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혈왕 충선왕 - 그 경계인의 삶과 시대 몽골 제국과 고려 2
이승한 지음 / 푸른역사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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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나왔을 때 제목이 다소 자극적이라 안 읽을까 했던 책이다.

뭐랄까, 자극적인 제목이 어쩐지 시류에 편승하는 야사 위주의 비역사적인 책일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원 간섭기에 부마국이 됐다고 해서 혼혈이라고 표현하다니, 현대적 관점을 역사에 전혀 다른 맥락으로 이용한 것 같아 마음에 안 들었다.

그러나 <고려무인 이야기>의 저자인 걸 알고 믿음을 가지고 읽게 됐다.

처음 읽었을 때는 분량이 너무 많고 중언부언 하는 것 같았는데 두번 째 읽으니 배경지식도 많이 쌓인 터라 빠른 속도로 편하게 읽힌다.

시간당 100~120  페이지까지 읽었으니 꽤 속독을 한 셈.

기본적으로 내가 당시 시대상을 많이 아는 편이고, 저자의 문체 자체가 워낙 쉽게 풀어 쓰고 있어 속독이 가능한 것 같다.

그래서 분량이 500 페이지가 넘은 모양이다.

다음 편도 무척 기대된다.

다음 주제는 충선왕의 아들인 충숙왕이나 손자인 공민왕이 될 듯.

 

충선왕은 쿠빌라이의 외손자로 태어나 고려 보다 원에서의 생활이 더 익숙했던 사람이다.

고려 체류 기간을 합해 봐야 몇 년 되지 않는다는 것만 봐도 확실히 그는 원 제국에 편입됐던 인물인 것 같다.

쿠빌라이의 외손자라는 자부심이 너무 강해서였을까, 몽골 공주인 아내와의 갈등 때문에 폐위까지 되고 (조비 무고 사건) 다시 복위했으나 공주 개가 파동 등을 겪으면서 부침이 심했던 탓에 아들 충숙왕에게 양위하고 대신 원에 머물면서 원과 고려에 모두 영향력을 행사하려고 했다.

말년에는 만권당을 열어 원의 명사들과 교류하고 이제현 같은 고려의 뛰어난 인재들도 불러 모은다.

결국은 원의 정치적 상황에 휘말려 자신을 후원하던 인종이 죽고 새 왕이 등극하자마자 티벳으로 유배를 떠났다.

왜 유배를 갔는지는 이유에 대해서는 정확히 나오지는 않는데 한 나라의 국왕이 그렇게 멀리 유배까지 간 걸 보면 원나라 정치에 꽤 연결되어 있었던 듯 하다.

한 가지 특기할 점이 몽골 여인과의 사이에서 낳은 세자를 죽였다는 사실이다.

사도세자를 죽인 영조가 떠오른다.

왜 죽였는지에 대해서는 기록이 없는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권력 앞에서는 혈육도 크게 상관이 없는 모양이다.

친아들인 충숙왕에게도 다음 후계자를 자신의 조카 심왕 고로 삼으라고 하여 갈등을 빚는다.

저자는 이것을 충숙왕 본인이 아버지 충렬왕과 세력 다툼을 했던 것처럼, 아들 충숙왕과의 권력 다툼의 일종이라고 추측한다.

 

무인정권의 위세에 눌려 있던 충렬왕이 원의 부마가 되면서 왕의 위상을 되찾자 정통 관료 집단 이외의 측근들을 중심으로 밀실 정치를 하고 음주가무에 빠진 것을 비판한 충선왕은 국정개혁에는 실패했지만, 자기 자신에게는 매우 엄격해 평소에는 술을 입에 대지 않고 사냥도 즐기지 않았다고 한다.

만권당에서 명사들과 교유에 힘쓴 걸 보면 상당히 절제된 사람인 것 같기도 하다.

원 간섭기의 충자 돌림 왕들은 별 특색없이 나약한 왕으로 한꺼번에 취급되기 마련인데, 저자가 입체적으로 역사적 인물과 그 의의를 잘 살려냈다고 본다.

문장 솜씨가 좋아 마치 소설을 읽듯 편안하게 재밌게 읽었고, 다소 아쉬운 점은 너무 쉽게 풀어쓰려다 보니 분량이 많아져 뒤로 가서는 조금 지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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