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역사 : 선진시대 중국의 역사
가이즈카 시게키 외 지음, 배진영 외 옮김 / 혜안 / 2011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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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에서 힘든 일이 있었는데 이 책 읽으면서 위로가 됐다.

마음의 위로를 주는 심리학 서적도 아닌데, 잘 쓰여진 좋은 책을 읽는다는 건 불완전한 세상 속에서 완전한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 때문인지 기분이 무척 좋아진다.

표지는 좀 지루하게 생겼지만 내용은 무척 좋다.

단순히 역사적 기록만 나열한 게 아니라, 고고학적 발굴 성과를 덧붙여 진이 중국을 통일하기 전까지의 사회상을 그려낸다.

사실 처음에는 고고학 서적인가 싶을 정도로 발굴 현황이 많이 나와 다소 어려웠지만 그만큼 신뢰가 갔다.

책의 시작이 무려 70만 년 전의 북경원인부터이니 스케일이 큰 책이긴 하다.

은나라 이전의 하나라가 역사로 인정됐다고 들었던 것 같은데, 이 책에서는 아직 유보적 입장이다.

신석기 시대의 중원 문화인 용산문화 윗층 이리두 문화를 중국에서는 하나라로 규정하는데 그 윗층의 은나라 문화처럼 갑골문과 같은 확실한 문서 기록이 없어 아직은 정확한 실체를 알기 어렵다고 보지만, 잠정적으로는 하나라를 인정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빨리 증거들이 발견되어 사기에 기록된 최초 국가의 실체가 드러나면 좋겠다.

학교에서 세계사 배울 때만 해도 중국은 세계 4대 문명인 황하 문명만 있는 줄 알았는데 요즘은 양자강 이남의, 중원 문화와는 또다른 문명권이 있었다고 본다.

사선청 삼성퇴 등과 같은 촉 유적지가 바로 그 증거다.

은나라는 마치 그리스 같은 도시 국가의 성격을 가졌는데 제정일치 사회였던 만큼 왕은 하늘과 조상신, 자연신에 제사를 지냈고 이것이 오늘날까지도 이어오는 종묘와 사직에 대한 제사로 이어진다.

마치 종교처럼 유교 문명권의 제사는 수천 년의 오랜 전통을 가진 것이다.

이 때 인간을 희생하는 제사도 지내고 수백 명을 순장하기도 했는데, 주로 전쟁포로였던 이들은 노예라는 개념이 아닌, 즉 인간이 아닌 존재로 여겨 두개골로 조각한 기물이 묘에서 발굴되기도 했다.

서쪽에서 주족이 일어나 은을 멸망시키고 나라를 세웠는데 이 때 봉건제가 형성되고 이들은 갑골문 대신 청동기에 글자를 새기는 금문을 남겼다.

후에 견융의 침입을 받아 서안에서 낙양으로 동천했는데 저자는 이런 과정이 오랑캐의 침입으로 갑작스레 일어났다기 보다는, 한족의 세력이 커지면서 이민족들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순차적으로 진행했다고 본다.

그 후 춘추전국 시대를 거치면서 장강 이남의 촉이나 오, 월 등의 이민족까지 중원의 역사에 어우러지면서 도시국가에서 영토국가로 변모하게 된다.

제자백가 사상이 유행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봉건 귀족에서 관료제로 변모했으며 비로소 진의 통일 후 전국적인 군현제가 실시된다.

상공업이 발달하면서 화폐경제가 발생하고, 철기 농기구의 발달로 개간지가 늘어나는 등 진이라는 거대한 통일 제국이 들어 설 발판이 마련됐다.

생각해 보면 무려 2천 여년 전에 그 거대한 땅덩어리가 하나의 국가로 통일을 이뤘으니 엄청나게 발전된 사회였을 것이다.

중국의 제국 역사는 놀라울 정도로 오랜 전통과 안정성을 갖고 있다.


고고학적 발굴 성과가 초반에 많이 나와 약간 어렵기도 했지만 고대 사회의 성격을 정확히 밝히고 있다는 점에서 매우 유익한 독서였고 이 시리즈로 쭉 읽어 보고 싶다.

중국 역사는 언제 어느 시대를 읽어도 항상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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