가로서의 도전 정신을 갖고 나아가겠다는 그 결심이 참으로 놀랍다.

죽음을 피할 수 없는 것이 인간의 숙명이고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늘 갖고 사는 나에게 그런 자세는 정말 충격이었고 좀 더 적극적으로 삶을 살아야겠다는 묘한 다짐을 하게 됐다.

짧은 분량의 책이지만 쉽게 술술 잘 읽히고 생각할 것이 참 많았던 에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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