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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읽는다는 착각 - 오해와 상처에서 벗어나는 관계의 심리학
니컬러스 에플리 지음, 박인균 옮김 / 을유문화사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작년에 신청해 놓고 대출했다가 다 못 읽고 반납했던 터라, 마음에 걸렸던 책인데 이번에 완독했다.
처음에는 좀 지루하고 실험 결과만 나열해 놓은 것 같아 눈에 확 들어오지 않았는데, 쭉 읽다 보니 굉장한 통찰력이 돋보이는 책이다.
학자들이 쓴 책은 개인적인 일화 중심의 대중 작가의 책과는 달리 수많은 실험 데이터를 제시하기 때문에 근거가 있어서 믿음이 간다.
이런 번역서를 볼 때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확실히 서구 쪽의 심리학은 한국의 심리학 풍토와는 상당히 다른, 인문학 보다는 실험과 통계를 중심으로 한 과학의 한 분야라는 느낌이 든다.
제목에 주제가 잘 드러나 있다.
상대의 마음을 읽는다는 것은, 한 마디로 나의 착각이라는 사실이다.
보통 몸짓 언어를 통해 상대의 의도를 유추하거나, 타인의 관점에서 생각해 보는 관점 수용 방식을 권하는데, 실제로 이런 방식을 채택해 봤자 상대의 마음을 정확히 알기는 매우 어렵다고 한다.
이런 내용이 여러 실험 데이터를 통해 자세히 나온다.
인간이 거대한 사회 집단을 이루어 사는 가장 큰 이유는, 엄지와 검지를 사용하는, 흔히 말하는 도구를 사용하는 능력 덕분이라기 보다 상대의 마음을 이해하는 사회적 능력 때문이라고 한다.
집단이 클수록 사회적 능력은 더욱 발전하여 침팬지 보다 인간의 뇌가 훨씬 큰 것도 이 때문이다.
여러 경험과 추론을 통해 상대의 의도를 이해하는 것을 저자는 육감이라고 표현했는데, 물론 이 육감 덕분에 수많은 사람들이 어울려 사회를 이루고 살지만, 육감이 "매우" 정확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인지하라고 한다.
보통 상대의 행동을 보고 그 사람의 마음, 즉 의도까지 평가하는 경우가 많지만, 행동이 반드시 마음과 일치하는 것은 아니다.
행동에 숨겨진 맥락을 이해해야 한다.
저자는 뉴올리언즈에 태풍이 불었을 때 대피하지 못했던 이재민에 관한 예를 든다.
언론에서는 대피 명령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집단이 하층민이었다는 점을 들어, 인지 능력이 떨어지고 비합리적인 사고를 가진 탓으로 보지만, 실제 이 사람들의 상황을 살펴 보면 대가족이거나 이동 수단이 없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즉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빨리 대피를 하라는 반복적인 교육이 아니라, 대피할 수 있는 수단, 즉 "버스"를 제공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예는 수없이 등장한다.
어떤 사람이 성공하면 그 사람이 성공할 수 있었던 여러 환경들, 즉 부유한 나라에서 태어나 좋은 교육을 받았고 사업하기 좋은 조건이었다는 점 등은 무시하고 그 사람의 특별한 자질에만 초점을 맞춰 찬양한다.
반면 가난한 사람들에 대해서는 타고나길 무지하고 게으르기 때문에 가난할 수밖에 없다고 비난한다.
같은 조건이라 해서 같은 성과를 내는 것은 아니지만, 성공과 실패를 평가할 때 그들을 둘러싼 외부적 조건, 책에서 말하는 "맥락"에 대한 고려가 반드시 필요할 것 같다.
어떻게 하면 제대로 상대의 마음을 읽을 수 있을까?
저자는 결론에서 너무나 간단명료한 방법을 제시한다.
자신의 마음을 직접 표현하라는 것이다.
정확히 표현하는 것도 매우 어려운 일이므로 간단명료 하게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는 그것을 열심히 들어주는 것이다.
보통 자신의 마음을 제대로 표현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편안한 마음에서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줘야 한다.
이를테면 아이들이 잘못을 저질렀을 때 부모가 추궁을 하면 즉시 인정하기 힘들어진다.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도록 지연의 시간을 가진 후 솔직하게 인정하면 용서해 주겠다는 면책 특권을 주라고 한다.
그 다음에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의논하라는 것이다.
보통 한국에서는 아이가 잘못을 저지르면 그에 합당한 벌을 줘야 다시는 그렇지 않는다고 여긴다.
그런 의미로 체벌도 정당화 되고 있는데 상당히 다른 관점의 교육 방식 같아 신선했다.
저자는 또다른 예로 의료사고를 든다.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일어나면 보통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소송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어떤 병원의 예를 들어, 병원 측에서 솔직하게 과실을 인정하고 사과를 한 후 합당한 보상을 제시하자 소송율이 60% 이상 감소했고 덕분에 고액의 소송료를 아낄 수 있었다고 한다.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솔직하게 마음을 터 놓은 것이 매우 중요한 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