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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 세계대전의 기원 - 패권 경쟁의 격화와 제국체제의 해체 ㅣ 대우학술총서 신간 - 문학/인문(논저) 612
박상섭 지음 / 아카넷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제목은 너무 흥미로운데 막상 읽으려니 선뜻 손이 안 가 주저했다.
전쟁사에는 관심이 적고 특히 현대사는 당대라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많다고 생각해서였다.
도서관에서 빌린 책이 아니었다면 방치해 뒀을 거다.
반납 기한에 쫓겨 억지로 책장을 젖혔는데 처음에는 좀 헤맸지만 곧 빠져들어 정말 재밌게 잘 읽었다.
아쉬운 점은 다소 번역투의 문장이라 매끄럽지 못한 곳이 가끔 있고, 세세한 부분까지 언급하다 보니 약간 지루한 감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 민족국가의 부상과 제국의 해체 과정, 그리고 발칸 문제 등을 명확히 인식할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1차 대전을 주제로 삼은 게 아니라, 1차 대전이 왜 일어났는지, 발발하기 직전까지를 서술하고 있다.
보통 1차 대전부터를 현대사로 분류하는데 과연 1차 대전은 근대의 제국이 해체되고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민족국가가 총력전을 펼치고 복지와 계획경제, 대중민주주의 등을 실행하게 만든 진정한 현대사의 계기였다.
1차 대전이 이렇게 중요한 의미를 갖는 줄 미처 몰랐다.
1차 대전사도 무척 재밌을 것 같다.
통일 독일이 내적 응집력을 분출시켜 식민지로 뻗어 나가려 했을 때 주도권을 쥐고 있던 영국의 반발이 중심 축이라 할 수 있겠다.
발칸 반도를 지배하던 오스만 제국이 와해되면서 민족주의 이데올로기에 의해 각 민족이 독립하려 하지만 영국은 오스만 제국의 유지를 원했고, 러시아는 세르비아를 부추겨 오스만으로부터 흑해 지배권을 뺏으려고 했다.
11개의 제민족으로 이루어진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제국의 유지를 위해 보스니아를 병합하고 세르비아가 반발하면서 러시아가 이를 돕자,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은 팽창 정책을 펴던 독일을 끌어들여 러시아를 막으려 한다.
반면 독일은 프랑스를 공격하기 위해 이와 동맹한 러시아를 오스트리아-헝가리가 막아 주길 바라고 동상이몽으로 전쟁을 시작한다.
명예로운 고립을 택했던 영국은 세력 균형이 깨지자 어쩔 수 없이 대륙의 전쟁에 발을 딛어 독일에 선전포고를 하게 된 것이다.
다들 이 전쟁이 단기전으로 끝날 것이라 기대했으나 1차 대전은 전세계적 규모의 총력전이 되어 제국의 해체와 혁명을 불러 일으켰다.
총력전이었던 만큼 국민들의 희생에 대한 댓가로 복지와 참정권 등 대중민주주의가 들어서게 된다.
긴밀하게 연결된 이야기를 읽으면서 현대사의 시작을 어렴풋이 이해할 수 있었다.
전쟁은 그저 집권자들의 책상 놀음이라 생각했던 내 단견이 부끄러울 정도로 많은 지식을 얻었던 독서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