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의 멸망과 경문왕가
전기웅 지음 / 혜안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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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의 논문을 여러 편 모은 책이라 동어 반복이 많고 짜임새가 다소 산만한 편.
송호정씨의 <한국 고대사 속의 고조선사>를 읽을 때도 마찬가지 느낌이었다.
한 편의 완결된 책으로 엮는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닌 모양이다.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나온 설화를 단지 이야기로 치부하지 않고 당시 사회분석에 활용한 점이 인상적이다.

사료나 고고학적 증거가 부족하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작은 사실 하나에도 많은 의미 부여를 하지만 충분히 공감이 가는 주장들이었다.
선덕여왕이나 진덕여왕이 즉위할 수 있었던 것이 성골 집단의 신성함 때문이었듯, 신라 후대에 진성여왕이 즉위한 것도 경문왕가의 혈손이라는 신성함 때문이라고 한다.
신라 하대에 왕위계승으로 피비린내 나는 싸움이 벌어졌지만 경문왕이 화랑으로서 헌안왕의 사위 자격으로 왕위를 계승한 후 안정적으로 자손들에게 왕위가 계승된 걸 보면 확실히 안정적으로 정국을 장악했던 것 같다.
오래 재위하지도 못했고 경문왕을 비롯해 세 자녀인 헌강왕과 정강왕, 진성여왕, 손자인 효공왕 등이 모두 30세 이전에 요절했던 것으로 본다.
그럼에도 안정적으로 경문왕가가 왕위를 계승하고 여왕까지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은 저자의 분석대로 신성한 왕가 만들기에 성공한 탓일 것 같다.
후에 등장하는 예겸은 선덕왕의 의부로써 경문왕의 동생인 위홍과 세력을 다퉜는데 위홍이 죽고 난 후 선덕왕을 양자로 삼아 헌강왕의 사위로써 왕위를 계승할 수 있게 했다고 한다.
또 자신의 딸은 효공왕의 왕비로 들인다.
박씨인 선덕왕이 예겸의 아버지인 줄 알았는데 의부였다고 한다.
저자는 화랑의 활약에 주목한다.
경문왕 자신이 화랑이었고 즉위 시에도 화랑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 한다.
또 경순왕의 아버지가 되는 효종 역시 화랑이었다.
효종은 효녀 지은 설화의 주인공이다.

어머니를 봉양하기 위해 몸을 판 지은을 구제한 효종의 미담이 퍼지자 진성여왕이 이를 치하하고 그를 헌강왕의 사위로 삼는다.
이것은 왕위 계승권자가 된다는 의미인데 예겸의 지원을 받는 둘째 사위 선덕왕에게 밀리고 만다.

그러나 아들인 경애왕이 견훤에게 살해당한 후 그 아들인 경순왕이 왕위를 잇고 고려에 투항한 후에도 일족이 세력을 이어갔으니 어떤 면에서는 성공했다고도 볼 수 있겠다.

왕건의 6비인 신성왕후가 효종의 형인 김억렴의 딸인데 외손이 바로 현종의 아버지인 안종 왕욱이다.

(그녀는 원래 왕후가 아니었는데 후에 현종이 임금에 오른 뒤 추존되었다고 한다)

또 경순왕이 왕건의 딸 낙랑공주와 혼인하여 낳은 딸은 경종의 1비인 헌숙왕후가 되니 신라는 멸망했지만 이 가문은 계속 번성했던 셈이다.

 

한자가 많이 들어 있어 읽을 때 다소 불편하긴 했지만 당시 정치적 상황이 흥미롭게 펼쳐져 재밌게 읽었다.

논문이라고 하던데 주석 등에 잘못 기술된 부분이 보여 내가 잘못 알고 있나 하고 찾아본 게 몇 번 있었다.

책을 출판하면 이런 오탈자나 사실 관계 확인에 늘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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