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알고 있는 한국문화 버리기
최경원 지음 / 현디자인연구소 / 2013년 12월
평점 :
품절


미학에 관한 책 같다.

현대 미술의 비구상성, 추상성에 대한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게 된 것은 큰 소득이다.

그렇지만 조선 시대 달항아리의 자연스러운 맛을 현대미술의 추상성과 연결한 점은 부자연스럽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예술적 기교가 발달하면서 르네상스 시대 회화나 명청대 도자기처럼 시각적으로 완벽해 보이는 고전적 아름다움이 최고조에 이르면 다음 단계가 비대칭, 파격, 비구상 같은 회화적 양식의 예술로 바뀐다는 점은 이해를 하겠는데, 조선시대 달항아리가 과연 이런 철학적 배경을 가진 "현대적인" 예술 작품에 해당하는지는 공감이 안 간다.

저자가 주장하는 철학적 배경을 가진 예술작품이었다면 도공들의 이름 하나 전해지는 게 없고 사회적 위치가 평민도 아닌 최하층의 장인 수준에 머무르지도 않았을 것이다.

달항아리 그 자체의 담백하고 넉넉한 미학이 현대미술의 지향점과 일맥상통 한다는 점까지는 공감이 가는데 세잔이나 피카소 같은 예술가들의 작품처럼 어떤 의도나 미적 관념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만들었다고 생각하기는 어렵다고 본다.

전통문화의 미학을 너무 추켜세우다 보니 당시 시대상은 무시하고 현재의 관점으로만 본다는 느낌을 받았다.

석굴암의 수학적 비례가 파르테논 신전 등과 닮았다까지는 좋은데, 물적 증거 없이 건축물의 스타일만 가지고 신라가 그리스 로마와 직접적으로 교류했다고까지 주장하는 것은 오버 같다.

문화재에 관심을 가지면서 전통문화의 아름다움에 대해 눈뜨게 됐고 좀더 시야를 넓혀 일본이나 중국 미술 등 동양적인 것에 대해서도 큰 매력을 느끼고 있지만, 그래서 서구식으로 세계화 돼서 평가절하된 점이 안타깝다는 생각도 했지만, 그 자체의 아름다움을 논하는 것으로 끝나야지 서구적인 것을 비교 대상으로 삼아 우리 것이 더 우월하다는 식으로 말한다면 거기서부터는 미학의 본질을 벗어난 논쟁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공감하기 힘든 부분도 있었지만 전체적으로는 재밌게 읽은 책이고 왜 현대 미술이 비구상적, 추상적으로 갔는지에 대한 철학적 배경을 이해하게 된 것 같다.

책 디자인이나 편집도 무척 예쁘다.

뒷부분에 실린 창의력에 관한 글도 인상깊었다.

흔히 말하는 천재의 창의력은 개인의 역량 보다 사회의 축적된 역량이 더 중요하다는 말에 깊이 공감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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