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 여성 - 코란, 하디스, 이슬람법 샤리아에서 여성읽기 세창출판사 이슬람 총서 9
조희선 지음 / 세창출판사(세창미디어)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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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제는 좋은데 내용은 지루하다.

이슬람 여성들의 상세한 사회적 지위에 대한 수많은 법률적, 종교적 규정들이 등장해 참고 자료로 인용할 수는 있겠으나 나처럼 교양 수준에서 궁금한 독자에게는 큰 도움이 안 된다.

수많은 사례들보다는 이러한 자료들을 종합하여 저자의 견해를 표출했다면 훨씬 좋은 교양도서가 됐을 것 같다.

무슬림 여성들이 인권을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는 서구적 시선과는 달리, 이슬람교는 코란이 쓰여졌을 7세기 당시에는 여성의 사회적 지위를 향상시켰고 종교 자체로서는 믿는 여성들을 남성과 똑같이 보호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오히려 코란이라는 경전 자체보다는, 예언자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 더 나아가 율법학자들의 합의로 이루어진 샤리아가 오늘날 여성들의 삶을 제약하고 있다.

실제 사회에서는 일반적인 법률을 채택하면서 가족법에서만은 샤리아를 강제하고 있는 것이 무슬림 여성들을 억압하는 것 같다.

7세기에 코란이 처음 쓰여졌을 때만 해도 무한정으로 아내를 맞을 수 있는 관습에 제약을 가해 네 명으로 제한을 했고 이마저도 똑같이 대해야 하며 만약 차별하는 마음이 생긴다면 오직 한 명의 아내만을 가져야 한다는 식으로, 당시로 보면 상당히 진보적인 교리였을텐데, 하디스와 샤리아가 정립되는 9세기 무렵에는 가부장적인 사고가 확산되어 여성들의 지위가 남성에게 종속되고 오늘날의 여성 인권과는 큰 차이를 보이게 됐다.

그래서 무슬림 여성들은 서구적 페미니즘을 지향하기 보다는, 이슬람교 안에서 코란에 근거하여 여성의 지위를 찾기 위해 노력한다.

어찌 보면 이런 시도가 오리엔탈리즘을 극복하는 주체적인 모습일 수 있겠으나, 아무리 탄력적으로 해석한다 해도 7세기에 쓰여진 경전이 오늘날과 같은 남녀평등 개념을 담을 수는 없을 것이다.

이것은 기독교도 마찬가지다.

그러므로 글자 하나하나에 매달려 경전을 오늘날 사회에 적용시키려는 시도는 궁극적으로 자가당착에 빠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오리엔탈리즘이라는 비난을 받는다 해도 서구 사회처럼 종교와 세속이 분리되지 않는다면 남녀평등을 이룩하기는 매우 어려울 것이다.


결혼이 계약이므로 남편은 아내에게 혼납금, 즉 마흐르를 지불해야 하고 아내를 부양해야 한다.

반면 아내는 부양의 댓가로 남편에게 복종하고 성관계를 가져야 한다.

남편이 마흐르를 지불하지 않았거나 (당장 주지 않고 주겠다는 계약서만 써도 된다) 성관계를 갖지 않은 상태라면 혼인 취소가 가능하다.

책에 결혼 계약이 매우 자세하게 나오는데 혼납금이라는 제도가 무척 신기하고, 성관계를 아주 중시 여겨 노골적으로 자세히 밝히는 것이 인상적이었다.

기본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부양해야 하기 때문에 여성이 직접 자신을 부양하는 현대적인 의미의 사회적 여성은 요원한 일 같다.

이혼을 한 후에도 여성은 남성의 부양을 받을 수 있다.

그런 의미로 남성은 여성의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이혼할 수 있다.

여성이 이혼을 원할 경우 남성과 합의가 필요하고 이 때는 혼납금을 남편에게 위자료로 지불해야 한다.

중혼이나 남성의 일방적인 이혼, 상속시 여성은 남성의 절반만 받는 것 등과 같은 법률은 반드시 개정이 필요한데 이것을 종교적으로 정당화 시키고 있다는 점이 이슬람 사회의 딜레마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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