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멜표류기 - 낯선 조선 땅에서 보낸 13년 20일의 기록 서해문집 오래된책방 3
헨드릭 하멜 지음, 김태진 옮김 / 서해문집 / 2003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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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분량이 너무 작아 놀랬다.

하멜 표류기 자체는 자신의 회사에 제출한 보고서였던 만큼 짧은 분량이 이해되는데, 기왕이면 역자의 해설도 같이 들어가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17세기 효종 시절에 조선에서 13년을 보낸 네덜란드인의 눈에 은둔의 나라 조선이 어떻게 이해되었는지 그 관점이 궁금해 읽게 됐는데 생각보다는 평범했다.

번역자의 말대로 하멜은 학자가 아니라 그저 배의 서기였을 뿐이고 왕조국가에서 수도가 아닌 먼 변방에 안치되어 있었기 때문에 마르코 폴로처럼 풍성한 기행문을 남기기는 어려웠을 것 같다.

잘못 이해하고 있는 부분도 종종 보인다.

그가 도착하기 이전에 일어났던 강빈의 옥사를 두고 하멜은 풍문을 들은 것인지, 왕이 자신을 저주한 형수를 뜨거운 방에 가둬 죽였다고 기록했다.

강빈은 효종이 아닌, 시아버지 인조에 의해 사약을 받고 죽은 것인데 아마도 그는 당시 하층민들 사이에서 떠돌았던 풍문을 들었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까.

또 청나라가 1년에 세 번 조공을 받으러 온다든지 (조공 무역과 사신 행렬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듯) 부산에 있는 왜관이 쓰시마 영주의 지배를 받고 있다든지 하는 정치적 문제들은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자신의 주변에서 벌어진 조선의 풍속과 관습 등에 대해서는 비교적 자세히 기록했다.

상례나 제례 풍속, 형벌 등에 대해서도 큰 오류없이 기록하고 있다.

재밌는 것은 같은 네덜란드 표류인으로 귀화한 박연이라는 인물이다.

이 사람 역시 하멜보다 반 세기 먼저 표류해 병영의 허드렛일을 하던 하멜 일행과는 달리 수도 서울에서 왕의 측근으로 근무했다.

박연은 하멜의 통역을 맡는데 처음에는 거의 대화가 불가능하다가 한 달 정도 같이 있으면서 비로소 의사소통이 됐다고 한다.

잘 알려져 있지도 않은 극동의 나라에서 고향 사람을 만났으면 감개무량 했을텐데 개인적인 소회 등이 전혀 나타나 있지 않아 아쉽다.

 

당시 일본는 나가사키에서 네덜란드와 무역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하멜 일행은 13년 만에 8명이 배를 타고 탈출해 네덜란드로 귀환했고 조선에 남아있던 7명에 대해서도 일본 정부가 교섭을 벌여 다음해 돌아갈 수 있었다.

잘못하면 관청의 노비로 전락할 수도 있었는데 고향을 찾아 기어이 탈출하고 만 그들의 용기가 놀랍다.

19세기에 강제로 개항한 후 조선을 찾은 네덜란드인은 200백년 전 쓰여진 하멜 표류기와 조선의 상황이 전혀 다르지 않음을 보고 그 보수성에 놀랐다고 한다.

과연 당시의 조선은 조용한 은자의 나라였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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